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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ETF 성공 주역의 통찰,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딥다이브]

동아일보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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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ETF 성공 주역의 통찰,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딥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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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아시나요? 일반 주식계좌를 이용해 비트코인에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ETF인데요. 이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증시에 처음 상장된 게 바로 2년 전인 2024년 1월 11일이었죠.

비트코인 현물 ETF의 등장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게 됩니다. 개인뿐 아니라 기관투자자까지 끌어들이면서 가상자산이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되기 시작한 거죠.

여러 비트코인 현물 ETF 중에서도 시장을 평정한 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아이쉐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인데요. 이 IBIT 출시의 주역인 케빈 탕(Kevin Tang)을 지난 14일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블랙록 출신 비트코인 ETF 전문가가 말하는 가상자산 시장의 전망을 확인해보시죠.

2년 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비트코인 ETF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화를 이끌었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가 제도적으로 막혀있지만, 정부가 올해 안에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상태다. 게티이미지

2년 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비트코인 ETF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화를 이끌었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가 제도적으로 막혀있지만, 정부가 올해 안에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상태다. 게티이미지


*이 기사는 1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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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핑크가 생각을 바꾼 이유

-블랙록에서 10년 넘게 일하셨죠. 어떻게 가상자산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됐나요?

“2016~2017년쯤 블랙록 리서치팀 동료를 통해 이더리움을 알게 됐는데, 당시 이더리움이 딱 2달러였던 때였죠(현재는 3300달러). 조금씩 사면서 연구하다가 ‘토끼굴’에 빠지고 말았어요. 이건 정말 엄청난 기술이 될 거란 확신이 생겼죠. 그러다 (2019년 말) 블랙록에서 크립토(가상자산) 팀이 꾸려질 때 지원했고, 창립 멤버 3명 중 하나가 됐어요. 지난 5년 동안 비트코인 현물 ETF(iShares Bitcoin Trust ETF, IBIT)와 이더리움 현물 ETF(iShares Ethereum Trust ETF, ETHA), 그리고 이더리움 기반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을 만들어 출시했습니다.”

케빈 탕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를 거쳐, 2015년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블랙록에서 일해왔다. 블랙록에선 디지털 자산 전략을 담당했고, 지금은 스타트업 ‘헬로 트레이드(HelloTrade)’의 공동 창업자 겸 CEO이다. 14일 서울에서 만난 그는 “어머니가 한국인이셔서 한국에 친숙하다”고 밝혔다. 한애란 기자

케빈 탕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를 거쳐, 2015년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블랙록에서 일해왔다. 블랙록에선 디지털 자산 전략을 담당했고, 지금은 스타트업 ‘헬로 트레이드(HelloTrade)’의 공동 창업자 겸 CEO이다. 14일 서울에서 만난 그는 “어머니가 한국인이셔서 한국에 친숙하다”고 밝혔다. 한애란 기자


-블랙록 회장 래리 핑크는 과거 유명한 크립토 회의론자였잖아요. 그는 2017년엔 비트코인을 ‘돈세탁의 지표’라고도 불렀는데요.


“맞아요. 그런데 최근 인터뷰에서 본인이 틀렸었다고 인정했어요. 공부가 많이 필요했다면서요. 냉정히 말해 지난 10년간 크립토 산업 자체가 비약적인 성숙과 진화를 거듭했어요. 비트코인 ETF 출시까지 오래 걸린 것도 2017~18년 당시에는 파트너사들이 준비가 안 돼 있었기 때문이에요. 2023~24년쯤에야 시스템 수준이 블랙록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할 만큼 진화했죠. 긴 여정이었고, 래리도 초기에 본인이 틀렸음을 인정한 거죠.”

-2022년 11월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사태가 있었죠. 그 하락장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확신을 가진 이유가 뭘까요?

“블랙록도 FTX에 투자했었고 큰 손실을 봤죠. 그래도 저희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 충분히 매력적인 자산이라는 근본적인 믿음이 있었어요. 이더리움은 그 위에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올릴 수 있는 인터넷 같은 기초 기술이 될 거라 봤고요. FTX 사태, 루나-테라 사건 같은 온갖 스캔들이 터졌을 때도, 이건 산업 내의 ‘소음’일 뿐이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확신했죠.”


