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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정부, ‘대홍수 책임’ 벌채 기업들에 4천억대 손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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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정부, ‘대홍수 책임’ 벌채 기업들에 4천억대 손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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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5일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주 남타파눌리의 한 마을에서 사람들이 마을 개신교회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수마트라의 홍수와 산사태로 천명 이상이 숨진 이후 처음으로 성탄 미사가 열렸다. AF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25일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주 남타파눌리의 한 마을에서 사람들이 마을 개신교회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수마트라의 홍수와 산사태로 천명 이상이 숨진 이후 처음으로 성탄 미사가 열렸다. AFP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해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수마트라섬 대규모 홍수와 관련해 산림 훼손 책임을 물어 기업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 통신과 현지 일간 콤파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환경부는 지난 15일 6개 기업이 수마트라섬 대홍수 피해를 키웠다면서 4조8천억루피아(약 42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환경부는 성명을 내어 기업들이 삼림 벌채 등을 통해 2500헥타르(25㎢)가 넘는 지역에 대해 홍수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하니프 파이솔 누로픽 인도네시아 환경부 장관은 “우리는 오염자 부담 원칙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생태계를 파괴해 이익을 얻는 모든 기업은 생태계 복원에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느 기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말 수마트라섬의 아체주∙북수마트라주∙서수마트라주 등 북부 3개 주에서 발생한 폭우로 홍수와 산사태가 약 2주 동안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천명 이상이 숨졌다. 당시 이러한 홍수 피해가 무분별한 벌채 등으로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이번 소송과 별도로 산림 훼손을 막기 위한 정책 조정에도 나섰다. 라자 줄리 안토니 산림부 장관은 지난달 수마트라섬의 10만헥타르 이상 지역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2건의 산림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홍수가 “우리의 정책을 (다시) 평가할 기회를 제공했다”며 “경제와 생태계 사이의 균형추가 경제 쪽으로 너무 치우쳤다. 균형을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 또한 기업들에 대규모 산림 벌채 권한을 부여한 점에서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리 롬파스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산림 활동가는 아에프페에 “기후위기 영향 외에도 이번 홍수는 기업들이 자행한 산림 벌채 등 토지 황폐화에 따른 결과”라며 “이들 또한 정부의 허가를 받고 활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소송은 “최소한의 조치”라며 재난을 초래한 정책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수십 년 동안 광업, 플랜테이션 개발, 산불 등으로 울창한 열대우림이 빠르게 사라져왔다. 인도네시아 기반 민간 기업(스타트업)으로 위성 데이터와 공간 분석을 활용해 산림 훼손을 추적하고 시각화하는 ‘트리맵’에 따르면 2024년 한 해에만 원시림 24만헥타르(2400㎢) 이상이 사라졌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605㎢)의 4배 크기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 인도네시아는 우기(10월부터 이듬해 4월)에 접어든 상태로 홍수 위험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에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폭우가 쏟아진 이후 홍수와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현지 매체는 전날 밤부터 수도 자카르타에 폭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급류성 홍수로 인근 마을이 파괴된 가운데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아체 고원 지역 케톨에서 한 여성이 끊긴 길을 대신해 밧줄에 의지해 강을 건너고 있다. AFP 연합뉴스

급류성 홍수로 인근 마을이 파괴된 가운데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아체 고원 지역 케톨에서 한 여성이 끊긴 길을 대신해 밧줄에 의지해 강을 건너고 있다. AFP 연합뉴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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