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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인기에 한옥 관심 높아졌는데…‘전문가 양성’ 비상

이데일리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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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인기에 한옥 관심 높아졌는데…‘전문가 양성’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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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한옥마을 글로벌 관심, 카페·숙소 등도 인기
한옥건축 전문인력향성 필요한데 교육예산은 삭감
숙련 기술 장인들 ‘은퇴’에 명맥 끊길 판
1.6배 비싼 건축비가 활성화 걸림돌
국토부 대안으로 한옥클러스터 등 검토
[전주·고창=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웅장한 한옥 건물 지붕 끝에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하늘로 높이 뻗은 추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 15일 찾은 이곳은 한옥 관광지가 아닌 전북대 전주캠퍼스 정문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잘 짜인 문살 사이로 캠퍼스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국내 유일의 ‘한옥건축학과’가 있는 전북대의 전주캠퍼스에는 한옥 건축물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한옥 강의실인 ‘심천학당’을 비롯해 한옥 카페 ‘느티나무’, ‘헌혈의 집’, 한옥 누각 ‘문회루’, 덕진연못이 내려다보이는 ‘국제컨벤션센터’까지 포함하면 캠퍼스 내 한옥 건축물은 총 12동에 이른다.

지난 15일 전북 전주 전북대 전주캠퍼스 정문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지난 15일 전북 전주 전북대 전주캠퍼스 정문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한옥 관심 높은데…전문 인력 양성 ‘한계’

최근 한옥에 대한 관심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배경으로 서울 북촌 한옥마을이 등장하면서 한옥 고택이나 빈집을 활용한 카페·숙소, 전통 공간 체험 수요도 늘고 있다. 정부 역시 중소도시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한옥 건축을 활용한 지역 명소 조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관심과 달리 한옥의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옥은 설계·시공·유지관리 전반에 숙련이 필요한 건축 방식이다. 맞춤과 이음 같은 전통 목구조 기술은 도제식 교육에 가까워 오랜 현장 경험이 요구된다. 그러나 관련 교육 예산은 줄어드는 추세이고 교수·장인층의 은퇴로 기술 전승이 끊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한옥 전문인력을 키우기 위해 2011년부터 ‘한옥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운영했고 총 1580명의 전문 인재를 배출했다. 올해 2월 해당 사업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지만 관련 예산은 점차 줄어들어 현재 연간 3억원 수준에 그친다. 현장에서는 인력 양성과 기술 고도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옥 관련 예산이 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국가유산청 등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다보니 정책 추진력도 떨어진다.

남해경 전북대 한옥건축학과 교수는 “K-콘텐츠 열풍으로 한옥이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로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한옥은 ‘보는 문화’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전북 전주 전북대 전주캠퍼스 내 ‘문회루’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지난 15일 전북 전주 전북대 전주캠퍼스 내 ‘문회루’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교육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도 한옥을 제대로 배우려는 수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문을 연 전북대 고창캠퍼스에는 한옥건축관과 한옥박물관, 실내·외 치목장, 온돌 실습장, 야외 실습장이 한곳에 모여 있다. 지난 16일 찾은 이곳에서 학부 교육생들은 방함임에도 실습을 통해 한옥 구조와 양식을 익히고 있었다. 외부 작업장에서는 대목수 양성 과정 교육생들이 정자 조립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서는 학부생뿐 아니라 국토부 한옥 전문인력 양성과정 교육도 함께 이뤄진다. 이 과정을 수료한 건축사들은 실제 공공 한옥 건축 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전주캠퍼스 내에 있는 ‘연화정 도서관’ 역시 이 교육을 수료한 학생의 결과물이다.

2022년 4월 베트남 퀴논시에 조성된 한옥 정자도 전북대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다. 베트남으로 수출된 최초이자 유일한 한옥이다. 남해경 교수는 “한옥은 짓는 것보다 유지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통상 2~3년이 지나야 구조가 안정된다”고 설명했다. 한옥 수요는 해외 한인 사회와 한류 영향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전북대는 올해도 미국·호주·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3~4건의 추가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16일 전북 고창군 전북대 고창캠퍼스에서 남해경 한옥건축학과 교수가 기와를 만드는 거푸집 형틀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지난 16일 전북 고창군 전북대 고창캠퍼스에서 남해경 한옥건축학과 교수가 기와를 만드는 거푸집 형틀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한옥 클러스터 산단’, 원가 절감 대안 부상

한옥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대중화하기에는 건축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옥 건축비는 평당 약 1500만원으로 일반 주택 800만~900만원의 1.6배 수준이다. 인건비 비중이 크고 자재 가격도 높은 데다 단열·방음·유지관리 성능을 확보하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근 한옥 건축 활성화를 위한 정책 검토에 착수했다. 한옥형 디자인 특화 명소 조성, 한옥 설계·자재 제작·교육·시공·유지보수를 연계한 산학연 협력단지(클러스터) 구상, 한옥 전문 인재 육성 과정 고도화, 결구 방식을 응용한 모듈러 한옥 연구와 부재 표준화 등을 추진 과제로 검토 중이다. 한옥 건축 기준을 현대화하는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러한 내용을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2026~2030)에 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북대 역시 이전부터 ‘한옥 클러스터 산업단지’를 제안했고, 부재 표준화와 모듈화를 통해 20~25% 수준의 비용 절감 가능성도 검토된 바 있다. 그러나 부지 확보와 정책 우선순위 문제로 과거 추진은 무산됐다.

최아름 국토부 건축문화경관과장은 “한옥은 선조들의 삶의 여유와 철학이 녹아있는 건축자산”이라며 “앞으로도 한옥이 지역의 정체성과 잘 어우러져 사랑받는 명소이자 일상 공간이 되도록 한옥 건축 생태계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전북 고창군 전북대 고창캠퍼스에서 한옥건축학과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영상=김은경 기자)

지난 16일 전북 고창군 전북대 고창캠퍼스에서 한옥건축학과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영상=김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