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영끌족’의 이자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질 전망이다. 통화정책 기조가 매파적으로 기울며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가 차단된 가운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 조달 지수)가 넉 달 연속 상승해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5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번 결정은 소수의견이 있었던 지난해 11월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색채가 짙었다.
눈에 띄는 변화는 향후 금리인하 기대를 차단했다는 점이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는 그동안 포함했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기준금리 인하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 등 문구가 빠졌다. 그동안 한은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표현을 유지해왔으나, 이번에는 관련 문구를 삭제하며 통화정책의 변화를 분명히 했다. 금통위원들의 3개월 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도 동결과 인하 의견이 3대3에서 5대 1로 바뀌었다. 경기·환율·집값 등 거시 지표에 따라 향후 인상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환율 영향이 컸다. 지난달 월평균 원·달러 환율(주간 종가기준)은 1467.14원을 기록했고, 이달 들어서도 147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 장기화와 대미 투자 자금 유출 경계감 등이 겹치며 환율은 1500원 선을 위협받고 있다. 높은 환율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금융 안정을 해치는 주된 요인이다.
여기에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 조짐도 여전하다. 서울 지역 집값 상승률이 연율 10%에 육박한 데다 비규제지역으로의 풍선효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섣불리 금리를 낮출 경우 가계대출 급등세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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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는 묶였지만, 시장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다. 통상 채권시장은 당장의 기준금리보다 향후 금리 인하 시점과 속도를 반영해 움직인다. 최근 한은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그간 선반영됐던 인하 기대가 되돌려졌다. 이에 따라 국채와 금융채 금리가 오르고, 이를 준거로 삼는 은행권 대출금리도 상방 압력을 받는 양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5년 고정형 금리의 준거 기준인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14일 3.497%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27일 기준금리 동결 당시(3.456%)보다 0.041%p 오른 수치다. 고정금리는 통상 은행채 장기물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되는 만큼, 시장금리 상승분은 시차를 두고 주담대 금리에 반영될 전망이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역시 넉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11월 대비 0.08%p 오른 2.89%로 나타났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2.84%로 0.01%p 올랐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의 자금조달 상품 금액과 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한다.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주요 수신상품의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도 뒤따라 상승한다.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경우 변동형 주담대 금리 부담도 당분간 완화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픽스 인상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들은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를 연 4.15~5.55%에서 연 4.23~5.63%로, 우리은행은 연 3.99~5.19%에서 연 4.07~5.27%로 0.08%p씩 각각 인상했다. 이는 고스란히 ‘영끌족’의 이자 부담으로 전이될 전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동결과는 별개로 시장금리 상승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맞물려 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대출금리가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