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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십수 년 살아도, 중국보다 한국을 사랑해도 '중국 출신'이라고 혐오하더라"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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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십수 년 살아도, 중국보다 한국을 사랑해도 '중국 출신'이라고 혐오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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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윤석열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의 하나로 '중국 혐오'를 끌어들였다.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음모론의 배후로 중국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 내에서 '혐중' 정서가 본격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극우세력은 대림과 명동 등 중국인 밀집 지역을 들쑤시며 이주민들을 위협했고, 일부 극우 정치인들은 지지율을 높일 목적으로 혐오 확산에 앞장섰다. '내란 청산'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도 중국계 이주민들은 혐중 정서에 시름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이들을 만나 그들이 현재 바라보는 한국은 어떠한지를 들었다. 이들과 연대하는 이들과 전문가들을 만나 혐중 정서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해결점은 무엇인지를 들어보았다. 기획은 세 편으로 발행된다. 편집자

중국 방송사 PD로 일하던 박연희(50대) 씨는 2010년 대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전문성을 살리기 어려웠던 그는 설거지, 가정부, 청소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정성으로 자녀를 뒷바라지했다. 엄마의 정성에 부응하듯 아들은 4년 만에 졸업과 취업에 성공했다.

박 씨는 할 일을 마쳤다고 생각해 중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본국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이내 다시 한국에서 살기를 택했다. 한국 생활 15년 차 되던 2024년에는 국적도 취득했다. 박 씨는 함께 한국에서 머물고 있는 그의 아들에게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라고 권하고 있다.

박 씨는 <프레시안>에 "돌이켜보면 중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살기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중국에서 방송국 PD로 살았을 때에는 어떤 자유도 없이 공산당이 하라는 대로 하는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다. 한국에서 살아보니 그런 삶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됐다"라며 "한국에서의 삶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자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했다.

▲극우 시위대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을 행진하며 주민들에게 위협을 가했다.ⓒ프레시안(박상혁)

▲극우 시위대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을 행진하며 주민들에게 위협을 가했다.ⓒ프레시안(박상혁)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박 씨에게도 이주민으로서의 삶이 괴로운 순간들이 있었다. 재한중국인, 조선족 등 중국계 이주민을 향한 혐오를 마주할 때다. 한국 미디어에서는 중국계 이주민들을 범죄자 취급하거나 이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인근을 무법지대로 묘사하는 일이 잦았다. 특히 박 씨는 코로나19 펜데믹 시기 대림 주민들을 향한 혐오가 극에 달해 자신을 포함한 중국 동포들이 '죄인'처럼 살았다고 회상했다.


박 씨가 십수 년간 이어져 온 차별보다 심각하다고 느끼는 문제가 있다. 지난 1년 동안 벌어진 '혐중'(중국 혐오) 현상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려 혐중 정서를 이용했다. 그러자 극우세력은 대림과 명동 등 중국계 이주민들이 밀집한 지역에 몰려들어 물리적 위협을 가했다. 미디어를 벗어나 삶의 터전에서 직접 마주하는 혐오는 박 씨에게 큰 충격이었다.

"지금은 좀 괜찮아졌지만, 처음에는 정말 억울해서 열불이 났어요. 이전까지는 시위대가 대림까지 쳐들어오는 일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계엄 이후로는 시위대가 대림이나 명동 양꼬치 거리를 다니면서 이주민들에게 점점 더 가까이 오고 있어요. 단순히 우리를 나쁘게 생각해서 찾아오는 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우리에게 풀려는 사람들이 있고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세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대림 등 영등포구 인근에는 혐중 정서를 부추기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인이 유괴·납치·장기적출 등의 위협에 놓였다'거나, '중국 유학생은 잠재적 간첩'이라는 등 아무런 근거도 없이 혐오만을 부추기는 내용이다.


박 씨는 "이런 허무맹랑한 현수막들이 뜯어지지도 않고 여전히 남아 있다.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고 가슴이 덜컥한다"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혐중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기를 촉구했다.