-블랙록은 언제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최종 결정했나요?

“2023년이었어요. 그해 말 신청서를 제출해, 2024년 1월에 승인을 받아 출시했죠.”

-불과 2년 전이네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입장에선 미국 최초의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한다는 건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인데요. 어떻게 경영진을 설득했죠?


“첫 번째는 고객들의 꾸준한 관심이 있었어요. 스캔들과 급격한 가격 변동 속에서도 정말 똑똑한 투자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배우고 싶어 했거든요. 궁극적으로 블랙록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회사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아무 ETF나 출시하진 않아요. 해당 자산이 안전하고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가치가 있는지 분석하죠. 저희는 가격 변동성뿐 아니라 비트코인 자체의 가치에 대해 깊이 연구했고요. 경영진도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이나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서 금과 유사한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했어요.”

비트코인 ETF, 어디까지 커질까

-2024년 1월 IBIT는 출시되자마자 돌풍을 일으켰죠. 그렇게까지 잘 될 줄 예상했나요.

“IBIT는 ‘역사상 가장 빠르게 자산규모(AUM) 1000억 달러를 달성한 ETF’가 됐죠. 사실 그 정도로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어요. 저희가 세웠던 가장 낙관적인 기대치마저 뛰어넘었죠. 내부적으로 1년 안에 운용 자산 200억 달러를 예상했는데, 정점에서 1000억 달러까지 갔으니까요. ETF라는 방식이 개인과 기관 모두에게 얼마나 강력하고 매력적인 도구인지 다시 한번 증명해준 사례입니다. 비트코인을 직접 코인거래소에서 살 수도 있지만, 많은 고객이 여러 이유로 ETF를 선택했으니까요.”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겸 CEO는 2025년 10월 뉴욕타임스 ‘딜북 컨퍼런스’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진화했다”며, 자신의 초기 견해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블랙록이 2024년 1월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ETF IBIT는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ETF라는 기록을 썼다. AP 뉴시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겸 CEO는 2025년 10월 뉴욕타임스 ‘딜북 컨퍼런스’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진화했다”며, 자신의 초기 견해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블랙록이 2024년 1월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ETF IBIT는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ETF라는 기록을 썼다. AP 뉴시스


-사람들이 코인거래소에서 직접 비트코인을 사는 대신 블랙록 ETF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요? 더 쉽고 안전해서?

“정확히 그게 핵심입니다. 첫 번째는 안전성과 보안이죠. ‘IBIT’에 투자하면 블랙록의 운용 시스템을 이용해요. 마음 편하게 블랙록이라는 브랜드와 회사를 믿고 맡기려는 투자자들이 많았죠.

두 번째는 유통망이에요. ETF는 대부분 증권사 플랫폼에서 거래가 가능하잖아요. 주식·채권과 함께 비트코인까지 포트폴리오에 한꺼번에 담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이 많은데요. 빗썸이나 업비트에 코인 따로, 삼성증권에 주식 따로 넣어두는 것보다 ETF로 한꺼번에 관리하는 게 훨씬 편하죠. 마지막으로 수수료입니다. ETF 수수료가 일반 거래소에서 현물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경우가 많아요.”

-규제기관은 어떻게 설득했나요?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왜 결국 승인을 내줬을까요.

“그들의 임무는 결국 투자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거잖아요. 규제기관은 비트코인 시장이 조작될까봐, 너무 작거나 너무 변동성이 커서 ETF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을까봐 걱정했어요. 저희는 비트코인 시장이 ETF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고, 충분히 깊고 유동적인 시장이라는 걸 입증하는 분석자료를 보여줬죠.

그리고 SEC도 ETF가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안전한 방법이라는 걸 이해했어요. 만약 비트코인 ETF가 진작 나왔다면, 많은 미국인이 FTX라는 해외 플랫폼(본사는 바하마)에서 그렇게 큰돈을 잃지 않았을 거예요. 안전하고 편리한 국내 옵션이 있다면, 위험한 곳으로 눈을 돌릴 이유가 없으니까요.”

