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
경찰이 고소·고발 접수 뒤 6개월이 넘거나 내사(입건 전 조사)로 종결된 사건의 수사 상황을 상시 점검하기로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권한이 늘어난 뒤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급기야 ‘암장’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내부 감시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18일 “서민 생활과 밀접한 고소·고발 사건의 수사 상황을 상시 점검하는 체계가 확대 운영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건 통지 절차, 수사 정보 유출 관리 실태 등 분기별로 주제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점검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상시 점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수본(6명), 시도경찰청 수사감찰(36명), 수사심사관(37명) 등 총 79명의 수사전문가들이 고소·고발 사건의 수사 상황을 확인하고 지도·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중점 점검 대상은 △고소·고발을 접수한 지 6개월 초과 △입건 전 조사 종결 △관리 미제 등 방치되거나 고의로 지연될 수 있는 사건들이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경찰청의 수사심사관과 수사감찰관이 상시 점검을 주도하고, 시도청 상황에 맞춰서 인력을 추가로 지원받아서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처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경찰이 꺼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2019년 5.1%, 2020년 6.3%였던 ‘사건 처리 6개월 이상’ 경찰 사건 비율은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2021년 9.7%로 급증한 뒤 10%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이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관리 미제 사건’ 역시 지난해 8월 기준 463만200여건으로 2020년 대비 26.5% 증가했다.
2023년 수사준칙 개정으로 고소·고발 반려 제도가 폐지되면서 경찰 사건 처리 건수도 크게 늘어난 것 또한 수사 지연에 영향을 끼쳤다. 2021년 220만7491건이었던 경찰 처리 사건은 2024년 308만2457건으로 3년 만에 90만건 가까이 늘어났다.
수사 지연뿐만 아니라 입건 전 조사 단계에서 종결되는 사건은 ‘암장’ 위험도 크다. 송치 사건은 수사 기록이 검찰로 송부되기 때문에 ‘재점검’의 기회가 있지만, 입건 전 조사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자체적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2024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인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유용 사건을 내사 착수 4개월 만에 종결했다가 ‘수사 무마’ 의혹으로 서울경찰청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번 조처로 처리 지연 및 내사 종결 사건을 내부적으로 재점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은 점검 과정에서 ‘중대하고 반복적인 과오’가 확인되면 해당 수사관을 수사 업무에서 배제하고 징계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다만 상시 점검 대상은 사기·보이스피싱·마약 등 민생 사건에 국한되어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사건을 점검 대상으로 하면 꼼꼼하게 점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일반 국민한테 직접 관련이 있는 사건을 먼저 점검하고, 시도청별로 상황에 따라 점검 대상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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