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요진단서 밝혀.."성장의 불씨 약해지는 상황, 한일판 솅겐조약 3조 부가가치 발생"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
"성장이 멈추면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도 위협받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정체를 경고하며 이같이 우려했다. 규제 중심의 제도 환경이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고 있다고 진단한 뒤 성장 중심의 새로운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은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거의 유일한 국가"라며 "성장이 멈추면 분배 자원이 줄고 사회 갈등이 확대돼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도 위협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성장이 멈춘 경제는 브레이크가 걸린 자전거와 같아 다시 출발하려면 훨씬 더 큰 힘이 든다"며 "한국 경제는 이미 성장의 불씨가 약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지금 전환하지 않으면 자본과 인력 유출과 같은 '리소스 탈출'로 경제 회생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회장은 "경제 성장은 청년 세대에게 '이 나라에서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미래의 희망과 직결된다"며 "성장이 멈추게 돼 희망이 적은 곳 혹은 아예 희망이 없다고 느껴지는 곳이 된다면 청년들의 불만과 이탈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성장에 집중하기 어려운 가장 큰 원인으로 성장할수록 불리해지는 제도 환경을 꼽았다. 그는 "기업이 성장하면 혜택이 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와 의무가 급격히 증가한다"며 "이른바 '계단식 규제'가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장을 통해 얻는 과실보다 성장으로 인해 감당해야 할 규제와 리스크가 더 커지다 보니 많은 기업이 현상 유지를 선택하게 된다"며 "이 구조에서는 기업의 성장이 국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최 회장은 "우리가 건강이 나빠지면 식습관이나 운동 방법을 바꿔야 하듯이 경제 성장이 거의 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성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성장에 대한 사회적 격려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대만은 사이즈별 규제 대신 타깃 산업(IT)에 집중했고, 결국은 국부 펀드를 만들어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현재 TSMC를 만들었다"며 "경쟁이 없으면 대기업이 고착화되고, 많은 대기업이 들어와서 경쟁해야 성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의 협력도 성장을 위한 '옵션'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한일 양국이 EU(유럽연합)의 솅겐 조약과 같은 단일 비자 체계만 도입해도 약 3조원의 부가가치가 생긴다"며 "양국을 하나의 '경제 공동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제3국 한일 동시방문 여행상품' 등 더욱 다양한 상품과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경제형벌의 문제점도 거론했다. 최 회장은 "기업은 투자를 결정할 때 예상 리턴(수익)과 시점, 규모 등 온갖 종류의 수치를 계산해 리스크 관리한다"며 "투자 프로세스에 '징역형'과 같은 형사 처벌 리스크가 포함되면 이는 기업이 감당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고 분석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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