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KIA도 불펜 사정이 그렇게 넉넉한 팀은 아니라 처음에는 투수를 테스트했다. 타 구단과 다르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이 KIA의 움직임을 완전히 바꿨다. 바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간 박찬호(31·두산)의 이적이었다. KIA도 만만치 않은 금액을 제안했지만, 두산의 물량 공세를 이길 수 없었다. 박찬호는 두산과 4년 총액 80억 원(보장 78억 원·인센티즈 2억 원)에 계약했다. 연 평균 20억 원이다.
박찬호의 이적으로 KIA는 갈림길에 섰다. 김규성 박민 정현창 등 기존 내야수들을 주전으로 승격시키는 방법, 그리고 아시아쿼터 등 외국인 선수를 유격수로 데려오는 방법이었다. KIA는 고민 끝에 후자를 택했다. 기본적으로 팀 내 젊은 선수들은 풀타임 주전으로 뛴 경험이 없었고, 내야에서 가장 중요한 유격수 자리가 돌려막기가 되면 그 자체가 최악이었다.
여기에 데일이 테스트에서 이범호 KIA 감독을 비롯한 1군 코칭스태프에 확신을 준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공·수·주에서 고른 기량을 보여준 것이다. 9개 구단과 다른 선택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이 감독은 데일이 다방면에서 팀에 보탬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 감독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상당한 확신에 가깝다.
이 감독은 우선 수비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 감독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잘한다”고 총평했다. 이 감독은 “안 들어와도 되는데 들어온다든지 약간 화려하게 하려는 게 조금 있다. 일본에서 야구를 배웠던 것도 보이고, 미국에서 무조건 들어가서 야구를 했던 것도 보인다”면서 “그래서 ‘그렇게 빨리 안 들어와도 된다, 정확하게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타자들이 치고 난 뒤에 1루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4초가 넘는다. 정확하게 된다고 하면 잘하는 수비다. 실수도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유형이다. 차분하게만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격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 감독은 “두려움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약간 빠지는 유형의 타자들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데일은 들어오는 유형이다. 공격력도 0.280~0.290은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보다 높은 기대치를 밝히면서 “마이너리그에서 2할도 못 쳤다는 말을 하는데 마이너리그에 들어간 게 10대 후반이었다. 야구를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마이너리그에 갔기 때문에 그 나이 또래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찬호는 134경기에서 타율 0.287, 5홈런, 42타점, 27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22를 기록했다. 유격수로서는 상당히 좋은 타격 성적에 수비와 주루는 이전부터 인정을 받고 있던 선수였다. 이 감독이 데일에게 기대하는 공격 수치도 이와 흡사하고, 수비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만약 그 기대가 실현된다면 총액 15만 달러(약 2억200만 원) 선수로 박찬호의 공백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는 재계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어떤 결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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