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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보다 더 비싸져" 버리기만 하던 '내장'...미국인 푹 빠졌다[트민자]

머니투데이 윤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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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보다 더 비싸져" 버리기만 하던 '내장'...미국인 푹 빠졌다[트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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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우리 집 냉장고엔 심장, 간, 고기, 버터, 열매가 전부예요. 정말 단순하죠. 가끔은 뇌나 고환도 있고요."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의사 출신 미국 인플루언서 폴 살라디노가 지난해 5월 미 보건장관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와 함께 백악관에서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말했다. 다소 충격적인(?) 그의 발언은 최근 미국 식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때 '혐오 식재료'로 취급되던 동물의 내장육은 건강에 좋은 조상들의 식단으로 주목받으며 식품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기피 대상' 내장육이 '프리미엄 건강식'으로

헬스 인플루언서 리버킹이 날것의 내장을 먹고 있다./사진=유튜브

헬스 인플루언서 리버킹이 날것의 내장을 먹고 있다./사진=유튜브


미국에선 오랫동안 스테이크같은 '근육' 중심의 육류 소비가 절대적이었다. 내장은 값싼 부위로 평가받고 상당량 수출되거나 폐기됐다. 그러나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간, 심장, 신장 같은 '내장육'이 영양이 농축된 '프리미엄 건강식'으로 재평가되면서다.

소비자 반응은 수치에서 드러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미국에서 소 내장육 판매는 49% 증가했고, 닭 내장육 판매는 같은 기간 388%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내장육이 영양가 높고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친환경 식재료로 재조명 되면서 소비가 늘고 있단 분석이다.

450개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천연식품 체인 스프라우트 파머스에선 내장 혼합 패티가 냉동육 부문에서 판매 1위에 올랐다. 홀푸드 역시 2021년까지만 해도 내장이 섞인 제품을 한 종류만 취급했지만 현재는 취급 품목을 대폭 늘렸다. 또 기존의 소고기 중심에서 벗어나 사슴, 들소, 닭, 칠면조 등 다양한 동물의 심장·간·모래주머니를 활용한 제품들이 매대에 오르고 있다.


식품 기업들은 세련된 브랜딩과 내장육을 소고기와 섞어 "내장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소시지, 육포 등을 내놓으면서 내장육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있다. 포장에선 동물의 내장을 의미하는 '부속(offal)'이란 표현이 '원초적(Primal)', '조상 대대로 내려온(ancestral)' 같은 표현으로 대체됐다.


식문화 변화 주도하는 MAHA 운동

소 간과 소 심장이 8% 포함된 내장 혼합육이 16온스에 13.99달러에 팔리고 있다./사진=포스오브네이처

소 간과 소 심장이 8% 포함된 내장 혼합육이 16온스에 13.99달러에 팔리고 있다./사진=포스오브네이처



블룸버그는 최근 내장육에 대한 관심을 부쩍 키운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MAHA)' 운동을 주목했다.

최근 미 보건부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권장하는 '거꾸로 된 식품 피라미드'를 새로운 영양 가이드라인으로 내놓았다.

MAHA 운동의 선봉에서 식문화 변화를 이끄는 건 케네디 보건장관이다. 그는 초가공 식품을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꼽으며 자연식, 고단백의 전통 식단으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그는 보건장관이 되기 전인 2024년 추수감사절에도 소기름(우지)으로 칠면조를 튀기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이것이 바로 MAHA 방식의 요리"라고 홍보했다. 식물성 기름 대신 동물성 지방을 쓰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식·고단백 식단을 중시하는 MAHA 건강관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킨 셈이다.

MAHA 운동은 살라디노 같은 '내장육 전도사'들을 통해 널리 확산 중이다. 수백만 팔로워를 보유한 살라디노는 식물성 식품을 배제하고 동물성 식품만 섭취하는 이른바 '카니보어' 다이어트를 홍보하며 소기름과 내장육 간식을 판매한다. 헬스 인플루언서 리버킹 역시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면서 동물의 간, 소의 고환, 소의 폐 등의 장기를 날 것으로 섭취하는 모습을 보여줘 유명세를 탔다.


소고기보다 비싸진 내장…"섭취 방법 주의해야"

미국 보건부가 제시한 식단 가이드라인/사진=미 보건부

미국 보건부가 제시한 식단 가이드라인/사진=미 보건부


다만 내장육 수요가 늘면서 가격과 건강 영향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포스 오브 네이처가 만든 내장 혼합육 가격은 16온스(약 450g)에 약 14달러(약 1만9000원)로 홀푸드에서 판매되는 목초 사육 소고기 평균값인 약 10달러보다 비싸다. 사료 업체들과 재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영양 측면에서는 내장육이 단백질과 비타민 B군, 철분, 아연, 셀레늄 등 다양한 미네랄을 풍부하게 공급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 전문가들은 내장에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고, 조리 과정에서 세균 오염 위험이 존재한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특히 간과 같은 일부 내장육은 반드시 충분히 익혀 섭취해야 하며 과다 섭취할 경우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단 지적이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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