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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집권 '중통령'에 대한 불편한 시각

이데일리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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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집권 '중통령'에 대한 불편한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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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성장기업부장] 성과가 나쁘지 않은 대통령이 있다. 그에 대한 평판은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그를 대신할 후임자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연임을 제한한 현행법을 고쳐 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의 길을 터주자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는 이 같은 행동에 박수를 보내야 하는가, 아니면 독재자를 몰아내야 한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가.

갑자기 지금 한국 정치 현실에 맞지 않게 무슨 소리냐고 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경제 5단체장이자 830만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편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 등 막대한 권한과 특권을 가진 ‘중소기업 대통령’인 중소기업중앙회장 자리를 놓고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1회에 한정해 연임 할 수 있다’는 중기중앙회장 연임 제한 횟수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김기문 현 중기중앙회장의 장기 집권의 길을 열어주는 법안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07년 2월~2015년 2월, 2019년 2월 ~ 현재까지 15년 동안 중기중앙회장을 맡았고, 임기 종료를 1년 앞두고 있다.

사실 김 회장이 집권 기간 동안 이룬 성과는 적지 않다. 업계 숙원이던 납품대금 연동제(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납품 대금을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시켰고, 자영업자 보호 장치인 누란우산공제 시행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홈앤쇼핑 설립으로 중소기업 판로를 확보한 것도 공적이다. 특유의 부지런함과 정치권에서의 그의 영향력도 강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을 감안해도 법을 바꿔가면서까지 그의 연임을 도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업계는 물론 소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내에서도 의문을 품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그동안 고생한 것은 맞지만 조직과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보수 명예직이긴 하지만 연 1억 8000만원의 활동비, 집무실과 비서진, 운전기사, 의전차량(제네시스G90), 25명의 중기중앙회 부회장 임명권, 550여개 산하 협동조합에 대한 감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인 만큼 적당한 시기에는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김 회장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김 회장이 물러나면 대안이 없다는 점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 대안을 스스로 없애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도 많다. 최근 모 언론에서는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는 연판장이 중앙회 내부에서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회장을 지지하는 쪽에서 김 회장 돕기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다. 4년전 김 회장이 연임을 준비할 때도 비슷한 연판장이 중앙회 내부에서 돌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민간 단체인 중기중앙회는 자율적인 운영이 필요한 만큼 연임 제한을 법으로 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 개정 찬성의 목소리도 일리는 있지만 이 또한 김 회장의 연임을 돕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저런 의혹에서 벗어나고 중기업계를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떨까. 김 회장 스스로 “법 개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나는 연임하지 않고 다음 후임자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하자”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1년 임기 동안 후임자 발굴에 노력하고 관련 불합리한 규정들을 고치는데 최선을 다한다면 중소기업 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