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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그들만의 검은 거래' 정교 유착은 민주주의 배신

연합뉴스 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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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그들만의 검은 거래' 정교 유착은 민주주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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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공정성 훼손하고 사회 분열 초래…헌법엔 '정교 분리'
일본 아베 집권기 정교 유착, 통일교 해산명령 초래하기도
적막한 가평 통일교 본부(가평=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12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 일대가 적막하다. 2025.12.12 andphotodo@yna.co.kr

적막한 가평 통일교 본부
(가평=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12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 일대가 적막하다. 2025.12.12 andphotod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최근 정치와 종교의 유착 문제가 사회·정치적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통일교와 신천지 등 특정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영향을 끼쳤다는 정교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까지 출범했다. '그들만의 검은 거래'에 칼을 빼든 것이다.

정교 유착 비리 합동수사본부 수장인 김태훈 본부장은 지난 8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좌고우면 없이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여야 정치권에서는 수사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데 여념이 없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이다.

미국 워싱턴DC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 (연합뉴스DB)

미국 워싱턴DC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 (연합뉴스DB)


종교적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건너간 청교도를 중심으로 세워진 미국에서도 정교 분리는 건국 이념에 들어 있다. 미국 독립선언문 작성에 참여했고 제3대 대통령을 지낸 토마스 제퍼슨은 국가가 특정 종교를 후원하거나 강요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시민들의 토론과 동의로 운영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제20조)에도 정교 분리 원칙이 명시돼 있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많은 나라에서 정교 유착이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을 동원하거나 인기에 영합해 권력을 얻으려는 정치권과 정치권력을 이용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종교계가 어둠 속에서 손을 맞잡은 결과다. 정교 유착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배신하는 행위이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인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점이다. 특정 종교 단체가 정책 방향이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쳐 유권자들의 선택을 왜곡시킨다. 정치권이 경쟁 상대 공격에 종교 유착 의혹을 활용할 경우는 대중의 분열을 부추겨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막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국장 (연합뉴스DB)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국장 (연합뉴스DB)


일본에서는 수년전 정교 유착의 고름이 터졌다.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중 피살된 사건을 계기로 정교 유착 문제가 부각됐다. 살해범이 경찰에 "통일교에 원한이 있어 깊은 관계가 있는 아베를 노렸다"고 진술, 사건의 본질이 통일교와 정치권 유착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아베는 총리 재임 시절과 퇴임 후 통일교 계열 단체 행사에 영상 메시지 등을 통해 지지를 표명하거나 행사 축사를 보내면서 유착 의혹이 일었다. 아베가 속했던 자민당 의원 다수가 통일교 계열 행사에 참여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도쿄지방재판소는 결국 지난해 3월 통일교에 해산명령을 내렸다.

정치가 종교와 결합하면 시민은 자신도 모르게 특정 종교의 봉사자로 전락할 수 있다. 심해지면 신앙이 권력이 되고 대의정치가 신정(神政)으로 변질될 위험에 빠진다. 정치권은 독이 든 잔을 멀리해야 하고, 종교계는 신도들의 선의가 빗나간 정치행위로 매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들에겐 유착할 자유가 없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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