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31일 ‘자유우파 유튜브 토론회 공동 생방송’에 출연한 장동혁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고성국티브이(TV) 갈무리 |
강준만 | 전북대 명예교수
“고성국은 한국 정치의 풍향계다.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의 바람까지, 부는 방향을 알려주었고, 알려주고 있기에, 2018년 3월에 개설한 유튜브 고성국티브이(TV)의 구독자가 2024년 10월 현재 106만을 넘었을 터다.”
보수 성향 유튜브 운영자였던 장원재가 월간조선 2024년 11월호에 쓴 고성국 인터뷰 기사에서 한 말이다. 기사 제목은 고성국의 핵심 주장을 인용해 달았는데, “윤석열-김건희, 지금 국면에서 사과하면 탄핵의 문 열어주는 것”이다. ‘한국 정치의 풍향계’에 고장이 났던 걸까? 윤석열은 사과하지 않고 버텼음에도, 아니 그런 식으로 버티다가 계엄이라는 자폭을 하면서 탄핵을 당했으니 말이다.
고성국이란 풍향계를 믿었다가 당했다는 말을 듣는 이는 윤석열 이전에도 있었다. 전 정의당 의원 박원석에 따르면, “그분이 황교안 대표의 미래통합당 폭망의 주역이에요. 그 배후입니다. 그 사람 말대로 했다가 폭망을 한 거예요.” 그렇다면, 고성국은 윤석열의 폭망엔 어떤 기여를 했는지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대통령 재임 시절 유튜브에 중독된 윤석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유튜버는 고성국이었다. 12·3 계엄 사흘 뒤인 12월6일, 윤석열은 고성국에게 오후 4시37분부터 44분까지의 7분 사이에 다섯차례나 전화를 걸었다. 막상 일은 저질러놓고 어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던 윤석열에게 가장 믿음직스러운 멘토는 고성국이었다는 걸 시사해준다.
탄핵정국 초기에 윤석열은 ‘조기 퇴진’에 대해 고민했지만, 이 생각을 바꾸게 한 사람이 바로 고성국일 수 있다. 고성국은 12월10일 “자진 하야보다는 차라리 탄핵과 정면으로 맞서 헌법재판소에서 승리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라며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대통령은 강력한 정당성을 갖게 되며, 종북 주사파와 한동훈 세력을 척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2월11일 고성국이 “윤 대통령은 당당하게 나와서 왜 비상계엄이라는 비상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혀달라. 시간이 별로 없다”고 재촉하자, 윤석열은 바로 다음날인 12월12일 오전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이 담화에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조기 퇴진을 전면 거부했다. 이 모든 게 다 고성국의 지휘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올 만하다.
고성국은 계엄 이전부터 윤석열이 제정신을 차릴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한동훈이 고언을 하면 윤석열은 보수언론마저 ‘카르텔’이라고 비난하면서 “고성국을 봐”라는 말과 함께 링크를 보냈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 하랴. 결국 윤석열의 몰락에 큰 기여를 한, 고성국을 비롯한 자유우파 유튜버들은 어떤 책임을 졌을까?
우문이다. 그들은 정반대로 국민의힘에서 탄핵의 책임을 묻는 심판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그들은 탄핵 찬성자를 ‘배신자’로, 한동훈을 배신 세력의 우두머리로 몰아 비난과 저주를 퍼붓는 광란극을 벌였다. 그들은 강성 지지자들의 증오를 자극하는 선동을 통해 면죄부를 얻는 동시에 그 과정을 통해 사실상 당권을 장악했다.
당내 기반이 없이 유튜버들이 이끄는 강성 지지자들의 힘으로 당대표에 당선된 장동혁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만든 승리”라며 유튜버들에게 당선 공로를 돌렸다. 그러자 고성국은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230여곳 중 영남의 30개 공천을 4개 자유우파 정당에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동혁의 국민의힘 쇄신안 발표 전날에 입당한 고성국은 이제 133만명으로 늘어난 구독자들을 입당시켜 전반적인 공천 작업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걸까?
한동훈에 대한 증오 선동의 선두에 섰던 고성국으로선 지난 14일 국민의힘에서 날림으로 이루어진 ‘한동훈 제명’에 대해서도 자신의 공로를 주장할 수 있을 게다. 그 사건이 장동혁과 국민의힘을 죽이는 결정타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게 어찌 그 혼자만의 책임이랴.
고성국이 32년 전 진보논객으로 활약하던 시절에 했던 말이 현 상황에 너무도 잘 들어맞는 게 흥미롭다. 그는 당시 김영삼 정부에 참여한 진보 인사들이 보수 언론의 사상검증 공세에 비겁하게 대응한다고 꾸짖었다. “혹시 내 이름은 없나” 하고 걱정하다가 “이번에는 없군”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바로 그 꼴이다. 그들은 자유우파 전사들과 유튜버들의 무지막지한 홍위병식 인신공격이 두려워 국민의힘의 극우화에 침묵해왔다. 그러니 고성국의 ‘보수 죽이기’ 3연타석 홈런이 성공한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보수정당 약탈하지 말고 자력으로 피땀 흘려 순수 극우정당을 만들어 키워볼 뜻은 없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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