-최근 미국 대형은행 모건스탠리가 비트코인 ETF 출시를 신청했더군요. 전통 은행도 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는데요. 이제 크립토가 주류 자산에 편입됐다고 평가해도 될까요?

“아직은 아니라고 봅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20%가 어떤 형태로든 가상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데요. 하지만 ‘ETF의 라이프사이클’로 보면 갈 길이 멀어요. ETF의 주요 유통 채널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피델리티·슈왑 등에서 직접 거래하는 개인 투자자, 두 번째는 프라이빗 뱅크(PB) 같은 자산 관리 전문가들, 세 번째는 기관 투자자이죠.

개인 투자자 채널은 이미 상당히 성숙했는데요. 두 번째(자산관리)와 세 번째(기관) 채널은 이제 막 시작 단계예요. 아직 많은 자산 관리 플랫폼에서 비트코인 ETF를 완전히 승인하지 않았죠. 기관 투자자들도 실제로 크립토를 도입한 건 5~10%도 안 될 겁니다. 그래서 저는 낙관적이에요. 두 번째, 세 번째 채널에서 성장할 여지가 엄청나게 많으니까요.”

요즘 코인시장이 답답하다고?

-한국 정부는 올해 안에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에요. 한국 가상자산 시장도 비트코인 ETF 출시 이후 많이 달라질까요.

“네, IBIT가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ETF는 더 안전하고 편리하며 수수료도 저렴할 수 있죠. 특히 자산관리 서비스가 내 비트코인을 대신 관리해주길 원한다면, 업비트 같은 거래소 대신 ETF를 선택할 겁니다.

무엇보다 ‘포트폴리오 통합’이 중요해요. 한국 금융회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면, 한국의 대형 자문 비즈니스에서도 이 ETF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가 훨씬 쉬워질 겁니다. 지금은 업비트 같은 거래소와 기존 자산 관리 플랫폼 간의 연동이 쉽지 않거든요.”

비트코인 가격의 최근 5년 추이.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에서 출시된 2년 전 약 5600만원에 머물렀던 1비트코인 가격은 이제 1억4000만원 정도다. 구글 금융

비트코인 가격의 최근 5년 추이.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에서 출시된 2년 전 약 5600만원에 머물렀던 1비트코인 가격은 이제 1억4000만원 정도다. 구글 금융


-지난해 모든 자산 가격이 다 뛰었는데 가상자산만 홀로 부진했어요. 올해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사장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비트코인은 상당히 잘 해왔어요. 지금은 좀 답답하겠지만 3년 전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가격이 9만 4000달러가 될 거라고 얘기했다면 다들 엄청 기뻐했을 겁니다. 문제는 알트코인이죠. 이전 사이클에선 비트코인이 오른 다음 이더리움, 그 다음 소형 알트코인이 오르는 흐름이 있었는데요. 이번엔 그런 흐름이 나오지 않아서 투자자들이 답답해하는 것 같아요.

시장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전 사이클에서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면 온체인이나 중앙화된 거래소로 와야 했어요. 하지만 이번 사이클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등장하면서 기존 증권 플랫폼에서도 비트코인 투자가 쉬워졌죠. 그러다 보니 유동성이 알트코인이 아닌 비트코인으로만 몰린 겁니다. 두 번째로 알트코인이 너무 많아졌어요. 시장에 넘쳐나다 보니 유동성이 분산됐고, 알트코인들이 차별성을 갖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올해 시장은 변동성이 클 것 같아요. 핵심은 유동성입니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연준이 양적 완화 움직임을 보이면 비트코인은 잘 될 거라 예상합니다. 반대로 유동성이 회수되고 통화 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선다면 비트코인엔 좋지 않겠죠.”

-미국 SEC가 이더리움 스테이킹(Staking) ETF 출시를 조만간 승인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많더라고요. 스테이킹 ETF는 지금의 이더리움 현물 ETF와는 차이가 있는 거죠?

