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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가 단순한 간식을 넘어 다양한 영역에 스며들며 ‘두쫀쿠 세계관’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두쫀쿠는 중동의 얇은 면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버무려 속을 채우고 마시멜로 반죽으로 감싸 코코아 가루를 입힌 디저트인데요. 두바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중동이 아닌 한국에서 탄생한 ‘K디저트’입니다. 2024년 전국을 휩쓴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한국인이 사랑하는 쫀득한 식감과 만나 탄생한 매력적인 변종인 셈입니다.
유행은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두쫀쿠는 카페뿐 아니라 국밥·닭발집 같은 일반 음식점에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업계도 이 흐름에 올라타 두쫀마카롱, 두쫀초코볼 등 파생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앱)엔 ‘두바이 간식’이라는 별도 카테고리가 등장했고, 두쫀쿠를 파는 매장과 재고를 표시한 ‘두바이맵’도 만들어졌습니다.
두쫀쿠의 영향력은 패션과 뷰티 등 일상 전반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피스타치오의 올리브색과 초콜릿의 갈색 조합은 ‘두쫀○○’이란 키워드로 하나의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갈색 코트에 올리브색 니트를 매치해 ‘두쫀코디’, ‘두쫀패션’라고 하거나 두 가지 색을 섞은 ‘두쫀쿠 네일아트’처럼 말이죠. 네이버 자회사인 카메라 앱 ‘스노우’는 두쫀쿠를 얼굴에 쓴 모습의 ‘두콘쿠 필터’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두쫀쿠의 뜨거운 인기 뒤에 가려진 문제점도 있습니다. 두쫀쿠의 핵심 재료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가격이 오르면서 품질과 가격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두쫀쿠 소량을 다른 메뉴와 함께 판매하는 과도한 ‘끼워팔기’, 카다이프 속 대신 소면을 넣은 가짜 두쫀쿠 논란도 잇따릅니다. 돌이켜보면 벌집 아이스크림(2013년), 대만 대왕카스테라(2016년), 탕후루(2023년), 요거트아이스크림(2024년) 등 반짝 유행했다가 빠르게 식은 K디저트가 적지 않았습니다. 두쫀쿠 역시 같은 경로를 밟게 될까요? 미식의 세계를 취재해온 문화부 박미향 선임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두쫀쿠, 왜 이렇게 인기 있는 걸까요?
박미향 기자: ‘두바이’라는 이름이 주는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카다이프라는 재료도 한국에서는 생경해 호기심을 자극하잖아요. 질감은 또 떡과 비슷해 한국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하고요. 낯설면서도 익숙한 조합인 셈이죠.
파인다이닝(고급 정찬) 식문화에 대한 경험과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파인다이닝의 마지막 코스는 디저트잖아요. 코로나19 때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잘 됐거든요. 그때 그곳을 경험한 사람들에겐 디저트가 자연스럽죠. 또 여행을 가서 먹은 그 나라 디저트는 기억에 오래 남잖아요. 선물용으로 사기도 좋죠. 그러면서 디저트 문화가 우리나라에 꾸준히 들어왔고, 관심이 계속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두쫀쿠는 다른 프리미엄 소비와 비교하면 접근성도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에요.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에 등장한 유명 셰프의 음식을 먹으려면 수십만 원을 지불해야 하잖아요. 명품 브랜드 가방 역시 아무리 유명해도 쉽게 구매하기는 문턱이 높죠. 이에 비해 두쫀쿠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사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최근 트렌드 키워드로 꼽히는 ‘경험 사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AI로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잖아요. 그중에서도 특별하고 비싼 경험이 주목받고 있고요. 디저트 소비는 가장 손쉬운 ‘경험 사치’ 중 하나입니다.
[The 2] 앞서 유행했던 대만카스테라, 탕후루와 두쫀쿠의 차이는 뭔가요?
