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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리더의 서재] 교세라 필로소피, 경영의 기술을 넘어 ‘사람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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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리더의 서재] 교세라 필로소피, 경영의 기술을 넘어 ‘사람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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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값 28,000원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값 28,000원



[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 경영서적 홍수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고전의 반열에 오르는 책이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교세라 필로소피>가 그렇다. 교세라 창업자이자 일본항공(JAL)을 기적적으로 회생시킨 전설적 경영자의 철학을 담은 이 책은,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보다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

이나모리 회장은 젊은 시절, 자본도 인맥도 없이 작은 세라믹 회사로 출발해 교세라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이후 파산 직전의 JAL을 무보수로 맡아 단기간에 흑자 전환시키며 다시 한번 경영 신화를 썼다. 하지만 그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전략이나 기법이 아니다. “경영의 성패는 사람의 마음가짐에서 결정된다.”

이 책은 저자가 평생 조직과 자신에게 요구해온 사고방식과 행동 기준을 정리한 책이다. 목표 설정, 이익 창출, 조직 운영 같은 경영론적 내용도 있지만, 근간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자리한다. 정직, 성실, 겸손, 노력, 감사. 얼핏 보면 교과서적인 덕목처럼 보인다. 사업을 해본 기자 역시 격하게 공감한 내용이다. 무엇보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 평범한 가치들을 극한의 실천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그가 말하는 경영은 계산이 아니라 태도다. “올바른 생각을 강하게 지속하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는 그의 철학은 단순한 정신론이 아니다. 실제로 직원들에게 기술보다 인격을 먼저 묻고, 성과보다 성장 과정을 중시했다.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 신뢰를 택했고, 단기 성과보다 조직 문화에 투자했다. 그 결과가 교세라와 JAL의 기적적 성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타심 경영’은 이런 맥락의 최절정이다. “회사의 존재 이유는 주주가 아니라 사회에 있다”는 말에 공감하는가. 미국 기업인이 들으면 펄쩍 뛸지도 모른다. 직원의 행복, 거래처와의 상생, 사회적 책임을 먼저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이익은 따라온다는 논리를 강조한 미국 기업인이 있던가. 냉혹한 경쟁 논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그의 철학은 낯설다. 하지만 그는 실적으로 증명해왔다.

이 책은 기업 리더만 위하지 않는다. 조직의 리더, 중간관리자, 사회 초년생에게도 유효하다. 이나모리 회장이 저술한 책도 무수히 많지만, 그 내용의 집대성이기 때문이다. “일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나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는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성공을 ‘지위’나 ‘연봉’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성장’으로 정의한다. 지금 우리가 잊고 있던 성공의 기준을 다시 세우게 만든다.


책을 읽다 보면, 이나모리의 경영 철학이 종교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이해된다. 실제로 그는 불교적 세계관을 경영에 접목했다. 하지만 그 핵심은 신념이 아니라 ‘실천’이다. 매일 아침 직원들과 철학을 공유하고, 작은 약속도 지키지 않으면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모습에서 그의 진짜 힘이 드러난다.

요즘 많은 기업이 미션과 비전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 기준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어쩌면 이 책은 그 공백을 채워준다고 할 수 있다. 조직이 어떤 가치 위에 서 있어야 하는지, 리더는 어떤 자세로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빠른 성장, 공격적 확장, 단기 성과가 미덕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하지만 그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느리지만 바르게, 크게 벌기보다 오래 가는 경영. 그의 철학은 지금 오히려 더 절실하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고, 전략보다 중요한 것은 철학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화려하지 않다. 자극적인 사례도, 최신 경영 트렌드도 없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울림이 남는다. “나는 오늘 어떤 기준으로 일했는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진짜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태도에서 나온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그 사실을 평생의 실천으로 증명한 인물이다. 하여 이 책은 경영서이기 전에, 한 인간이 남긴 삶의 기록이다. 리더라면, 아니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반드시 마주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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