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경 논란으로 시작한 두 기관의 갈등은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 양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최근 금감원이 금융위 주관의 유관기관 업무보고에 불참했던 사건이 상징적이다. 금감원은 “이미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발표했고 수시로 의견을 교환한다”라며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위 내부에선 “금감원이 산하기관처럼 보이는 연출을 피하려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불참에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금융위설치법에 근거한 금융위-금감원 간 상하 관계가 명확하다”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장이) 대통령과 거리(사이)가 가까우면 업무보고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가”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를 둘러싼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사를 겨냥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며 전면 조사를 주문한 후 어느 기관이 TF를 주도할지를 두고 양 기관 간 마찰이 일었다.
두 기관의 대립은 과거에도 반복돼 온 일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종합검사 부활’ 논쟁이다.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강화를 내세워 종합검사를 부활시키겠다고 하자, 금융위는 금융사 부담과 과잉 검사·제재 가능성을 우려하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때도 그랬다. 금감원은 “사모펀드에 대한 검사-제재 절차를 진행했는데 최종 의결 권한을 가진 금융위에서 처리가 지지부진하다”라며 문제제기를 지속했다.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때도 두 기관의 긴장 관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문제는 이런 비생산적인 주도권 싸움이 ‘감독 시스템’의 수요자인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의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권한 다툼이 격화할수록 금융시장 현장엔 불확실성이 누적된다. 규제 신호에 혼선이 일고, 제재는 지연되거나 과잉이 되며, 감독은 ‘일관성’보다 ‘정치’에 가까워진다. 금융회사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몰라 방어적으로 움츠리고, 투자자는 피해 구제의 속도를 기다리다 지친다. 두 기관의 충성 또는 성과 경쟁이 격렬해질수록 ‘관치금융’이 강화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과거 종합검사 논쟁 때도 그랬다. 두 기관 간 대립은 현장에서 ‘검사 강도의 예측 가능성’과 ‘감독 시그널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문제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는 종합검사 대상 선정 기준이 어떻게 바뀔지, 검사 결과가 제재로 어떻게 연결될지, 금융위 최종 의결 과정에서 어느 수준으로 조정될지까지, 연쇄 불확실성을 떠안아야 했다.
고래 싸움이 길어질수록 등 터지는 새우는 늘어나고, 등 터진 새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두 기관이 기싸움을 지속하는 양상이 불안해 보인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당국에 바라는 건 예측 가능한 규율과 일관된 메시지다. 당국 간 견제와 균형은 제도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 불필요한 갈등이 외부로 표면화돼서는 부작용만 커질 뿐이다.
[이투데이/임정수 기자 (lj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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