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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고, 쏘고, 또 쏴도 안 들어가"... 한 골넣고 4강, 대륙이 보여준 '좀비 축구'의 공포

파이낸셜뉴스 전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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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고, 쏘고, 또 쏴도 안 들어가"... 한 골넣고 4강, 대륙이 보여준 '좀비 축구'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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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28개 쏟아붓고도 '0골'... 우즈벡 울린 질식 수비의 공포
390분 무실점에 무려 '24선방' 리하오, 중국의 야신이 되다
중국, 4경기 '단 1골' 넣고 사상 최초 4강행


우즈벡 vs 중국.AFC

우즈벡 vs 중국.AFC


[파이낸셜뉴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게임이다. 하지만 반대로 골을 먹지 않으면 적어도 지지는 않는다.

중국 U-23 축구대표팀이 이 단순하고도 잔인한 진리를 몸소 증명하며 아시아 축구판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꾸역승'의 미학, 아니 '생존왕'의 탄생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사상 첫 아시안컵 4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는데, 그 중심에는 골대에 벽돌을 쌓은 듯한 질식 수비와 '야신 모드'를 발동한 골키퍼 리하오가 있었다.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U-23 아시안컵 8강전 기록지는 기이하다 못해 충격적이다. 이날 우즈베키스탄은 무려 28개의 슈팅을 쏟아부었고, 유효 슈팅만 8개를 기록했다.

점유율 역시 71% 대 29%로 우즈베키스탄이 경기를 지배하다못해 중국 진영에 텐트를 치고 살았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3-0 이상의 스코어가 나와야 정상인 경기였다. 하지만 스코어보드는 거짓말처럼 0-0을 가리켰고, 승부차기 혈투 끝에 웃은 건 결국 중국이었다. 안토니오 푸체 감독이 작정하고 들고나온 '5-3-2 텐백' 전술은 지독하리만치 견고했다.


골키퍼를 뺀 10명 전원이 하프라인 아래에 진을 치고 이른바 '늪 축구'를 시전하니, 우즈베키스탄의 공격수들은 제풀에 지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이 극단적인 수비 축구의 화룡점정은 골키퍼 리하오가 찍었다. 이번 대회 리하오의 스탯은 축구 게임에서도 보기 힘든 비현실적인 수치를 자랑한다.

우즈벡 vs 중국.AFC

우즈벡 vs 중국.AFC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 4경기 동안 그가 기록한 세이브 숫자는 무려 24개다. 1차전 7개, 2차전 4개, 3차전 5개에 이어 이번 8강전에서는 8개의 유효 슈팅을 모조리 쳐냈다. 덕분에 중국 골문은 연장전을 포함해 390분 동안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유일한 '무실점 팀'이라는 타이틀은 덤이다. 중국 현지 매체들이 "박스 안이 풍전등화였지만 리하오가 신들린 선방으로 팀을 구했다"며 그를 영웅으로 추앙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욱 재미있는 점은 중국의 공격력이다. 그들은 이번 대회 4경기를 치르는 동안 필드골을 딱 '1골' 넣었다. 4경기 1득점이라는 빈약한 공격력으로 4강에 진출하는, 효율성(?)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기기 위해 멋진 축구 따위는 필요 없다는 푸체 감독의 철저한 실리 축구가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제 시선은 4강으로 쏠린다. 상대는 '쌀딩크'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다. 베트남 역시 끈끈한 조직력으로 UAE를 꺾고 올라온 만큼 만만치 않은 상대다.


과연 김상식 감독의 베트남은 이 지독한 '중국산 늪 축구'와 사람이 아닌 거미손 리하오를 뚫어낼 수 있을까. 중국 축구 역사상 가장 재미없지만, 가장 실속 있는 이 반전 드라마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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