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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있어도 기회는 없다…중도장애에 막힌 재취업 [일하고 싶을 뿐인데①]

쿠키뉴스 유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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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있어도 기회는 없다…중도장애에 막힌 재취업 [일하고 싶을 뿐인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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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심판원 제명 결정' 김병기 "재심 신청 않고 떠나겠다"
중도장애 청년들, 치료비·생활비 부족에 다시 취업시장으로
부담금으로 책임 대신한 기업, 공공기관 채용 문턱 여전히 높아
전문가 “중도장애인 노동시장 이탈…국가적 손실로 이어져”
우리 사회는 장애를 딛고 일어선 이들의 성공에 열광합니다. 하지만 그 영웅담 뒤에는 시스템의 공백을 온몸으로 버텨낸 개인의 사투가 숨어 있습니다. 쿠키뉴스는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얻은 중도장애 청년을 조명했습니다. 이들이 일터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부딪힌 현실의 벽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봤습니다.

중도장애인의 복귀를 개인의 의지나 운에 맡기지 않으려면, 사회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이들의 노력이 외로운 영웅담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제는 국가와 시스템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다시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중도장애 청년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편집자주]

뇌병변장애인 김진희(44)씨가 지난달 29일 경기 부천의 자택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김씨는 2020년 뇌병변 경증 판정을 받은 이후 100장이 넘는 이력서를 제출한 끝에 지난해 8월 한 전자상거래 업체에 사무계약직으로 채용됐다. 노유지 기자

뇌병변장애인 김진희(44)씨가 지난달 29일 경기 부천의 자택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김씨는 2020년 뇌병변 경증 판정을 받은 이후 100장이 넘는 이력서를 제출한 끝에 지난해 8월 한 전자상거래 업체에 사무계약직으로 채용됐다. 노유지 기자



왼쪽 팔다리가 마비됐다. 뇌졸중 후유증이었다. 지난 2020년 9월 뇌병변 경증 판정을 받은 김진희(44·경기 부천)씨는 하루아침에 중도(中途)장애인이 됐다. 사고나 질병으로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는 경우를 중도장애라고 한다. 갑작스러운 두통이 반신 마비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슬퍼하거나 좌절할 틈도 없었다. 당장 생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눈앞에 놓였다.

치료와 재활에만 수억원이 들었다. 모아둔 자금은 바닥이 드러났다. 2년이 지날 무렵에는 생활비마저 동났다. 일해야만 했다. 적어도 반려묘 ‘콩이’의 사료값만큼은 벌어야 했다.

채용 정보 플랫폼을 통해 제출한 이력서만 100여개. 10년 넘게 이어온 영어강사 경력과 미군기지 내 차량정비소 관리직 이력은 장애 판정서 한 장에 무용지물이 됐다. 김씨는 “이력서를 아무리 많이 제출해도 왼팔과 왼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이유로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가 마주한 현실은 개인의 불운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전체 등록 장애인 264만6922명 가운데 88.1%가 사고나 질병 등 후천적 원인으로 장애 판정을 받았다. 2024년 기준 신규 등록 장애인 중 20세 이상 성인의 비중은 88.6%에 달한다. 사회적 토대를 닦고 활발히 활동해야 할 시기에, 일과 생계가 갑작스럽게 흔들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중도장애인은 치료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취업시장에 뛰어든다. 장애를 얻는 순간 소득은 끊기고, 의료비 부담은 늘어난다. 재활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압박은 커진다. 취업하지 않으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구조다.

김씨의 간절함이 가로막히는 건 비단 사회적 편견 때문만은 아니다.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법적 장치조차 현장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은 공공기관 3.8%, 민간기업 3.1%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규정하고 있다. 현실은 이 수치에 한참 못 미친다. 고용 대신 돈을 내는 편을 택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고용 의무를 지키지 않을 때 내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은 사실상 고용 회피를 위한 면죄부가 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고용부담금 납부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5년간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를 선택한 사업장은 매년 8000곳을 웃돈다. △2025년 8520곳 △2024년 8559곳 △2023년 8556곳 △2022년 8453곳 △2021년 8414곳의 사업장이 장애인 채용이라는 법적 책무를 돈으로 갈음했다.

사기업에 비해 공공기관 의무고용률 더 높지만…실상은

민간 기업의 장애인 고용이 부담금 납부로 대체되면서, 중도장애인들은 상대적으로 공공기관 채용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기업보다 의무고용률이 높고, 장애인 편의시설 등 기본적인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는 사회적 기대 때문이다. 실제 2023년 기준 전국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89.2%에 달하고, 특히 공공기관은 법적으로 더 엄격한 설치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마련된 외형적 요건이 실제 채용이라는 결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조차 입사 과정에서 장애인의 접근권과 편의를 보장하는 데 무심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전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평가 환경 전반이 철저히 비장애인 중심의 기준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청각장애인 박민영(27·가명)씨가 지난달 24일 충남 대전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도중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주고 있다. 박씨는 2017년 청각장애 중증 판정을 받은 이후, 말을 실시간으로 문자화하는 속기사나 애플리케이션의 도움 없이는 장시간 대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노유지 기자

청각장애인 박민영(27·가명)씨가 지난달 24일 충남 대전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도중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주고 있다. 박씨는 2017년 청각장애 중증 판정을 받은 이후, 말을 실시간으로 문자화하는 속기사나 애플리케이션의 도움 없이는 장시간 대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노유지 기자 



청각장애인 박민영(27·가명·충남 대전) 씨는 지난해 면접을 앞두고 속기사 배치를 요청했다가 당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했다. 질문을 실시간으로 문자화해 소통을 돕는 속기사는 청각장애 지원자에게 필수 지원이지만, 현장의 이해는 여전히 부족했다. 한 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속기사가 뭐길래 요청하느냐”고 되물었고, 배치를 아예 거부한 곳도 있었다. 박씨는 “면접관에게 목소리를 크게 해달라고 부탁하며 애써봤지만 소통의 한계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며 “준비한 역량을 반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안고 면접장을 나올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복귀 못 하는 중도장애인, 국가 손실로 이어져

중도장애인의 노동시장 이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인적 자원 손실로 이어진다. 중도장애인은 이미 사회 경험과 직무 역량을 갖춘 인력이다. 이들이 고용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수록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사회는 그만큼의 잠재적 노동력을 놓치게 된다.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못한 중도장애인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전환되어 국가 재정 부담을 늘린다. 그러나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면, 이들은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 활동의 주체로 다시 설 수 있다. 일터로 돌아가려는 중도장애인의 노력은 개인의 생존 문제를 넘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사회적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중도장애인이 기존 경력을 유지한 채 노동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장애 발생 직후부터 직업 전문가가 개입해야 하지만, 현재는 이를 연결해 주는 체계가 없다”며 “재활 기간이 길어질수록 중도장애인이 취업 시장에 뒤늦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휴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존 임금 수준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크게 떨어진다”며 “조기 직업 재활과 노동시장 복귀를 연계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