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취재기
성료한 코리아 나이트…"K-바이오 긍정 신호"
12일(현지시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The Westin St.. FRANCIS 호텔 주위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2026.1.12/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
(샌프란시스코=뉴스1) 문대현 기자 = 야구계에는 '홈런보다 안타가 먼저'라는 철학이 있다. 한 방보다는 꾸준함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실제로 특정 선수는 홈런의 욕심을 줄이자, 오히려 장타력이 늘어났다. 압박감을 내려놓으면 개인의 성적이 오를 수 있고, 팀이 이길 확률도 높아진다.
이는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철학이다. 무엇이든 한 번에 대박을 터트리기란 쉽지 않다.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매사 최선을 다하면 원하는 결과가 따라온다. 단, 이 과정에서 실력을 키워야 한다.
필자는 12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44회 JP모건(JPM)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현장 취재했다. 냉정히 말해 이번 행사에서 K-바이오 기업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대박을 노렸던 기대감이 실망으로 변할 법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당장의 투자 유치는 못했더라도 글로벌 투자자와 빅파마의 관심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술력을 믿고 계속 문을 두드리면 언젠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기업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
기대 품고 태평양 건넜지만, 스포트라이트는 中 차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될성부른 신약 기술을 찾는 제약회사, 투자자들과 자사의 신약 기술을 널리 알리려는 바이오벤처 간 만남의 장이다. 올해에도 1500여개의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과 9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참가했다. 샌프란시스코 전체가 들끓었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이 메인 트랙에 섰고, 알테오젠(196170), 디앤디파마텍(347850), 휴젤(145020)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된 APAC 트랙 연단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발표 기업 외에도 한미약품(128940), 유한양행(000100) JW중외제약(001060), 녹십자(006280), 동아에스티(170900), 일동제약(249420) 등 유수의 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파트너링을 모색했다.
기대했던 K-바이오 '빅딜' 소식은 없었다. 대신 레미젠, 사이뉴로파마슈티컬스 등 중국 기업이 '잭폿'을 터트렸다. 비교적 비용이 효율적이고 임상 데이터가 풍부한 데다가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업은 중국 바이오텍이 빅파마의 관심을 독식한 셈이다. 현장에서 만난 국내 업계 관계자는 "냉정히 바이오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한 수 아래"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The Howard'에서 '코리아 나이트 @JPM 2026'이 열렸다. 장내가 참석자들로 붐비고 있다. 2026.1.14/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
후끈했던 코리아 나이트…K-바이오, 저력은 있다
14일에는 한국바이오협회가 주관한 글로벌 네트워킹 행사 '코리아 나이트 @JPM 2026'이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JPM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영향력이 비교적 감소했다는 평가가 있고, K-바이오의 활약상도 표면적으로는 크지 않아 일각에선 코리아 나이트 흥행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행사장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시종일관 붐볐다. 행사 초반 수많은 인파로 입장 대기 줄이 길어 불편을 호소한 이가 있을 정도였다. 김정균 보령(003850) 대표, 서진석 셀트리온(068270) 경영사업부 대표 등 대형사 CEO부터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솔루엠헬스케어 등 바이오텍 대표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글로벌 스킨십에 나섰다.
김지희 솔루엠헬스케어 대표는 "이번에는 단순 참가에 그쳤지만, 글로벌 투자자에 우리 기술을 알릴 수 있었고, 호응도 있었다"며 "메인 트랙에서 발표하는 날이 올 때까지 앞으로 더 회사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도 "올해 행사는 단순히 참가자만 많았던 게 아니라 외국인 참가자 비율이 훨씬 늘었다. 이는 곧 K-바이오에 기회가 열릴 징조"라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The Howard'에서 '코리아 나이트 @JPM 2026'에서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대표가 네트워킹하고 있다. 2026.1.14/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
씨를 뿌린 지 오래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한 K-바이오 업체도 수두룩하다.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해 산소 호흡기를 떼기 직전인 업체도 있다.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 '시장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등 볼멘소리도 당연히 나온다.
힘들 때가 많겠지만, 장기 레이스를 버티는 힘도 필요하다. 기술력을 믿어야 한다. 당장 홈런을 노리기보다 안타에 집중하다 보면 2루타, 3루타를 넘어 언젠가 그랜드슬램을 칠 날이 오지 않을까.
'코리아 나이트 @JPM 2026' 전경. K-바이오 파이팅. 2026.1.14/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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