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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복지부 제작 우울증 드라마, 멈추지 않는 공감 열풍

연합뉴스 서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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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복지부 제작 우울증 드라마, 멈추지 않는 공감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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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자문 거쳐 '가족의 역할' 조명…현실적 위로에 국민 응답
'의지 탓' 아닌 '질병' 인식 확산…24시간 상담 '109' 안전망으로 부각
우울증[서울아산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우울증
[서울아산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처럼 평온하던 집안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을 때가 있다. 성실했던 아내가 갑자기 휴직을 선언하고, 생기 넘치던 눈빛이 초점을 잃은 채 먼 곳만 응시하기 시작한다면 주변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19일 유튜브에 공개한 쇼트 드라마 '아내가 우울증에 걸렸어요'가 공개 4주 만에 조회수 372만 회(2026년 1월 16일 현재 기준)를 돌파하며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는 우울증을 앓는 아내 '주혜'와 그녀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남편 '인혁'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인혁은 아내를 낫게 하려 식물을 가꾸고 정성을 다하지만, 아내와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내뱉는 "괜찮아"라는 말은 서로를 더 깊은 외로움으로 몰아넣는다. 영상 아래에는 "우리 집 이야기 같다", "현실적인 위로를 받았다"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 정신과 전문의 자문으로 완성된 '현실 고증'의 힘

이 드라마가 유독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든 비결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치밀한 준비에 있다. 보건복지부 디지털소통팀은 이번 캠페인을 기획하며 정신과 전문의의 심도 있는 자문을 거쳤다. 단순히 우울증의 증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의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하는가'라는 실질적인 물음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제작 관계자는 "정신과 의사의 조언을 받아 우울증 환자를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과 지인들이 겪는 혼란과 고통을 사실적으로 담으려 노력했다"며 "그들이 환자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임상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극에 녹여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 덕분에 드라마 속 인혁이 겪는 갈등과 깨달음은 수많은 환자 가족이 겪는 현실적인 고군분투로 다가온다.


◇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병"

작품 속에서 남편 인혁은 아내를 비난하는 대신 우울증을 '공부'한다. 많은 이들이 우울증을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일로 오해하곤 하지만, 드라마는 이를 단호하게 부정한다. 우울증은 뇌 속 호르몬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생물학적 질병'이며, 의지만으로 암을 고칠 수 없듯 전문가의 도움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드라마에서 가장 가슴을 저미는 대목은 부부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주혜는 남편에게 "당신이 괜찮다고 해서 다 괜찮아지는 거 아니잖아"라며 참아왔던 말을 터뜨린다. 환자는 미안해서 숨고, 보호자는 무서워서 속마음을 감추는 '가짜 괜찮음'이 서로를 고립시킨다. 해결책을 제시하려 애쓰기보다 "나도 사실은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는 함께 있다"는 솔직한 공유가 치유의 시작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 사회적 안전망 '109'와 함께 걷는 회복의 길

보건복지부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극 중 숨겨진 '109' 번호를 찾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를 국민들에게 더 친숙하게 알리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혼자 감당하기 벅찬 순간, 주저하지 말고 109로 연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4시간 열려 있는 이 번호는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건네는 최소한의 안전 밧줄이다.


드라마 말미에는 정성껏 돌본 토마토가 노란 꽃을 피울 것을 암시한다. 우울증 회복이 단번에 이루어지는 마법은 아니지만,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도움만 있다면 반드시 회복의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상징이다. 세상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면 작은 용기를 내어 '109'에 전화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그 한 통의 전화가 누군가의 내일을 지키는 소중한 시작이 될 수 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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