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일 "할 일 없었다"는 尹, 끝까지 남 탓 일관
한덕수·이상민 계엄 모의 참여자 아닌 점 고려
조지호·목현태 등엔 지휘 책임자 지위 반영
한덕수·이상민 계엄 모의 참여자 아닌 점 고려
조지호·목현태 등엔 지휘 책임자 지위 반영
연합뉴스 |
"(12·3 당일) 저녁 6시 넘어서 잔치국수 한 그릇 먹고 앉아있는데…."
국민 기본권 침해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는 국가긴급권 행사,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잔치국수 한 그릇을 넘기고 있었다.
12·3 비상계엄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반성 없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내란특검이 사형을 구형했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선 징역 15년을 구형해 "왜 그것 밖에 안되냐"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 상반된다.
특검은 향후 내란 피고인들에 대한 구형과 선고에서 기준점이 될 한 전 총리 사건에서부터 원칙대로 내란 범행의 중대성과 개별 피고인별로 적용되는 양형의 조건들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범행의 동기와 수단·방법, 범행 후의 정황, 재발 가능성 등도 모두 반영했다.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던 '윤석열 감형 사유'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사형 구형이 불가피하다는 최종 결단은 조은석 특검이 내렸다. 지난 8일 내란특검 내부 회의에서는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인 점 등을 토대로 무기징역 구형 의견이 조금 우세했지만, 조 특검은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양형의 원칙은 형법 51조에 규정돼 있다. ①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②피해자에 대한 관계 ③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④범행 후의 정황이다.
특검은 ①~④까지 모두 검토했을 때 도무지 참작할 사유를 찾을 수 없고, 오히려 가중 사유만 많다고 봤다. 내란우두머리 혐의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3가지다. 사형이냐 무기형이냐를 떠나 법에 정해진 형 중 낮은 쪽을 택하려면 그에 부합하는 참작 사유를 서술해야 할 텐데, 할 수 없었다는 게 특검의 입장이다.
①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 대통령으로서 헌법 준수 및 헌법 질서 수호 의무를 가진 자. ②임기가 3년 6개월 남은 국회의 190석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척결하고 독재와 장기집권을 목표로 함. ③장기간에 걸친 모의와 위법한 절차에 의한 비상계엄 선포 및 군·경 등 국가 공권력 동원. ④피해자(국민)에 대한 사과 부재 및 혐의 부인, 책임 회피·전가, 수사와 재판 거부(형사사법 절차 경시), 재발가능성 등 이상 특검이 구형 논고문에서 순서대로 짚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양형 고려 사유다.
계엄 앞두고 "국수 한 그릇"…국회 경찰 봉쇄도 남 탓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90분간의 최후진술에서도 특검이 적시한 양형사유를 뒤집을만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경고성·호소용 계엄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고, 국정 최고 책임자였음에도 남 탓으로 일관했다.계엄 당일 군 병력에 더해 경찰력도 동원하자고 한 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경찰이 국회 출입문을 봉쇄한 건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알아서 한 일'이라는 것이다.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잔치국수 먹다가 들었다", "김봉식이 '수사통이라 법 잘 아네' 하고 말았다" 등 한가로운 말로 일관했다.
| ▶ 2026.1.13. 윤석열 내란우두머리 혐의 최후진술 |
| "제가 아마 저녁에 그날 이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공식 방한 다 보내고, 또 내부에서 회의 할 거 다 마치고 저녁 6시 넘어서 잔치국수 한 그릇 먹고 앉아있는데 김용현 장관이 오더만요. 그러더니 투입되는 군 병력이, 국회를 말합니다, 워낙 소수니까. 이게 질서유지가 어렵습니다. 국회 경내는 군이 가서 이백몇십명이 한다 하더라도 국회 경외, 바깥은 좀 경찰이 몰려오는 인파 좀 질서유지 하게 해 줘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경찰 출신인 경호처장 통해서 전화연결을 해줄까 싶다가 저도 뭐 별로 할 일이 없었습니다. 이따가 뭐 총리나 이 사람들은 8시 좀 넘어서 올 것이고. 그래서 그럼 나랑 같이 가자. 그러고 오랜만에 얼굴 볼 겸 경찰청장하고 서울청장을 불렀습니다. … 만난 시간이 한 10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슨 뭐 자세한 얘기 할 겨를도 없었고요. 그냥 국회 바깥에 좀, 처음에는 이따 상황 생길지 모른다 하다가 나중에 이제 그래도 계엄 얘기를 좀 해주는 게 좋겠다고 해서 뭐 내가 얘기했는지 장관이 얘기했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계엄 얘기가 그 자리에서 나왔고. … 그러니까 바깥에 있다가 좀 나중에 되면 그때 가서 국회 담 가까이 좀 와가지고 질서유지를 좀 해달라. 그리고 이 사람들보고 당신들이 국회 게이트를 열어라 닫아라 이런 얘기한 적이 없어요. 국회 문을 닫을 생각도 못했고. … 첨에 딱 전화하니까 조지호 청장이 약간 불만인 듯하게 (말하기를), 이게 군의 일인데 경찰은 바깥만 지키면 되는데 아니 군이 안오고 사람은 몰려오니까 우리가 할 수 없이 질서유지 때문에 문을 일단 닫았다. 근데 서울청장이, 저 김봉식 청장이 아 이거 법적으로 검토해보면은 국회 관계자들은 들여보내야 한다 해서 그래서 들여보내고 있습니다 라고 하길래 제가 딱 첫마디가 이거에요. 아 김봉식 청장이 수사통이라 법을 잘 아네, 잘 하고 있네. 그렇게 하시오. 그게 답니다."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
'내란중요임무' 한덕수·이상민, 왜 징역 15년 구형?