▲박연희 씨가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본 혐중 현수막ⓒ박연희 제공

▲박연희 씨가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본 혐중 현수막ⓒ박연희 제공



겨우내 탄핵광장 지킨 중국인 2세, 사이버불링에 공황장애·대인기피증 시달려

계엄 이후 박 씨처럼 삶의 터전을 침범당한 사례와 더불어 중국계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사이버불링(온라인 괴롭힘)에 시달린 사례도 있다. X(옛 트위터)에서 '위아더해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온 대학생 최서연(가명·20) 씨다.

중국인(한족)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최 씨는 대구광역시에서 태어나 성인이 된 지금까지 쭉 한국에서 살고 있다. 초·중·고등학교를 한국에서 졸업했고 대학 생활도 한국에서 하고 있다. 한국 국적을 가졌고 스스로도 강한 한국인 정체성을 갖고 있어서, 집안에서는 종종 한국에 편견을 가진 가족·친척과 맞서곤 한다.


최 씨의 한국인 정체성은 계엄 국면 시기 가장 두드러졌다. 평소 집회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던 그였지만, 계엄 선포 다음 날부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선고되기까지 겨우내 광장을 지켰다. 중국인 2세인 그가 광장에 나온 이유는 경찰에 의해 서울 진입을 저지당한 농민들과 연대한 '남태령 대첩' 발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비록 제 뿌리는 이 땅에 있지 않으나 저는 여러분과 같은 주민등록증이 있으며 지문이 등록된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 저는 눈 내리는 한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고 갓 지은 흰 쌀밥과 김치와 김만 있으면 평생 만족하며 먹고 살 자신이 있는 저를 살게 해준 이 땅을 사랑합니다. 하늘과 산과 바다가 아름다운 이 반도를 사랑합니다. 1980년대 천안문에서 국가를 향해 저항하던 제 외가 친척들이 있었다면, 이 땅에는 저보다 더 한국인 같지 않은 매국노를 쫓아내고자 하는 제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차별받고 혐오의 눈길을 받으며 존재를 부정당하고 있는 모든 이가, 자기 모습 그대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완벽히 선하지는 못할지라도 그만큼 이해와 배려가 넘치는 민주주의를 위해,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습니다. 내란 동조자들은 당장 물러가라!"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경찰에 의해 저지된 뒤 20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온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22일 오전 경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경찰에 의해 저지된 뒤 20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온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22일 오전 경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민도 정주민과 마찬가지로 한국을 사랑하고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길 바란다는 최 씨의 발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최 씨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많았지만, 동시에 중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온갖 혐오 발언에 시달려야 했다.

사이버불링을 겪은 최 씨는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이 생겨 한동안 집 바깥에 나가지 못했다. 계엄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던 X 계정도 삭제했다. 최 씨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혐중 시위에서 나오는 혐오 발언은 대부분 들었던 것 같다. 이런 공격에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했다"라며 "지금도 어지간해서는 공격을 받을까 봐 정치적 발언을 삼가고 있다"고 했다.

최 씨는 전부터 한국 사회에 퍼져 있던 혐중 정서가 계엄을 기점으로 공론장으로까지 번졌다고 본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중국인이라면 6살짜리 애도 싫어했다. 부모님들이 나서서 배척했기 때문"이라면서도 "과거에는 인면수심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기초적인 양심들이 있었다면, 윤석열이 방아쇠를 당긴 후부터는 혐오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최 씨는 혐중 시위를 비롯해 혐오를 의견의 일부로 받아들여 공개적으로 발언하도록 두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나라라고 해도 혐오는 의견이 아니에요. 원색적인 비판이 어떻게 의견이 될 수 있어요? 사람을 깎아내리고 존엄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건 제대로 된 의견이라고 할 수 없어요."

▲최서연(닉네임 위아더해군) 씨에 대한 루머 유포 게시물ⓒ디시인사이드 갈무리

▲최서연(닉네임 위아더해군) 씨에 대한 루머 유포 게시물ⓒ디시인사이드 갈무리


▲최서연 씨에 대한 악성 댓글ⓒ디시인사이드 갈무리

▲최서연 씨에 대한 악성 댓글ⓒ디시인사이드 갈무리



유치원까지 확산한 혐중 정서…"청소년 시기부터 차별 문제 가르쳐야"

