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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칼럼] GDP 대비 통화량 미국 두 배, 원화 약세·성장동력 약화의 악순환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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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칼럼] GDP 대비 통화량 미국 두 배, 원화 약세·성장동력 약화의 악순환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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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기업의 자산을 필요한 시기에 손실 없이 화폐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시중 유동성(liquidity)을 보여주는 통화량이 넉 달 연속 8%대 큰 폭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시중에 풀린 과도한 유동성이 환율과 집값 불안의 근본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14일 발표한 지난해 11월 '광의통화(M2 │ 총통화)' 평균 잔액은 전년 동월 대비 8.4% 늘어난 4,057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광의통화(M2) 증가율은 지난해 8월 이후 넉 달 연속 8%대(8월 8.1% → 9월 8.5% → 10월 8.7% → 11월 8.4%)를 웃돌고 있다. 8%대 증가율은 2022년 7월(8.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M2는 시중 유동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예금 등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이번 통계부터 기존 M2에서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을 제외한 기준을 적용하는데 신 계열 기준 증가율은 4.8%다.

신·구 계열 기준 모두 M2 증가율은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다. 신 계열 기준 한국의 M2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5.2%로, 미국(4.6%), 유로(EURO) 지역(3.1%), 영국(3.6%), 일본(1.1%) 등보다 높다. 특히 경제 규모에 견준 통화량 역시 상대적으로 높다. 국내총생산(명목 GDP) 대비 통화량(M2)이 153.8%(2025년 3분기 기준)로 여타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양적완화가 잦은 미국 71.4%의 두 배 이상이자 유로 지역 108.5%를 압도하는 높은 수준이다. 실물 경제 규모에 비해 유통되는 시중 통화가 많다는 의미로 시중 통화량이 상대적으로 많이 풀렸다고 볼 수 있다. 통화량 비율은 코로나19 이후 추세적으로 늘어 2023년 1분기 157.8%로 정점을 찍고 하락해 2024년 4분기 151.6%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다시 반등했다.

눈에 띄는 점은 코로나19 이후 물가 상승과 긴축(금리 인상) 이후에도 통화량 비율이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23년 1분기 149.1%에서 153.8%로 소폭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87.4%에서 71.4%로 줄었다. 유로 지역(126.7% → 108.5%)과 영국(135.8% → 105.8%)도 상당 폭 하락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높은 수준이나 통화량 비율(262.5% → 243.3%)은 감소(↓)했다. 20여 년 전 세계 최초로 '제로 금리'를 도입하며 돈 풀기로 내달린 일본(243.3%)의 'M2 비율'이 한국보다 높다. 하지만 엔화는 기축통화라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무리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주요국과 달리 성장률 대비 유동성이 더 확대된 셈이다. 이는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로 돈이 많이 풀려 원화 약세와 자산 가격의 상승을 부른다는 지적과 함께 장기간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한국 기준금리 연 2.5%가 미국 기준금리 3.50~3.75%보다 낮은 상태)을 방치한 결과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한국만이 유일하게 M2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걱정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한국의 M2 비중은 2.2%포인트 오른(↑) 데 반해, 일본(-5.7%포인트↓)·유로존(-2.0%포인트↓)·미국(-0.4%포인트↓) 등은 일제히 하락(↓)했다. 외환 당국이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개입해도 유독 원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과 맞아떨어지는 정황이 선명하다. 무려 32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로 월 100억 달러 안팎의 달러가 대량 유입되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재차 1,500원을 향해 치솟는 중이다. 통상 통화량은 물가를 통해 통화가치에 반영된다. 통화량 증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물가가 오르면 구매력 하락으로 통화가치는 하락한다.


최근 고환율 여파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물가는 2%대 중반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M2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0%를 넘어선 뒤 가파르게 높아져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150%마저 돌파했다. 잠재성장률이 추락하고 예상 밖 사건이 터지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겠지만, 너무 느슨한 관리 정황도 명백히 포착된다. 최근 3년간 한국의 M2 비율은 3.9%포인트 급등(↑)해 일본(-21.0%포인트↓) 유로존(-9.4%포인트↓) 미국(-7.9%포인트↓)의 급감(↓)과 분명한 대비를 이룬다. 통화량 증가는 서울 중심의 집값 급등 배경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량 증가 폭은 장기평균보다 높은 수준은 아니며, 특히 과거 금리 인하기에 견줘보면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환율 상승 압력은 유동성 요인보다는 해외 증권투자 확대와 수출기업의 외화 보유 선호 등 외환시장의 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원화 약세를 서학개미와 국민연금 탓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원인과 결과의 혼동이 아닐 수 없다. 통화량 증발에 따른 원화 약세와 그로 인한 성장률 부진이 먼저이고 해외 투자는 그에 따른 대응 차원이다. 최근 M2 증가율이 '장기평균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라는 해명도 장기평균의 과도함을 방치했다는 스스로 고백에 불과하다.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줄이게 되는 경우는 한·미 간 성장률 격차가 확대돼 오히려 환율 상방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놓는다. 유동성 증가가 환율에 영향을 미치려면 물가상승률이 미국보다 높아 환율이 상승하는 경로를 거쳐야 하는데, 현재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2%대 중반으로 3%를 넘는 미국보다 낮다는 주장이다. 물론 통화당국만의 책임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급증을 불렀고, 무엇보다 재정 당국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대규모 소비 쿠폰 살포를 반복해 온 건 사실이다. 이젠 통화량 발(發) 원화 약세와 성장동력 약화의 악순환을 서둘러 끊어낼 때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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