“일종의 ‘배당금’ 같은 개념이 있는 거죠. 저는 SEC가 곧 이더리움 ETF의 스테이킹 기능을 승인할 거라고 믿어요. 이건 투자자들에겐 엄청난 호재가 될 거예요. 지금까지 이더리움 현물 ETF의 가장 큰 단점이 스테이킹을 통한 2~3%의 추가 수익 기회를 놓치는 거였거든요.”

블랙록을 비롯한 미국 금융권은 예금 이자와 비슷한 ‘스테이킹’ 기능도 포함된 이더리움 ETF 출시를 SEC에 신청한 상태다. 게티이미지

블랙록을 비롯한 미국 금융권은 예금 이자와 비슷한 ‘스테이킹’ 기능도 포함된 이더리움 ETF 출시를 SEC에 신청한 상태다. 게티이미지


-비트코인 ETF 시장은 궁극적으로 얼마나 더 커질 수 있을까요?

대형 원자재 시장은 ETF 규모가 전체 시가총액의 5~7% 수준까지 성장하거든요. 비트코인 ETF도 그 정도까지는 충분히 성장할 거고, 더 커질 잠재력도 있다고 생각해요. 직접 투자보다는 ETF를 선호하는 자산 관리사나 기관들이 많아질 겁니다.

다만 전체 시총의 7~8%를 넘기긴 힘들 거예요. 왜냐하면 비트코인의 본질적인 장점 중 하나가 ‘자기 수탁(Self-custody)’이 가능하다는 점이거든요. ETF가 아무리 편리해도 비트코인을 진정으로 믿는 투자자라면, 제삼자에게 자산을 맡기기보다 직접 보유하는 방식을 택할 겁니다. 비트코인은 진정으로 탈중앙화된 가치 저장 수단이니까요. ”

-글로벌 시총을 찾아보니 비트코인이 현재 8위이더군요. 아마존(7위)보단 낮지만 TSMC와 메타보다는 크더라고요. 이렇게 커진 데는 ETF 출시 영향도 있겠죠?

“맞습니다. 비트코인 ETF는 이번 사이클에서 비트코인 대중화의 빗장을 연 아주 결정적인 사건이었어요. 시가총액과 가격 상승에 엄청난 순풍이 되었죠. 특히 ‘IBIT 옵션’ 거래가 활성화된 게 정말 큽니다. 비트코인과 IBIT를 둘러싼 옵션 거래량이 어마어마한데, 이게 다시 ETF의 채택과 유동성을 끌어올리는 ‘플라이휠’ 효과를 내고 있어요.”

-이더리움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면, 이더리움은 실생활 유용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는데요.

“저는 이더리움의 열성적인 팬이에요. 하지만 블랙록에서 지켜본 바로는, 비트코인의 서사가 훨씬 깔끔하고 명확하죠. 크립토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투자 논리가 훨씬 더 강력하게 다가가거든요. 그래서 비트코인이 유입 자금이나 가격 면에서 이더리움보다 훨씬 앞서 나간 거죠.

두 번째로는 이더리움을 둘러싼 ‘소음’이 너무 많아요. 리더십 문제나 수많은 경쟁자의 등장 같은 것들이요. 비트코인은 마땅한 경쟁자가 없지만, 이더리움은 정말 많거든요. 그래서 투자자들이 확신을 갖기가 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더리움에 대해 여전히 매우 낙관적입니다. 가장 탈중앙화되고 안전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s) 플랫폼이니까요. 결국 대형 기관들이나 거대 자본은 가장 안전하고 탈중앙화된 이더리움 생태계로 모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초보자에 맞는 가상자산 투자비율은?

-지난해 블랙록을 떠나서, ‘헬로 트레이드(Hello Trade)’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하셨죠.

“블랙록에서 크립토 엔지니어링 담당이었던 공동 창업자와 같이 나왔어요. 저희는 크립토 시장의 다음 진화 단계가 원자재·주식·채권 같은 ‘전통 자산의 온체인화’라고 믿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24시간 내내 거래하고,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고, 디파이(DeFi)와 연결되는 혜택을 누리는 거죠.

