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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상업외교 공식화…韓엔 “메모리공장도 美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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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상업외교 공식화…韓엔 “메모리공장도 美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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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 생산국을 향해 미국 공장 건립과 투자 압박을 본격화했다. 반도체 중에서도 ‘메모리’를 콕 짚었다. 여기엔 D램과 낸드플래시 뿐 아니라 인공지능(AI)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포함돼 있으며 세계 점유율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모두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전날 상업외교와 친미 경제블록 구축, ‘돈로독트린’을 골자로 하는 ‘2026-2030 회계연도 전략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돈’과 ‘힘’의 논리다.

블룸버그통신은 러트닉 장관의 발언을 “한국과 대만의 메모리 기업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삼성과 SK는 미국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없다. 삼성이 현재 가동중인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이나 370억달러를 들여 건축 중인 테일러 공장 모두 파운드리다. SK가 38억7000억달러를 투자해 짓고 있는 인디애나주 공장은 ‘HBM 패키징(후공정)’을 위한 시설이다. 삼성과 SK는 각각 360조원과 600조원을 들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라 대미 추가 투자 여력도 없다.

러트닉 장관 발언이 ‘압박용’인지 실제의 반도체 공장 추가 증설 요구인지 현재로선 불투명하지만, 미국 정부의 의도와 접근법은 명확해 보인다. 미 국무부는 향후 5년간 전략계획에서 “모든 양자 관계와 협상에서 ‘상업적 거래’를 추진함으로써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미국 기업 및 설루션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 기업과 수출을 활용하는 친미 국가들의 강력한 경제 블록을 구축하겠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중남미를 포함한 서반구 지역에서의 미국 패권 확보와 중국·러시아 영향력 차단을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돈로 독트린’ 확립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이 ‘양자관계’에서 ‘상업적 거래’ ‘상업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말은 결국 어떤 나라든 미국의 경제·안보상의 이익을 증명해야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우리로선 대만과 같은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최혜국 대우)라는 팩트 시트 상의 합의와 메모리반도체의 독보적인 생산·기술력, 글로벌 공급망에서 동맹으로서 갖는 안보적· 지정학적 가치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돈’과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트럼프식 외교에 우리가 의지할 것은 영민한 전략과 자강력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