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생생확대경]방위사업청 독립·격상으로 방산 수출 늘어날까

이데일리 김관용
원문보기

[생생확대경]방위사업청 독립·격상으로 방산 수출 늘어날까

속보
이혜훈 인사청문 국회 재경위 정회
국가방위자원산업처 승격·개편 논의
수출 지향형 방위산업은 '허울'
우리 군이 먼저 써본 무기가 팔려
지속가능한 수출, 방사청 본업 충실할 때
고도화 된 전문화·계열화 제안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방위사업청이 국방부를 벗어나 ‘국가방위자원산업처’로 승격·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 산하 무기 획득기관의 프레임을 넘어, 전 부처에 흩어진 방위·안보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상위 행정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절충교역·기술이전·현지생산·외교·산업 연계가 얽힌 방산 수출 구조상 국방부 단독 관할 체계는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깔려 있다.

실제로 방산 수출은 단순 물건 판매가 아니라 패키지 중심으로 전환됐다. 수출 협상에는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기재부, 금융(보증·대출)과 정상외교까지 동원된다. 이런 구조에서 수출 컨트롤타워를 범정부 차원으로 올리자는 제안 자체는 합리적이다.

그러나 방사청의 독립·격상이 곧바로 수출 확대를 보장하는 해법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수출은 지향할 수 있지만 ‘수출을 위해’ 무기체계를 만드는 것은 방산시장 특성상 쉽지 않다. 수입국이 원하는 것은 결국 우리 군이 일정 기간 운용하며 검증한 장비다. 군의 피드백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고도화로 무기는 더 완전해 진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만든 무기가 바로 수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K방산 대표 주자인 K9 자주포는 1999년 우리 군에 전력화됐지만, 완제품 첫 수출은 2014년이었다. T-50 초음속 항공기도 2005년 전력화 이후 첫 수출까지 6년이 걸렸다. K2 전차는 2014년 전력화 이후 2022년 처음 해외 시장 문을 열었다. 전투함정 수출 역시 인천급 호위함(FFG-I) 전력화 이후 2016년에야 첫 실적을 기록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호주 ‘레드백’ 장갑차 수출 사례다. 그러나 이는 자주포로 형성된 신뢰와 기존 K21 기술 기반 등 특수 조건이 겹친 결과였다. 정부 발주도 없이 업체가 먼저 무기체계를 개발해 수출에 도전하는 것은 리스크가 커 일반화 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지난 해 10월 2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비롯한 K9A1 자주포 등 국산 무기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해 10월 2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비롯한 K9A1 자주포 등 국산 무기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수출을 위해 구조를 바꿨다가, 정작 전력 증강이 늦어지는 역설을 맞을 수 있다. 현재 무기 획득은 각 군 소요 제기, 합참의 소요 결정,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최종 확정, 방사청의 집행으로 이어진다. 방사청과 각 군의 무기사업은 국방부 장관의 인사권·조정권 아래 이뤄진다. 돈과 일정, 성능과 물량, 군별 이해가 충돌하는 획득 사업에서 최종 조정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방사청이 총리실 산하로 이동하면 합참과 각 군이 국가방위자원산업처의 결정을 명령체계처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수출을 명분으로 획득체계의 작동 원리를 깨뜨리면 전력도 수출도 흔들릴 수 있다. 수출 컨트롤타워는 범정부 조직으로 만들되, 방사청은 국방부 틀 안에서 획득 전문기관으로 고도화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방사청이 수행해야 할 핵심 과제로 방위산업의 고도화 된 전문화·계열화 정책을 제안한다.

과거 전문화·계열화가 폐지된 이후 국내 경쟁은 과도해졌다. 산업 역량이 분산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국가 역량을 결집해 ‘최고의 무기’를 만들어도 이길까 말까한 글로벌 방산 시장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끼리 중복투자·과열경쟁으로 국가적 비효율을 키우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잘하는 분야에서 더 잘하고, 새로운 분야로 뻗어나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새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도를 다시 짜야 수출도 지속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