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찬희 기자 |
이영준 롯데케미칼 총괄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6 상반기 롯데 VCM (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흉상에 헌화를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롯데케미칼이 자회사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구 삼박LFT)을 필두로 스페셜티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위기에 빠진 가운데, EP(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앞세워 사업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유상증자·설비투자 통해 외형 확장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최근 수년간 유상증자와 설비 투자를 잇따라 단행하며 재무 기반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수요 위축으로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범용 석유화학 대신 스페셜티 소재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평가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자본금 규모다.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최근 몇 년간 단계적인 자본 확충을 단행하며 재무구조를 강화해왔다. 이 회사의 자본금은 롯데케미칼 편입 전인 2021년 약 12억원 수준에서 2025년에는 약 29억원까지 늘어나며 4년 만에 약 2.4배 증가했다. 단기간에 두 배 이상 자본금이 확대된 셈이다.
기타불입자본도 빠르게 늘었다. 2024년 말 회사의 기타불입자본은 1700억원으로 나타났다. 기타불입자본은 액면가를 초과해 주주가 납입한 금액으로, 회사에 실제 투입된 자본 규모를 뜻한다. 즉,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이 현금과 자산, 설비 등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왔다는 의미다.
이 같은 자본 확충은 설비 투자로 이어졌다.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2024년 한 해에만 유형자산 취득에 1000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대규모 컴파운드 공장과 직결된다. 또 지난해 4월 결정된 유상증자 역시 율촌 공장 투자와 맞물려 있다. 당시 증자는 현금이 아닌 생산설비를 현물로 출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지난해 10월 일부 라인의 상업생산을 개시했다. 올해 하반기 준공되는 연간 총 50만톤(t) 규모의 국내 최대 단일 컴파운드 생산공장으로 모빌리티, IT 등 주요 핵심 산업에 맞춤형 고기능성 소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스페셜티 살려라"…체질 개선 속도내는 롯데켐
국내 석화업계는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침체기에 놓여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로 범용 제품 가격이 급락하고, 글로벌 수요도 살아나지 않아 국내 업체들은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을 60~70% 수준으로 낮추거나 일부 라인을 중단하는 등 역마진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석화업계는 중국이 삼킨 '범용 소재' 대신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사업을 앞세워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오는 2030년까지 범용 화학 제품의 비중을 줄이고 스페셜티 사업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단박에 스페셜티 사업에 집중하지는 않았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4년까지만 하더라도 범용 제품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했다. 경쟁사인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이 범용 제품 대신 고부가 제품으로 경영 전략을 선회했지만, 롯데케미칼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특히 2023년에는 범용 제품 매출을 2030년까지 무려 2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황기가 길어지자 롯데케미칼은 급하게 전략을 수정했다. 범용 제품 비중을 50% 이하로 줄이고, 스페셜티와 그린 사업을 60%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15일 열린 '2026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도 스페셜티 사업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신동빈 회장은 각 계열사 사장들에게 질적 성장을 위해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화학사업의 경우 정부 정책에 맞춘 신속한 구조조정과 스페셜티 중심의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 대산공장과 HD현대케미칼을 합병하는 내용의 사업재편안을 제출했다. 재편안에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고, 중복 설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동욱 IBK투증권 연구원은 "대산 및 여수 사업장 구조조정이 5:5 합작법인(JV) 형태로 실현된다면 해당 사업장의 실적은 지분법손익으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범용 케미칼 비중을 대폭 감소시키며 영업이익의 질적 개선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소연 기자 soyeon@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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