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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없는 'AI 가전'…AI워싱, 소비자 기만 논란 확산

우먼컨슈머 임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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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없는 'AI 가전'…AI워싱, 소비자 기만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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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냉풍", "AI 제습", "AI 세탁모드" 소비자가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해 더 똑똑하게 작동한다'고 기대하게 만드는 문구가 가전·전자제품 시장을 뒤덮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단순 센서 기반 자동제어 수준인데도 'AI'로 과장 표기해 구매를 유도하는 이른바 AI워싱(AI-Washing) 이 소비자 선택권과 시장 신뢰를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2025년 5~7월 주요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가전·전자제품 광고를 모니터링한 결과 AI워싱 의심 사례 20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9건은 'AI 기술로 보기 어려운 단순 센서 기술' 등을 적용하고도 제품명·광고문구에 'AI'를 넣거나 기능을 과장한 경우였고, 1건은 'AI 모드'의 작동 조건·한계를 충분히 알리지 않은 사례로 제시됐다.

적발 건들은 사업자 소명 절차를 거쳐 광고 문구 삭제 또는 '자동 조절' 등으로 수정하도록 시정이 진행됐다.

대표 사례로는 온도 센서 기반 풍량 조절 냉풍기를 'AI 냉풍 조절'로 홍보하거나, 습도 센서 기반 자동 습도 조절 제습기를 'AI 제습'으로 표기한 경우가 거론됐다.

또 일부 세탁기는 'AI 세탁모드'라고 광고하면서도 실제 작동 조건(예: 3kg 이하 소량 세탁 등)을 광고에서 충분히 고지하지 않아 소비자 오인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는 이런 'AI' 딱지가 가격 프리미엄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공정위·소비자원 소비자 인식조사에서 응답자 57.9%는 "비싸더라도 AI 적용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구매 의향층은 평균 20.9%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을 보였다.

반면 67.1%는 "실제 AI 적용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소비자는 더 내고 싶어도 '진짜 AI'인지 판별하기 힘들고, 이 허점을 노린 과장 마케팅이 반복되면 결국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다.

소비자단체는 이를 명백한 소비자 기만으로 규정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월 15일 발표한 입장에서 법적·기술적 'AI' 정의 마련 'AI·AI모드·AI자동' 등 표현 사용 시 적용 범위·수준·제한조건 고지 의무화 영업비밀을 해치지 않는 방식의 핵심 구조 공개 또는 제3자 비공개 검증 플랫폼·유통채널의 사전 검토·상시 모니터링 책임 반복 위반 사업자 제재 표준 표기·인증 도입 등을 요구했다.


정부도 'AI를 활용한 허위·과장 광고'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내놓은 바 있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에서는 AI 생성물 표시, 플랫폼 관리 책임, 신속 차단 절차 등 소비자 오인 방지 장치 강화가 언급됐다.

다만 가전·전자제품 영역에서의 'AI' 용어 남용은 여전히 경계가 모호해, 표시·광고 기준을 얼마나 촘촘히 설계하고 집행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2026년 중 'AI 표시·광고 가이드라인' 마련을 예고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수준에 머물 경우, 기업은 문구만 바꿔 빠져나가고 소비자는 계속 혼란을 겪을 수 있다.


'AI'가 단순 유행어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기술 정보가 되려면, 최소한 AI 정의의 법제화 표시·광고 사전심사에 준하는 기준 검증(시험·인증 또는 제3자 검증) 플랫폼 책임 반복 위반에 대한 실효적 제재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소비자도 당장 방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제품 상세페이지에서 'AI' 문구만 보지 말고 △학습·업데이트·최적화 근거가 있는지 △어떤 데이터로 무엇을 추론하는지 △작동 조건·제한사항이 명시돼 있는지 △단순 센서 자동제어와 무엇이 다른지를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설명은 없고 AI만 강조'하는 광고일수록, 그 AI는 소비자가 아니라 마케팅을 똑똑하게 만드는 장치일 가능성이 크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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