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충돌한 유럽 끌어당기기…관영지 "EU 전략적 자주성 추구 지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시위자가 17일 '미국을 물러가게 하라'(Make America Go Away)라고 쓰인 모자를 쓰고 있다. 2026.1.17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국가들에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까지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노골화하는 데 대해 '패권적 침략'이라고 비판하는 동시에 유럽을 향해서도 중국에 대한 '이중잣대'를 꼬집었다. 미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EU를 향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9일 논평에서 "EU는 중국을 경쟁자로 보고 중국 기업들의 인프라 건설 참여를 강제로 분리시킨 반면 미국을 동맹국으로 받들었음에도 미국의 영토와 관세 위협에 감히 아무말도 못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이중잣대'를 남용한 것일 뿐 아니라 패권 강압에 직면했을 때 EU의 전략적 '연골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EU가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통신 네트워크, 태양광 시스템, 보안 검색 스캐너 등 중국산 장비를 점진적으로 퇴출하도록 강제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두고 "최근 몇년간 이같은 관행은 자주 발생했지만 명확한 기술적, 법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과학적 상식과 시장 법칙을 공공연하게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통신장비, 태양광 패널 등 구체적인 항목을 거론하며 "EU가 높은 가성비와 기술 선도적 공급망을 강제로 분리하는 것은 비용 증가와 EU의 녹색전환 및 디지털화 속도를 저해해 글로벌 경쟁에서 자멸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 정책 입안자들이 말하는 '디리스킹'은 이미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변질됐고 바다 건너 동맹국의 정치적 입장에 맞추기 위해 자국 국민들이 첨단 기술을 누릴 권리를 희생하고 자신의 현대화 과정도 지연시켰다"고 설명했다.
논평은 "EU는 어디에서나 미국을 우선시했고 심지어 자신의 이익을 희생했지만 결국 얻은 것은 미국의 존중과 보답이 아닌 더욱 가혹한 멸시와 착취"라며 "미국은 관세 부과를 협상 카드로 삼아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공개적으로 병합할 것을 요구하는 등 동맹국의 국토 주권을 '부동산 거래' 대상으로 여겼는데, 이는 노골적 패권적 침략과 모욕"이라고 꼬집었다.
환구시보는 EU를 향해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중국의 발전 속도를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EU의 선택지를 좁혀 폐쇄와 의존의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할 것"이라며 "중국은 EU를 다극 세계에선 없어설 안 될 세력으로 간주하고 전략적 자주성 추구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자주성은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지휘봉을 따라가서는 안된다"며 "'이중잣대'의 수렁에 빠져있는 것은 스스로의 에너지를 소진시킬 뿐이며 이성적이고 실용적으로 복귀해야 운명을 자신의 손에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환구시보가 이같은 논평을 게재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병합에 저항하는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8개국에 대해 유럽 동맹국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이후에 나왔다.
이와 관련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그린란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세 위협은 대서양 균열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며 "미국이 유럽의 의존도를 도구화했다"고 지적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이는 지난해 미국-EU 간 관세 휴전 이행에 대한 새로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EU에서 반(反)강압수단(ACI)을 포함한 더 강력한 방어 무역 도구 활성화 논의가 촉발됐고, 무역 협정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저우미 중국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통해 마약과 이민 문제에 이어 주권 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또다시 보여줬다"며 "미국과 EU의 경제·무역 및 투자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jju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