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산외 메모리에 100% 관세”
반도체 최혜국 대우 여부도 미지수
삼성·SK, 美 추가 투자 부담 가중
반도체 최혜국 대우 여부도 미지수
삼성·SK, 美 추가 투자 부담 가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관세 전문가’로 내세우는 이미지와 문구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계정] |
국내 반도체 산업의 미국 관세 리스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미 정부가 그동안 미뤄왔던 반도체 관세 도입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관련기사 3·11면
문제는 지난해 타결된 한미 관세·무역 협상에서 반도체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한국에 적용하려 한다는 점을 양국 ‘조인트 팩트 시트’(공동 설명자료)에 명시한 만큼 더 이상 큰 틀에서의 이견은 없을 줄 알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데에 있다. 관세를 볼모로 자국 투자를 추가로 이끌어 내려는 미 정부의 행보가 점차 노골화되는 형국에 관련 기업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반도체 중 우리 기업들이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메모리에 대한 투자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에서 열린 마이크론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모두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현재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짓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팹이나 패키징 팹에 더해 메모리 팹 건설까지 요구한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AI(인공지능)의 성능이 학습 단계에서 추론으로 진행되면서 기존의 D램과 HBM(고댁역폭메모리) 뿐 아니라 낸드 플래시까지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자국 안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메모리로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핵심 기술까지 미국 현지로 이전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보안을 강화한다고 해도 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진행 상황을 면밀히 확인해 정부와 대응 방안을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1차적으로 정부와 업계는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기 위해 이를 강조하고 적극적으로 부각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무관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계획을 수정해 대미 투자 규모를 총 370억달러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 또한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입해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현지 투자 확대를 목적으로 관세를 협상 카드로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만이 이미 수천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상황에서 대만을 기준점을 삼고 있는 미국이 한국 기업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6개를 완공했거나 증설할 예정인데, 이에 더해 반도체 공장 5개를 추가 증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궁극적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은 국내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미국과 협상을 지속하되 국내 반도체 투자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전략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반도체 관세 관련 불확싱성이 지난 협상 결과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은 반도체 부문에서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제공한다’가 아닌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명시한 점은 이행의 의무성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의 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최혜국 대우 기준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경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