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단독] 울산 반구대병원 1152시간이나 환자 격리…규정 50배 초과

한겨레
원문보기

[단독] 울산 반구대병원 1152시간이나 환자 격리…규정 50배 초과

속보
'與심판원 제명 결정' 김병기 "재심 신청 않고 떠나겠다"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에 위치한 반구대병원. 제보자 제공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에 위치한 반구대병원. 제보자 제공


2022년과 2024년 환자 간 폭행·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던 울산 반구대병원에서 규정을 50배(성인 기준) 가까이 초과해 환자를 1151.7시간 동안 격리실에 가둔 일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 보건복지부의 격리·강박 실태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으로 전국 정신의료기관 중 최장 시간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단순 실태조사라는 이유로 아무런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 울주군 보건소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18일 보면, 반구대병원의 1인 1회 최대격리시간(2024년 1월∼6월)은 1151.7시간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2024년 12월 보건복지부가 경희대 산학협력단과 공동으로 각 지역 보건소를 통해 전국 388개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실태를 조사한 뒤 발표한 1인 1회 최장 격리시간과 일치한다. 보건복지부는 실태조사 뒤 격리·강박 시간과 관련한 각종 통계를 발표하면서도 해당 병원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일부 밝혀진 셈이다. 부산의 사회복지법인 동향원이 운영하는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의 반구대병원은 1996년 개원해 220여개 병상을 갖추고 있다. 현재 지적 장애인 환자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24년 1~6월 중 반구대병원의 1회 최대 격리시간은 1151.7시간, 격리 인원은 28명(53건)이었으며, 격리시행 총시간은 4441시간이었다. 또한 강박을 시행한 총인원 수는 63명(438건), 총 강박 시간은 1577.5시간, 1회 최대 강박 시간은 8시간이었다. 입원환자를 격리실에 1회 48일간 연속으로 넣어둔 셈이다.



이 조사는 조사팀이 개발한 조사표 및 조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사표를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건복지부의 격리·강박 지침에 따르면 성인의 최대 격리시간은 24시간, 미성년자는 최대 12시간이다. 1151.7시간 격리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른 규정을 성인 기준 48배, 미성년자 기준 96배 초과한 수치에 해당한다.



이러한 최장 격리시간이 지침을 위반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조사의 목적이 단순 실태 파악이었다는 이유로 행정적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김예지 의원실이 질의한 ‘격리·강박 등 실태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정신의료기관 내 위법 사례 목록과 행정처분 결과’에 대해 “정신의료기관 내 위법 사례 및 행정처분 결과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관할 울주군 보건소 역시 지난해 9월과 12월 두번에 걸친 정신의료기관 지도점검과 특별점검 결과 반구대병원 입원환자 인권과 관련해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김예지 의원실에 자료를 제출했다. 김예지 의원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불법적이고 끔찍한 상황이 같은 병원에서 환자 격리를 통해서도 반복되고 있으나, 행정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1월18일 밤 9시19분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503호실에서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 32)씨가 한 환자의 손에 이끌려 503호로 들어가고 있다. 맨 앞의 좌우에 있는 이들이 가해자들로,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피해자 목을 조르며 넘어뜨린 뒤 발로 등을 밟아 숨을 못 쉬게 해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CCTV 갈무리

2022년 1월18일 밤 9시19분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503호실에서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 32)씨가 한 환자의 손에 이끌려 503호로 들어가고 있다. 맨 앞의 좌우에 있는 이들이 가해자들로,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피해자 목을 조르며 넘어뜨린 뒤 발로 등을 밟아 숨을 못 쉬게 해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CCTV 갈무리


반구대병원은 2022년 1월과 2024년 7월 지적 장애인이 다른 환자들에 의해 폭행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최근 논란이 된 바 있다. 2022년 사건의 경우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들이 ‘정신병원 입원생활을 견딜 수 없어 교도소에 가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병원의 ‘방임’ 정황이 논란이 됐지만, 병원 쪽은 “폭행·사망 사건은 가해자들 탓”이라며 관리·감독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반구대병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024년 11월 방문조사를 진행한 20개 정신의료기관과, 이중에서 인권침해 정황이 의심돼 직권조사가 개시된 2개 병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1월7일 인권위 직권조사 방문단이 병원에 진입하려 하자 조사를 거부하고 방해해 현재 인권위가 과태료 부과를 검토 중이다.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예정대로 진행한 인천 모아병원의 경우 의사 지시 없는 ‘1494시간 격리’가 적발돼 병원장이 검찰에 고발됐다.



김예지 의원은 “현행 지침에 규정된 격리·강박 기준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상향해 규정을 좀 더 명확히 하고, 정신의료기관 내 학대와 인권침해에 대해 실질적인 행정처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재 발의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