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이라크 바그다드 이란 대사관 근처에서 열린 이란 정부 지지 집회에서 한 여성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반정부 시위로 수천명이 사망한 것을 인정하면서 그 책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하메네이는 국영 방송 연설에서 “사상자와 재산 피해, 이란 국민에 대한 비난 때문에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범죄자로 간주한다”며 “미국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메네이는 “이스라엘과 미국과 연계된 세력들이 사람들을 다치게 함으로써 수천명을 죽였다”고 말하면서 당국의 유혈 진압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의 음모”라며 “미국이 이란을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지배하에 다시 두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가 지난달 28일부터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서 발생한 사상자에 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란 당국자는 18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로 약 500명의 보안요원을 포함해 최소 5000명이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운동가통신이 전날 기준으로 최소 3308명이 사망하고 2만4266명이 체포됐다고 밝힌 수치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의 비난에 대해 ‘정권 교체’를 거론하며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하메네이는 병든 인물”이라며 “그는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멈춰야 한다. 이제 이란에 새로운 지도력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800여명의 교수형을 취소했다. 이를 매우 존중한다”며 대이란 위협 수위를 낮춘 지 하루 만에 다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 이후 시위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테헤란에서는 며칠째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 않으며 쇼핑가와 거리도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란 남서부 시라즈 지역에 사는 한 여성은 “여전히 보안군이 오토바이를 타고 순찰하며 상황을 통제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BBC에 말했다.
차단됐던 인터넷 연결은 한때 재개되었으나 평소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않았다. 인터넷 모니터링 업체 넷블록스는 이날 “아침 인터넷 접속량이 약간 증가했다”면서도 “전반적인 연결 수준은 평소의 약 2% 정도이고, 회복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이 인터넷 연결을 영구적으로 차단·통제하는 계획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감시하는 단체인 필터워치는 당국이 보안 승인을 받은 이들만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전문가들은 하메네이가 권력 유지를 위해 반정부 목소리에 대한 탄압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국장은 “하메네이가 말년에 이념과 자신의 유산에 관해 타협할 것 같지 않다”며 “그는 이 체제를 온전히 보존하는 데 매우 집착하고 있으며 이를 생존을 위한 이념적 투쟁으로 여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국내 범죄자는 석방하지 않을 것이며 더 나쁜 국제 범죄자들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시위대에 대한 법적 조치를 시사했다. 알리 살레히 테헤란 검찰총장도 “우리의 대응은 단호하고, 억제력이 있으며 신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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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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