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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공장서 숨진 남성…범인은 불 지른 아들이었다 [그해 오늘]

이데일리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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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공장서 숨진 남성…범인은 불 지른 아들이었다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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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악감정 품고 현관에 인분·접착제 발라
멈춰달라는 부모에 돈 요구, 8000만원 받아내
차량 브레이크 훼손 후 살해하려다 미수 그치자
아버지 일터 찾아가 살해한 뒤 방화해 현장 은폐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2023년 1월 18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존속살해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버지를 살해한 뒤 현장에 불을 붙여 시신을 훼손한 아들의 범행이 드러난 것이었다. 50대 남성이 일터에서 아들에게 살해당하기까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아버지에 악감정 품고 계획 범행

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3년 1월 17일이었다. A씨는 둔기 등을 미리 챙겨 아버지 B(사망 당시 50대)씨의 업장인 일산의 한 가구 리폼 공장으로 가 전기 충격기로 B씨를 공격했다. 그는 아버지의 머리를 수차례 때리기도 했으며 목을 졸라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겠다며 방화를 마음먹었다. 이후 A씨는 공장에 불을 질렀고 아버지의 시신 등을 훼손한 뒤 현장을 벗어났다. 신원을 드러내지 않으려 헬멧과 장갑을 착용한 상태였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A씨를 용의자로 지목했고 같은 날 오후 일산서구의 한 상가에서 그를 붙잡았다. 당초 진술을 거부했던 A씨는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했으며 가족사로 인해 아버지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평범한 가족 관계를 유지해 오던 중 2018년 외국 대학에 입학해 유학하는 과정에서 B씨가 보내준 건강식품 때문에 자신의 건강이 나빠진다고 믿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건강이 나빠지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업이 열리지 않자 A씨는 2021년 한국으로 돌아왔고 부모의 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A씨는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것을 보고 삼촌을 찾아가 건강에 대해 상담했고 한약을 먹은 뒤 몸이 회복됐다고 느끼게 됐다. 이후 A씨는 집을 나와 삼촌 등과 함께 거주했는데 당시는 B씨 부부와 A씨의 삼촌, 할머니 등이 상속 문제로 갈등을 겪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삼촌과 할머니로부터 부모에 대한 과거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좋지 않았던 기억과 건강 악화에 대한 것을 아버지와 어머니의 탓으로 돌렸다.


A씨는 이때부터 아버지에게 전화해 악감정을 드러냈고 부모의 집 앞에 인분이나 접착제를 발라뒀다. 부모가 이 같은 행위를 멈춰달라고 하자 A씨는 오히려 현금을 요구했고 실제로 8000만원을 받아냈다.

A씨의 범행은 B씨 부부가 주거지를 옮긴 뒤에도 계속됐다. A씨는 추가로 돈을 달라는 자신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살해를 결심했고 B씨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동선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는 휴대전화로 ‘독 구하는 법’, ‘친족상도례 조항 개정 검토’, ‘존속살해 변호 성공사례’ 등을 검색했으며 B씨의 차량 브레이크 호스를 잘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法 “철저히 계획범행, 반성 없이 살해 이르러”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해 행위와 그 이후의 범행까지도 철저히 계획한 뒤 거리낌 없이 계획대로 살해 행위에 나아갔고 피해자의 기지로 한 차례 미수에 그쳤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결국 살해하기에 이르렀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어 “사체를 손괴하고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 피고인은 미결수용 중에도 교도관의 지시에 불응하고 다른 수용자들의 수용 생활을 방해해 금치 9일의 처분을 받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며 “이 사건 범행은 부모에 대한 감정적 원망과 부모의 재산으로 경제적 곤란을 타개하려는 의도로 인한 것이었는 바 출소 이후 생존한 어머니에 대해 동일한 잔혹 범죄를 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불복한 A씨와 검사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원심판결 선고 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 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심에서 거듭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들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당할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피해자의 누나가 당심에서도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A씨 등이 상고하지 않으며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