최근 애플이 새로운 ‘애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Apple Creator Studio)’를 공개하며 전문 크리에이터들을 놀라게 했다. 이 번들은 파이널 컷 프로(Final Cut Pro), 로직 프로(Logic Pro), 픽셀메이터 프로(Pixelmator Pro) 등 여러 앱을 하나의 구독 형태로 묶은 것이 특징이다. 모든 앱을 다 사용하지 않더라도, 구성만 놓고 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이다.
하지만 애플이 크로스플랫폼 번들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 제공되는 도구 대부분은 맥 전용이거나 맥에서만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크리에이터에게는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 데스크톱급 프로세서를 탑재한 아이패드가 등장했고, 곧 태블릿 크기로 펼쳐질 아이폰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이런 제한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맥에서만 누릴 수 있는 가치
맥 환경에서 애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는 매우 설득력 있는 구성이다. 월 12.99달러(1만 9,000원)에 애플의 모든 프로 앱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파이널 컷 프로, 로직 프로, 픽셀메이터 프로를 비롯해 모션(Motion), 컴프레서(Compressor), 메인스테이지(MainStage)까지 포함된다. 이들 앱을 개별 구매할 경우 비용은 700달러에 육박한다. 여기에 키노트(Keynote), 페이지(Pages), 넘버스(Numbers)에 일부 추가 기능까지 제공된다.
맥 사용자라면 애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구독을 망설일 이유를 찾기 어렵다. 파이널 컷 프로 하나만 해도 가격이 299달러(44만 9,000원)로, 애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를 2년 가까이 이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모든 앱을 개별 구매할 경우 약 7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독 모델의 매력은 더욱 분명하다. 월 70달러(7만 8,100원)를 내야 하는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와 비교해도 비용 대비 효용 측면에서 훨씬 경쟁력이 있다.
아이패드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애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구독자는 아이패드에서 온전한 경험을 누릴 수 없다. 아이패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은 파이널 컷 프로, 로직 프로, 픽셀메이터 프로로 제한된다. 특히 아이패드용 파이널 컷 프로는 맥 버전의 여러 기능을 여전히 제공하지 않는다. 더구나 애플은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에 포함된 앱의 아이패드용 단독 판매 버전을 제공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아이패드에서 해당 앱을 사용하려면 개별 구독이든 번들 구독이든 반드시 구독 형태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일부 사용자는 아이패드를 맥의 보조 기기로 활용한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패드를 ‘컴퓨터를 대체하는 기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이패드만 보유한 사용자는 애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에 포함된 모든 앱을 이용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 요금은 맥 사용자와 동일하게 지불해야 한다.
아이폰 사용자 역시 크리에이터다
애플이 간과한 또 하나의 크리에이터 집단은 아이폰 사용자다. 물론 많은 전문 크리에이터가 맥을 중심으로 작업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중심인 오늘날 환경에서는 아이폰으로 촬영하고, 편집하고, 바로 콘텐츠를 게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아이폰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전혀 내놓지 않은 것은 아쉽다.
캡컷(CapCut)은 간편한 사용성과 내장된 AI 기능을 앞세워 대표적인 모바일 영상 편집 앱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어도비 역시 스마트폰으로 촬영과 편집을 병행하는 사용자를 겨냥해 프리미어 비디오 편집기의 모바일 버전을 선보였다.
그러나 애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의 첫 버전은 아이폰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애플은 크리에이터 중심의 번들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오늘날 많은 크리에이터가 맥 중심이 아니라 모바일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는 현실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픽셀메이터를 놓고 보면 상황은 더 복잡하다. 지난 2025년 픽셀메이터를 인수한 애플은 아이폰에서 작동하던 픽셀메이터 클래식(Pixelmator Classic)을 곧 종료할 예정이라고 최근 공식 확인했다. 픽셀메이터 프로(Pixelmator Pro)는 아이패드와 맥 전용으로 유지된다. 스마트폰만으로 작업하는 크리에이터 사용자층을 또 한 번 놓쳐버린 셈이다.
한편 포토메이터(Photomator)는 아이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애플은 해당 앱을 앱스토어에서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토메이터는 픽셀메이터가 개발한 사진 편집 앱으로, 이 역시 애플이 인수했다. 기능 구성만 놓고 보면 애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와 잘 어울리지만, 번들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포토메이터 역시 장기적으로는 픽셀메이터 클래식과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포토메이터를 종료하겠다고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행보를 보인 것도 아니다.
좋은 번들이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
애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가 좋지 않은 제품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문가용 도구 모음을 제공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크리에이터가 부담 없이 프로급 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변화다. 다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가 ‘전문가를 위한 모바일 플랫폼’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애플이 모바일 플랫폼을 전문가용 창작 환경으로 대우하기 전까지 모바일 크리에이터는 불편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맥 사용자와 비용은 똑같이 지불하지만, 완성도가 더 떨어지는 도구로 작업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토메이터의 애매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불확실성 자체가 애플 크리에이티브 전략의 가장 불안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맥을 사용하고 있다면, 어도비 앱의 대안을 찾고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프로급 크리에이티브 도구를 처음 접하는 사용자라면 애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를 한 번쯤 사용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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