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억원대 사기 주범 징역 3년 6개월…재판부 "투자자도 과실"
가상화폐 사기 |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인공지능(AI)으로 가상화폐를 거래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드겨 거액의 투자금을 챙긴 일당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전북 군산시를 무대로 일어난 이 사건은 알려진 피해 금액만 190억원에 달할 정도로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해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렸다.
전주지법 형사3-2 항소부(황지애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주범 A(61)씨에게 적용된 여러 건의 범죄사실을 병합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B(60)씨 등 모집책 4명에게는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1∼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내렸다.
A씨 등은 2017∼2019년 가상화폐 투자 명목으로 투자자들에게 2천800여 차례에 걸쳐 19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군산시의 한 사무실에서 투자 설명회를 열고 "이제 인공지능 시대"라면서 컴퓨터가 가상화폐를 자동으로 거래해 수익을 낸다고 투자자들을 속였다.
A씨 등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전 세계 7천개 거래소를 연결해 가격이 저렴한 국가에서 비트코인을 사고 이를 가격이 비싼 국가에 되팔아 수익을 낸다"고 사업을 소개했다.
이들이 말한 국가별 가상화폐 시세 차익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은 실제 쓰이는 투자 기법의 하나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등으로 국내 거래소의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인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가 한때 횡행했었다.
그러나 A씨 등이 소개한 컴퓨터는 이러한 기능이 없었을뿐더러 투자자들이 돈을 내고 얻은 '달러'라는 이름의 화폐는 통화가치가 거의 없는 일종의 포인트에 불과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에는 피해자들도 방청석에 앉아 재판부의 판단을 지켜봤다. 일부 피해자는 예상보다 적은 형량에 성이 차지 않은 듯 "아이고…"라며 한탄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포인트를 교부하고 투자금을 지급받는 방식으로 상당한 수익을 냈다"며 "사건의 불법성이 드러난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해 피해를 확산했으므로 이를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투자자들 역시 확정적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에 현혹돼 제대로 내용을 알아보지 않고 투자에 이르렀다"며 "이 밖에 피고인들이 범행으로 취득한 수익, 사건 경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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