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에서 검사들을 '입꾹닫(입을 꾹 닫게 만들어버리는 상황)'하게 하는 이 문장은 힘이 세다. 이 말 한마디면 검사들은 "경찰 파쇼가 올 거다" "범죄자 천국이 될 거다"며 불만을 쏟아내다가도 말꼬리를 감춘다. 한 검사장은 이렇게까지 고백했다. "그때 대통령과 검찰이 너무 한 몸처럼 보였다. 이제 '친윤 프레임'으로 공격을 당해도 '우리는 다르다'고 반격할 수가 없다. 특수통들이 여기에 일조를 했다."
윤석열 정부 내각은 검찰 동종교배로 불릴 정도로 친검 인사가 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이번 사형 구형이 검찰공화국의 실패로 읽히는 이유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 검사 인맥으로 얽힌 윤 대통령의 측근들은 황당한 계엄을 막지 못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검찰도, 윤석열 재질의 검사도 원하지 않는다.
이제 검찰은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규정해야 하나. 한 차장검사는 특수부 망국론을 얘기했다. "특수부를 띄어주고 인지수사 건수를 평가와 인사에 반영할 게 아니라, 경찰 수사 과정이 법과 절차에 맞는지, 인권 침해는 없는지 점검하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는 자성론이다. 옳은 말이다. 실제 검찰의 태동은 수사가 아니었다.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였다.
그러나 검사들에게 인권옹호자로서 정체성을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특수수사를 본류로 여겨온 조직 문화 탓이다. 대부분의 검찰청에서 인권보호관은 공보관을 겸직하는 한직으로 취급된다. 그런 시대는 종언했다. 국민들은 이제 기소를 목표로 표적을 정해놓고 사냥하듯 수사하는 무소불위의 검사를 원하지 않는다.
새 검찰개혁 법안이 행정안전부에 9대 범죄 수사와 지휘 권한까지 부여했다. 행안부는 치안과 수사를 거느린 절대 권력이 된다. 역설적으로 검찰의 사법통제 기능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것이다. 이럴수록 필요한 건 또 하나의 강한 수사기관이 아니다. 그 공룡 권력을 견제할 통제장치다. 그 기능을 수행할 주체는 검찰뿐이다.
검찰이 역사적으로 빛났던 순간을 떠올리면 답은 더 분명하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폭로 과정은 역사적 선례로 남아 있다. 검찰이 칼로 존립한 게 아니라 인권 지킴이이자 사법통제 기관으로 정체성을 가졌을 때다.
검찰이 새 정체성을 정립한다면 방향은 분명하다. 중대범죄수사청에 사법수사관 형태의 검사를 보내 제2의 검찰청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전건송치와 보완수사권을 중심으로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다. 직접수사의 칼을 내려놓고 통제와 견제의 브레이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야만 검찰은 윤의 원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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