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우 워싱턴 특파원 |
이런 마가를 규합한 구심점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때론 무리해 보이는 마가의 목소리도 정책으로 구현해 대변했다. 또 마가 핵심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등 자신과 마가가 ‘윈윈’ 가능한 안을 항상 선택지의 최상단에 뒀다. 지난해 6월 미군의 B-2 폭격기가 이란 본토로 날아가 폭격하거나,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일부 예외를 뒀을 때 마가의 불만이 잠시 표출되기도 했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자체 봉합됐다.
이질적 이해관계 공존하는 마가
그랬던 마가가 요즘 심상치 않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 군사 개입은 물론, 관세와 통상 정책, 이민 단속의 강도, 연방 예산 삭감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강도 높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마가 주요 인사 간 공개 충돌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마가의 대표 논객으로 꼽히는 벤 셔피로와 터커 칼슨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주요 마가 인사의 반(反)유대주의 논란 등을 놓고 거친 말까지 주고받았다.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문제도 마가의 불만을 키웠다. “엡스타인 파일을 모두 공개한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이 잇따른 것이다. 마가 진영 분열상은 대표적 보수 싱크탱크로 친트럼프 성향을 보여온 헤리티지재단 인력이 대거 이탈하는 과정에서도 노출됐다.
이 같은 마가의 분열을 두고 예고된 수순이란 진단도 있다. 애초에 마가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심과 지지로 뭉친 다층적인 연합이다. 이질적 이해관계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런 마가를 두고 포퓰리스트, 전통 공화당원, 작은 정부 지지자, 종교 우파, 테크 우파, 민주당에서 전향한 인사 등 6개 분파로 구성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이 연합이, 앞으로 그의 역할이 변화하는 시점에도 결속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외로 눈 돌려 반등 꾀하는 트럼프, 못마땅한 마가
예상보다 일찍 마가의 분열상이 드러난 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떼고 볼 수 없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할 땐 봉합됐던 갈등이 이젠 수면 위로 노출되고 있단 의미다.
‘포스트 트럼프’를 둘러싼 신경전 역시 마가의 분열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J D 밴스 부통령 등이 이미 후계자로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마가 내부에선 각각의 계산에 따라 줄서기와 편 가르기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당연히 날 선 내부 충돌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를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은 복잡할 것이다. 지지율에서 고전하는 그에게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 등 서반구는 물론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이란 사태 등에 개입하는 건 반등의 여지를 줄 수 있다. 다만 이는 ‘미 우선주의 및 고립주의’를 강조해 온 마가의 요구와는 대립한다. 또 그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외연 확장에 나서면, ‘순혈성’을 중시하는 핵심 마가 세력의 반대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딜레마를 어떻게 적절히 풀어가느냐가 ‘조기 레임덕’ 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 변수로까지 지목되는 이유다.
신진우 워싱턴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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