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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직원들이 초급간부는 물론 임원 승진도 기피하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18일 발표한 ‘공공기관 인력운용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35개 기관 소속 5471명(고위·중간 간부 535명, 초급간부 1195명, 직원 37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초급간부 승진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57.1%(3122명)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특히 7개 공공기관(한국서부발전, 한전케이피에스, 한국남동발전, 한국전력공사,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초급간부 승진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30% 이하였다고 한다.
감사원은 “승진 기피 현상은 엠제트(MZ) 세대의 등장과 함께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은 민간기업 뿐 아니라 공공 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초급간부 승진시험 제도를 운영하는 한국전력 등 12개 기관의 시험 경쟁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설비 정비 전문 공기업 한전케이피에스(KPS)의 경우, 16년 전인 2010년엔 승진시험 응시 가능 인원(2673명)의 6.3%인 168명이 시험을 봤지만, 2024년엔 응시 가능 인원 1110명 중 0.7%인 8명만 응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승진을 원치 않는 이유는 다양했다. 업무 책임은 커지지만 하급자에 대한 통제 권한은 약하고, 금전적 보상은 미흡하다. 지방에 있는 공공기관 초급간부는 거주지 이동도 쉽지 않다. 한국수자력원자력의 사례를 보면, 2020∼2024년 초급간부 331명이 평균 136일(최대 1186일) 동안 다른 부서를 겸임하는 등 과중한 업무 부담을 겪었다.
임원 승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감사원이 35개 기관에 재직 중인 상임이사와 1급 직원 447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마사회 등 31개 기관 응답자의 44.1%는 임원 승진 기피 현상이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원인을 묻는 물음엔 경영평가 성과 등으로 오히려 보수가 낮아지는 ‘임금역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답한 대상자가 151명으로 가장 많았다. 보장되지 않는 정년, 업무량 급증도 뒤를 이었다.
감사원은 공공기관 임금피크 제도의 허점도 지적했다. 임금피크제는 2016년 고령 근로자의 정년을 보장하되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을 깎아 절감된 인건비를 신규채용에 활용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문제는 임금피크제 대상자 중 기존직무가 아닌 다른 직무를 맡게 됐을 때 업무 실적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소속된 부서의 부서장 132명을 상대로 설문·면담 조사를 해 본 결과, 기존과 다른 별도 직무를 맡은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부서장 93명은 해당 부서원의 실질적 업무시간이 “주 5시간 미만”에 불과하다고 응답했다. 별도 직무를 하는 임금피크제 대상자 122명에 대한 과제부여 실태를 봤을 땐 대다수인 92.6%가 구체적인 과제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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