앞서 특검은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해 여권을 중심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내란 혐의와 관련해 처음으로 특검의 구형이 나와 관심을 모았는데 구형량이 너무 적다는 취지다.그러나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구형만큼이나 한 전 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구형량 산정도 여러 양형 사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에 대한 일부 오해가 구형량 비판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사형과 무기형만 규정된 내란우두머리 혐의와 달리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으로 선고 가능 범주가 매우 넓다. 중요임무종사 범행이 우두머리 바로 밑, 부화수행 위에 규정돼 '중형'만 전제로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란과 관련해 양태와 경중 면에서 매우 다양한 행위를 포섭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의 경우 위헌·위법한 계엄 상황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긴 했지만, 계엄을 오래 전부터 준비한 그룹에 들어가진 않는다는 점이 고려됐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살인도 우발적 살인과 계획 살인이 다르다. 오래전부터 계엄을 사전에 모의한 피고인들과 계엄 선포를 앞두고 당일 부적절한 행위를 한 피고인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모의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 대해서 특검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여인형·이진우·곽종근 등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차례 '비상한 조치'에 대해 들었던 군 사령관들에 대해서도 다른 피고인들보다 더 높은 구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동종 범죄에 대한 기존 선고 형량도 고려했다. 치밀한 사전 모의 하에 실행한 군사반란인 12·12사건으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적용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 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다수의 회합을 하며 국가 기간시설 파괴 등을 모의한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경우 1심에서 징역 12년, 2심에서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한 전 총리 사건의 경우 내란 혐의로 기소된 사건 중 가장 처음 선고된다는 점에서 구형량과 실제 선고형의 차이가 클 경우 특검의 공소제기·유지 과정에 대한 신뢰에 해가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휘권자' 조지호·목현태 책임도 크게 반영
한편 특검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총리·행안부장관 구형보다 높은 징역 20년 선고를 요청했다.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의 경우 계엄 당일 대통령의 참모인 국무위원으로서 역할이 두드러졌다면 조 전 청장은 경찰청 수장으로서 독립된 의사결정을 할 권한과 책임이 있었다는 점을 더 무겁게 평가했다. 경찰청장은 수사와 관련해선 행안부장관의 지휘도 받지 않는다.| ▶ 2026.1.13. 내란특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구형 의견 |
| "피고인은 경찰청장으로서 치안과 범죄 수사 등 국가경찰 사무를 총괄하고 소속 공무원과 각급 경찰기관을 지휘·감독하는 최고 책임자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 이러한 지위의 중대성으로 인해 경찰청장은 직무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도록 설계되어있으며, 이는 오직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치안 업무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위와 같은 헌법과 법률의 취지, 경찰의 임무와 그 직무수행의 특수성,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경찰청장의 지위와 역할, 경찰청장의 임명 절차에 국회가 관여하도록 하고 경찰청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목적 등을 종합하면, 경찰청장은 단순히 대통령이나 행안부장관의 지시를 그대로 집행하는 지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 권한과 책무를 가진다고 할 것입니다." |
특검은 이와 같은 논리로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의 경우에도 국회 청사 경비와 국회의장 경호에 대한 권한과 책임 있는 위치라는 점을 고려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국회를 무력화하려는 군·경으로부터 국회경비대장의 직무에 따라 국회의장과 국회를 보호하기는커녕 국회의원 등의 출입을 전면 금지하게 했다는 이유다. 목 전 경비대장(총경)보다 지위상으로 높은 윤승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치안감)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한 것과 비교된다.
| ▶ 2026.1.13. 조지호 전 경찰청장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최후진술 |
| "지금 생각하면 여러 가지 아쉬운 판단도 있지만, 다시 그 상황이 됐을 때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만 아직도 결론을 못내리고 있습니다. … 제 판단과 행동의 결과에 어떤 책임이 주어지든 기꺼이 감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
윤 전 대통령 등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이른바 '공직 엘리트'들의 안일하고 자기보신적인 행태를 지적하며 재발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라도 엄정한 단죄가 필요함을 호소했다. 법원은 오는 21일 한 전 총리를 시작으로 2월 12일 이 전 장관, 2월 19일 윤 전 대통령과 피고인 7명 등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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