그래서 ‘헬로 트레이드’를 만들고 있어요. 전 세계 인터넷이 연결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24시간 내내 주식에 투자하고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죠. 토큰화된 현물 주식부터 퍼프(Perps, 무기한 선물) 같은 파생상품까지 다룹니다. ‘웹 3.0 버전의 로빈후드(‘금융 민주화’를 표방한 미국 온라인 주식 거래 플랫폼)’라고나 할까요. 올해 3월 출시를 목표로 합니다.”

-한국에는 미래 고객들을 만나러 온 건가요?

“네, 하지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한국 분들에게 출시 첫날부터 서비스를 바로 제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거든요. 한국 법을 준수하면서 한국 개인 투자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이 있는지 법무팀과 꼼꼼히 따져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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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로빈후드보다 더 커질 수도 있으려나요?

“(웃음) 작게 시작했지만 기대는 큽니다. 많은 분이 중앙화 거래소(CEX)의 높은 수수료나 불투명성, 자산 동결 문제 등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요. 내 자산에 대해 온전한 권한을 갖는 ‘자기 수탁(Self-custody)’ 트렌드는 앞으로 더 강력해질 겁니다.”

-본인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선 가장자산 비중이 얼마나 되나요?

“20% 정도 됩니다. 좀 높죠? 아무래도 제가 크립토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서요. (웃음) 나머지 포트폴리오는 주식, 채권, 원자재를 섞어서 가지고 있어요. 최근엔 금과 은 비중도 꽤 늘렸고요. 저는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과 크립토 관련 주식을 다 합쳐서 20%이지만, 보통 이제 막 입문하시는 분들에게는 5% 정도만 권해 드립니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어떻게 보세요? 얼마 전만 해도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라고 했는데, 수익률이 예전만 못하다 보니 관심이 많이 식었는데요.

“한국분들은 기술에 정말 능하잖아요. 바로 그 점 때문에 한국인이 블록체인 기술에 매료되는 것 같아요. 저는 결국 가격이 회복되면 한국 투자자 관심도 다시 돌아올 거라고 봅니다. 마치 인공지능(AI)처럼 크립토 기술의 잠재력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거든요. 이번에 한국의 패밀리 오피스나 기관 투자자들을 만났는데, 다들 이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고 있더라고요. 규제가 정비되면 시장은 더 크게 열리겠죠. 한국 정부가 스테이블 코인을 검토 중인 걸로 아는데, 5~10년 뒤 한국 크립토 산업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 있을 겁니다.” By.딥다이브

<용어설명>

토큰화 펀드=현실 세계의 자산(미국 국채, 현금, 환매조건부채권 등)을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거래할 수 있는 ‘토큰’ 형태로 만든 펀드. 블랙록은 ‘모든 자산은 결국 토큰화될 것’이란 비전에 따라 이더리움 기반 토큰화 펀드인 ‘비들(BUIDL)’을 출시했다.

자기 수탁(Self-Custody)=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기관에 자산을 맡기지 않고, 사용자 본인이 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 가상자산의 경우 자신이 직접 키를 관리하는 디지털 지갑을 이용해 자기 수탁을 할 수 있다.

디파이(DeFi)=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 금융회사를 끼지 않고도 인터넷만 열결되면 누구나 예금, 대출, 투자, 보험 같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스테이킹(Staking)=보유한 가상자산을 블록체인에 예치하고, 그 대가로 추가 코인을 보상받는 것. 은행 예금 이자와 비슷한 개념이다.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s)=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작동하는 자동화된 계약 시스템. 미리 정해둔 조건이 충족되면, 사람이나 중개인의 개입 없이 계약 내용이 자동으로 실행된다.

중앙화 거래소(CEX)=업비트, 빗썸처럼 기업이나 기관이 운영하는 중앙 집중식 플랫폼. 제3자 없이 사용자가 직접 거래하는 탈중앙화 거래소(DEX)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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