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손솔의 작전회의’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수연 기자 |
‘구청장님 몰래 차별금지법 찬성 포스터 붙이기’ ‘두바이쫀득쿠키맵(두쫀쿠맵)처럼 차별금지법 지지 지역구 의원 지도 만들기’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포괄적 차별금지법 논의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유쾌한 작전 계획’들이 전해졌다. 지난해 겨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광장에서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 외쳤던 시민 100여명이 회의실과 주변 복도 곳곳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아이디어다. 이들은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등 사회적 소수자가 주인공이었던 탄핵 광장의 풍경이, 국회 입법을 통해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지향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솔 진보당 의원실은 이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손솔의 작전회의’를 열었다. 지난 7일 22대 국회 첫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뒤 광장 시민과 함께 차별금지법 논의를 확산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성별, 용모, 장애, 혼인 여부, 성적지향, 학력, 종교, 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고용과 교육 분야 등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은 2007년부터 14번 발의됐다. 막연한 거부감과 반대 탓에 그간 법 통과는커녕 제대로 된 공론화조차 쉽지 않았다. 22대 국회에서도 발의에만 1년6개월이 걸렸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손솔의 작전회의’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토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김수연 기자 |
정치권 움직임은 더디지만, 시민들은 차별금지법 공론화가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시민 김수림씨는 “(윤 전 대통령을) 파면시키고 대통령도 바꿨는데 (광장의 요구였던)사회대개혁 얘기는 안 하고 있다”며 “사회대개혁의 시작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앞당기는 행동을 해보려 서포터즈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재학생 유아무개(25)씨도 “계엄 이후 광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투쟁을 보며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첫 단추로 소수자의 삶과 차별 금지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일상의 공간을 늘려야 한다고 짚었다. 지난해 동성혼인을 한 예정민(33)씨는 “회사에 5년 넘게 다녔는데,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야 회사 안에도 앨라이(연대자)와 퀴어 친구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내가 먼저 대화할 수 있는 주제를 꺼내보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온 신동길(29)씨는 “얼마 전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지인과 평행선을 달리는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상대방한테서 ‘정치적 성향이 다르지만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달라도 일단 이야기는 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손솔의 작전회의’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조를 나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손솔 의원실 제공 |
차별금지법 이야기를 일상에 스며들게 할 아이디어들도 제시됐다. 캠퍼스 곳곳 기발한 장소에 눈알 모형을 붙이고 에스앤에스에 올리는 ‘총장님 몰래 동상에 눈알 붙이기 챌린지’를 패러디한 ‘구청장님 모르게 차별금지법 찬성 포스터 붙이기’ 캠페인,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지역구 의원 지도를 ‘두쫀쿠맵’처럼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큰 호응을 얻었다.
중앙대학교 인권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김영서(20)씨는 “그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은 국회가 할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나도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는 감각을 크게 느꼈다”며 “일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야 국회의원 180명의 동의를 얻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l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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