계엄 이후 격화한 혐중 정서를 즉각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장기적으로는 교육을 통해 유년 시절부터 혐오를 체화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혐중 정서가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이지수(24·가명) 씨는 한국인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국적도 민족 정서로도, 스스로 판단하기에도 이 씨는 한국인이다. 하지만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너네 나라(중국)로 돌아가라'는 식의 조롱을 듣고 자랐다. 명절이 되면 중국에 사는 조선족 조부모에게 인사하러 가곤 했는데, 이를 또래 친구들에게 말하거나 학교에서 다문화 출신임이 드러날 때면 '중국인'으로 뭉뚱그려져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친구들의 차별에 상처받은 이 씨는 일찍이 다문화 출신을 숨기기 시작했다. 외견상 선주민과 아무런 차이가 없고 한국어도 유창하기에 친구들은 이 씨를 '한국인'으로 인식했다. 이 씨는 이런 방식으로 직접적인 차별을 피할 수 있었다. 다만 자신 앞에서 조선족이나 중국을 혐오하는 발언이 나오더라도 출신이 드러날까 어떤 말도 못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이 씨는 계엄 이후 거세진 혐중 정서에 더욱 불안해하며 산다. 자신의 출신이 탄로날까 걱정하는 것은 물론 어머니에게도 밖에서 중국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조금이라도 중국과 관련한 행동을 했다가는 극우세력에게 해코지를 당할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는 제재와 처벌만으로는 혐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혐오는 물론이고 인터넷상에서 익명으로 벌어지는 모든 혐오를 규제하는 게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씨는 <프레시안>에 "SNS에서는 누구나 정보를 만들고 퍼 나를 수 있다 보니 그걸 전부 막는 건 불가능하다. 모두에게 인증 절차를 거친 뒤 글을 쓰라고 해도 혐오 발언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교육과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조금이나마 혐중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12년 동안 학교를 다니며 다문화, 차별과 관련한 교육이 전혀 없었다"라며 "자라나는 세대가 차별을 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단체가 19일 오후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반중 집회를 벌이고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명동거리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일부 반중 집회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단체가 19일 오후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반중 집회를 벌이고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명동거리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일부 반중 집회에 대해



"중국계 이주민? 이제는 한국에 발 붙이고 사는 '정주민'…한국인과 같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부터 해 줬으면"

혐중 정서에 골머리를 앓는 건 재한중국인들의 공통된 감각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재한중국인(중국동포·유학생 포함) 512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60.2%는 한국인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답했으며, 67.6%는 심화하는 반중(혐중) 정서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 48.6%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혐중 정서로 달라진 일상생활로는 '한국인들이 나를 보며 수군거리면 중국 관련 부정적인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한다(59.8%)가 가장 많았다. 이어 '대중교통 등을 이용할 때 말과 소리를 되도록 줄이게 된다(55.9%)', '중국 뉴스 관련 댓글 등을 되도록 보지 않게 된다(49%)'순이었다.

<프레시안>이 만난 3명의 중국 출신 이주민들은 혐중 정서 해소를 위한 여러 구조적 개선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 것이 있다. '한국 시민들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오해를 풀고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중국인들을 동등한 시민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는 호소였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인은 한국에 와서 돈만 벌거나 집을 사서 경제적 이익만 얻고 떠날 것이라고 말해요. 예전에는 중국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한국에 왔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많은 중국인들이 본국 집을 팔아 한국에서 살 정도로 이주를 넘어 정주하는 단계로 넘어와 있어요. 제가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살기를 택한 것처럼요. 이주민 1세대부터 3세대까지 함께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례가 많거든요. 그러니 이제는 우리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 줬으면 좋겠어요."(박연희 씨)

"저는 살면서 '너 어디서 왔니?'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반대로 토종 한국인인 제 친구는 저랑 같이 걸어 다니다가 국적을 질문받은 적이 많아요. 민족성 자체가 다 허상이고, 어차피 한 꺼풀 벗겨내면 다 똑같이 빨간 피가 흐르는데 왜 멋대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입히고, 멋대로 단정짓고, 급을 나누는지 모르겠어요. 혐중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 들어보면 이민자들은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범죄자 중에는 한국인 없나요? 아니잖아요. 결국 다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고, 이주민도 사람 대 사람으로 바라봐 줬으면 좋겠어요."(최서연 씨)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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