박미향 기자: 유행 확산 방식이 다릅니다. 카스테라나 탕후루는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생기면서 유행이 커진 반면 두쫀쿠는 일반식당에서도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는 점이 큰 차이죠. 디저트 가게뿐만 아니라 국밥집, 초밥집, 닭발집에서까지 판매하며, 디저트에만 머물지 않고 외식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으니까요.
두쫀쿠가 일반식당에서 판매하기 좋은 조건도 있습니다. 첫째, 마케팅에 활용하기 좋습니다. 요즘 외식업 하는 사람들 창의적이고 아이디어 많거든요. 두쫀쿠는 SNS를 이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아이템이니까요. 둘째, 기존 판매하는 음식 메뉴와 충돌하지 않습니다. 기사식당에 가면 밥 먹고 나갈 때 사탕 집어가도록 쌓아두잖아요. 두쫀쿠가 일종의 그런 입가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탕후루나 대만카스테라는 밥 먹고 또 먹기엔 부담스럽고 만들려면 설비도 필요하잖아요. 근데 두쫀쿠는 배달도 쉽고, 한두 개 서비스로 주기에도 편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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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3] ‘K디저트 유행 주기가 짧은 건 한국 디저트 시장이 작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는데, 맞는 말인가요?
박미향 기자: 결론부터 말하면 틀렸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를 보면 한국 디저트 시장은 2024년 기준 1조5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디저트만 봐도 카페, 편의점, 백화점, 베이커리 가게, 팝업스토어 등 판매하는 채널이 다양해졌습니다.
최근 디저트시장의 흐름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파티시에(전문 제과사) 이름을 딴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가 지난해 12월 팝업 스토어로 국내에 들어왔고요. 미슐랭 스타를 가진 프랑스 요리 거장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가 운영하는 전문 초콜릿 브랜드 르 쇼콜라 알랭 뒤카스(Le Chocolat Alain Ducasse)도 올해 상반기 국내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루이비통도 지난해 4월 세계적인 파티시에 막심 프레데릭과 협업해 디저트카페,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비통’을 열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초콜릿, 디저트 시장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The 4] 두쫀쿠 유행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박미향 기자: 조금은 더 갈 것 같긴 한데요, 지금이 정점 같습니다. 보통 지상파 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하면 꺾이는 시점으로 보거든요. 그리고 유행이 이어지면서 두쫀쿠를 먹어본 사람들의 후기도 쌓이고 있잖아요. “먹어봤더니 그냥 그러네” 같은 부정적인 얘기가 SNS를 타고 나오기 시작하면 인기가 지금보다 시들해질 확률도 높죠.
[The 5] 한국 전통 디저트는 경쟁력이 없나요?
박미향 기자: 지난해 4~6월 국가유산청에서 진행한 경복궁 생과방 행사 예약이 금세 다 찼습니다. 조선 시대 국왕과 왕비의 후식과 별식을 준비하던 경복궁 생과방에서 주악, 유과, 타래 같은 다과를 즐기는 행사인데요. 지난 2016년 처음 행사를 시작했을 때도 오픈런을 할 만큼 인기였다고 해요. 전통 주전부리는 국외 디저트와 비교해도 독특하고 완성도가 높습니다. 콘텐츠는 이미 있는데, 그걸 경험할 기회가 적은 거죠. 생과방 같은 체험형 이벤트가 더 많아져야 해요. 전통 주전부리를 만드는 가게나 공간도 지금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하고요. 필요하다면 공공기관이나 관련 단체가 지원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K문화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K푸드, 나아가 K디저트의 확장 가능성도 큽니다. 실제 ‘밍글스’ 같은 컨템퍼러리 한식당들은 코스의 마지막에 한국식 디저트를 내놓고 있고요. 코스 구성에 자연스럽게 얹거나, 포장과 플레이팅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등 방식만 잘 잡는다면 전통 K디저트 역시 해외 디저트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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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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