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에 안보 얹는 미국, 거래의 언어가 바뀌었다
"신뢰 문제 심각, 159조 폭탄 보복도 검토" EU도 입장 재검토
합의의 회의에서 선택의 현장으로, 달라진 다보스
[파이낸셜뉴스] 세계는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로 모인다. 하지만 올해 다보스는 '모인다'기보다 '갈라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앞세운 압박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통상과 안보, 동맹을 분리해 관리해오던 기존 국제 질서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어서다. 이달 19~23일 열리는 다보스포럼은 글로벌 경제를 논의하는 연례 회의보단 새로운 힘의 규칙이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현장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번 포럼에서 21일 연설에 나선다. 취임 이후 이어져온 관세 정책의 방향, 동맹국을 향한 요구 조건, 안보와 통상을 결합한 협상 방식이 한꺼번에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다보스는 트럼프식 협상 프레임이 다자 무대에서 처음으로 본격 검증을 받는 자리다.
트럼프의 관세는 더 이상 무역 통계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관세를 반복해서 "아름답다"고 표현해왔다. 관세를 비용이 아니라 권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행보도 그 인식을 반영한다.
"신뢰 문제 심각, 159조 폭탄 보복도 검토" EU도 입장 재검토
합의의 회의에서 선택의 현장으로, 달라진 다보스
(출처=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세계는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로 모인다. 하지만 올해 다보스는 '모인다'기보다 '갈라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앞세운 압박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통상과 안보, 동맹을 분리해 관리해오던 기존 국제 질서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어서다. 이달 19~23일 열리는 다보스포럼은 글로벌 경제를 논의하는 연례 회의보단 새로운 힘의 규칙이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현장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번 포럼에서 21일 연설에 나선다. 취임 이후 이어져온 관세 정책의 방향, 동맹국을 향한 요구 조건, 안보와 통상을 결합한 협상 방식이 한꺼번에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다보스는 트럼프식 협상 프레임이 다자 무대에서 처음으로 본격 검증을 받는 자리다.
관세는 숫자가 아니다…안보·영토와 엮인 거래의 언어
트럼프의 관세는 더 이상 무역 통계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관세를 반복해서 "아름답다"고 표현해왔다. 관세를 비용이 아니라 권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행보도 그 인식을 반영한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병합 압박 역시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북극 항로, 희토류와 에너지 자원, 군사적 요충지라는 전략적 요소가 결합된 지역을 통상·안보 문제와 한 묶음으로 다루겠다는 신호다. 영토 문제와 경제적 대가를 분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동맹국을 향한 단계적 관세 위협도 같은 맥락이다. 조건을 충족하면 완화, 충족하지 못하면 즉각 비용을 부과하는 구조다. 관세는 단기 손실로 나타나고 안보 불확실성은 중장기 전략 계산을 뒤흔든다. 두 수단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은 상대국의 선택지를 급격히 좁힌다.
이 방식이 낯선 이유는 전후 국제 질서가 통상과 안보를 분리해 관리해왔기 때문이다. 동맹은 안보로, 무역은 규범으로 묶어두는 구조였다. 트럼프는 이 경계를 의도적으로 허물고 있다. 다보스는 이 실험이 다자 질서에서도 통하는지를 가늠하는 무대가 됐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개최를 앞둔 지난해 1월15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 콩그레스 센터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신뢰 붕괴' 트럼프 시그널에 불편한 유럽
유럽연합(EU)이 예민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관세 때문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예측 가능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EU는 통상 갈등을 관리 가능한 범위로 유지해왔다.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제도화했지만 실제로 꺼내 들지는 않았다. 제도는 있었지만 '쓰지 않는 카드'였다.
최근 이 기류가 달라졌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이 안보 사안과 결합되면서 기존의 '관리 가능한 갈등'이라는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과거 마련됐던 930억유로(약 159조원) 규모의 대미 보복관세 패키지가 다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즉각적인 보복 선언이라기보다 미·EU 무역 합의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다시 묻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EU 내부에서는 이 문제를 돈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로 본다. 합의는 규칙 위에서 작동하지만 그 규칙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면 합의의 의미도 퇴색된다. ACI 발동 논의는 보복 수단을 넘어 더 이상 기존 질서를 자동으로 신뢰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판단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보스 기간 중 미국과 EU 주요국 간 양자 회담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여기서 오가는 말은 공식 합의보다 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뉴스1 |
다보스, 중재의 장에서 '선 긋기'의 무대로
다보스포럼은 원래 중재의 공간이었다. 갈등이 있더라도 공개 충돌은 피하고 조율의 여지를 남기는 곳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각국은 자신의 입장을 숨기지 않고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트럼프의 연설에서 관세 위협을 협상 카드로만 사용할 경우 제한적 타협의 여지는 남는다. 반대로 압박 기조를 재확인할 경우 갈등은 단기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보스는 합의를 만들어내는 회의라기보다 각국의 선택이 기록되는 장면이 되고 있다.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도 이런 변화를 빠르게 반영한다. 관세와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커질 경우 환율 변동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비용 구조를 다시 점검하고 있다. 관세를 '잠깐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놓고 계산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어떤 방식이 관행으로 굳어지느냐', 다보스 이후가 더 중요하다. 관세와 안보를 결합한 압박이 규칙으로 자리 잡는다면 다음 협상은 더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다보스는 안정의 출발점이 아니라 불안정이 제도화되는 첫 장면일 가능성도 동시에 안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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