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아시아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르포]'잿더미' 된 집 보며 탄식하는 구룡마을 주민들…"당장 겨울나기가 문제"

아시아투데이 최민준
원문보기

[르포]'잿더미' 된 집 보며 탄식하는 구룡마을 주민들…"당장 겨울나기가 문제"

서울맑음 / -3.9 °


잿더미 속에서 물건 찾는 이재민들
임시 거처도 25일이면 사용 못해
얇은 옷 갈아입지도 못한 채 생활
"우선 공터에 천막 치고 지내려 한다"

18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6지구에서 한 이재민이 자신의 집이 있던 곳을 가리키고 있다. /최민준 기자

18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6지구에서 한 이재민이 자신의 집이 있던 곳을 가리키고 있다. /최민준 기자



아시아투데이 최민준 기자 =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화마가 뒤덮은 지 이틀이 지났음에도 마을에는 여전히 탄내가 가득했다. 집들이 모여있던 곳은 온통 검은 재로 변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낮 최고기온이 2~3도에 불과한 추운 날씨였지만 주민들은 잿더미 속에서 그나마 남아있는 물건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싱크대로 추정되는 물건을 꺼내 옮기는 사람도 보였다. 철사 뭉치와 전기선 등을 찾아 재를 털어내던 김선자씨(76)는 "라면이라도 사 먹으려고 쓸 만한 물건을 찾고 있다"며 "장갑을 꼈는데도 손이 너무 시리다"고 연신 손을 움츠렸다.

인근 6구역에는 열 평 남짓한 아스팔트 공터만이 검은 재로 덮이지 않은 유일한 공간이었다. 이곳에는 지난 화재로 생활 터전을 모두 잃은 이재민 7~8명이 연탄난로 하나를 두고 추위를 달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잠옷과 트레이닝복 등 실내에서 생활하는 옷 위에 겨우 외투를 걸친 차림새였다. 급하게 불을 피하느라 몸만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김미순씨(71)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며칠째 지내고 있다"며 "갈아입을 따뜻한 옷이 필요하지만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강남구가 제공한 숙소에서 임시로 묵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생활마저도 최대 열흘까지만 허용돼 오는 25일이면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야 한다. 이재민들의 근심이 더욱 깊어지는 이유다. 유충식씨(80)는 "날이 이렇게 추운데 다음 주부터는 당장 지낼 곳도 없어진다"며 "당장은 공터에 천막을 지어 다른 주민들과 공동으로 지낼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6일 오전 5시께 구룡마을 4지구에서 발생했다. 불은 인근 5·6지구까지 번져 4·5·6지구 주민 258명이 대피해야 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129세대 18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발화 이후 8시간30여분 만인 오후 1시28분께 화재를 완진했다. 화재 당일 구룡중학교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로 모였던 이재민들은 현재 인근 호텔을 임시 거처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소방 인력 343명, 구청 320명, 경찰 560명 등 1258명이 현장에 투입됐으며 펌프차와 구조차 등 장비 106대가 동원됐다. 소방은 새벽 5시10분 헬기 투입을 요청했지만 안개 등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 오후가 돼서야 뜰 수 있었다. 발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은 1980년대 후반부터 형성된 무허가 주거지로 한때 1만명에 가까운 주민이 거주했다. 상당수 주민이 이미 떠났고 현재는 마지막까지 갈 곳을 찾지 못한 저소득층·고령층 주민들이 머물고 있다. 노후화된 시설과 부족한 소방 인프라로 이곳에서는 2011년 이후 최근까지 20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2027년부터 공공주도 방식으로 구룡마을을 재개발할 계획이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