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주택에 도입하는 모듈러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공공·민간사업을 통틀어 총 700여가구를 준공하는 데 그쳤던 모듈러 주택을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간 3000가구씩 총 1만5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미리 제작된 방, 주방, 거실 등 모듈 공간을 현장으로 옮겨와 조립하는 집이다. 사전에 공장에서 구조물의 약 70%를 제작한 후, 현장에서 직접 조립·설치하는 방식으로 지어진다. 이로 인해 소음과 분진, 건설 폐기물은 물론 탄소 배출까지 크게 줄일 수 있어 친환경 건축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사 기간 단축과 건설 현장 인력난 해소, 안전사고와 탄소 배출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LH가 민간참여사업(민참사업) 확대에 방점을 찍은 만큼, 대형건설사뿐 아니라 중소형 건설사들도 향후 민참사업으로 추진하는 LH 모듈러주택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 7일 ‘고흥도양 고령자복지주택 건설사업(민간참여)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사업시행자는 중소형 건설업체인 고덕종합건설과 엔알비 컨소시엄이며 사업비는 444억6018만원이다. 해당 사업비 가운데 158억9729만원은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이 사업은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용정리 1164-1 일원 6798㎡ 부지에 고령자를 위한 복지시설로 아파트 최고 15층, 1개 동, 150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같은 날 LH는 ‘완도중도 고령자복지주택 건설사업(민간참여) 사업계획’도 함께 승인했다. 마찬가지로 고덕종합건설과 엔알비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사업비는 289억6770만원이며 이 가운데 86억4280만원은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받는다.
완도중도 고령자복지주택 건설사업은 전라남도 완도군 완도읍 중도리 760-1번지 일원 6873㎡에 최고 14층, 1개 동, 190가구 규모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GS건설은 LH가 발주한 국내 최고층 스틸(steel) 모듈러 아파트 ‘시흥거모 A-1BL 통합형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시흥시 거모동 일원 시흥거모 공공주택지구 내 A-1BL에 위치하며 총 6개 동, 801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529가구는 기존의 철근콘크리트(RC) 공법으로 짓는 동시에 나머지 272가구는 스틸 모듈러주택으로 건설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국내 스틸 모듈러 공법 역사상 가장 높은 14층 아파트가 들어설 전망이다. 이는 현재 국내 최고층 스틸 모듈러 주택인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13층)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용인영덕경기행복주택.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
LH는 지방과 경기 지역을 시작으로 공공주택 민간참여사업에 모듈러주택을 도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새 먹거리로 모듈러주택을 주시하고 있다. 향후 모듈러주택 발주가 확대되면 공공사업이라는 안정성을 기반으로 신사업 발굴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LH는 2016년부터 10년간 자체 건설・국토부 실증・위탁 사업 등 총 12개 지구에서 2261가구 규모 모듈러주택 건설사업을 추진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총 6개 지구에서 768가구의 모듈러주택을 준공했다.
현재 6개 지구에서 총 1493가구의 모듈러 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 발주 사업으로는 ▲세종 5-1 L5(450가구) ▲의왕초평 A4(381가구) ▲부여동남(150가구) 등이 있고, 민참사업으로는 ▲시흥거모 A-1(274가구) ▲고흥도양(150가구) ▲완도중도(90가구) 등을 추진 중이다.
LH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간 5000가구씩 총 1만5000가구를 모듈러 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지난 2023년 밝힌 ‘2030년까지 모듈러주택 연간 3000가구 공급’ 목표보다 2000가구 더 많은 수준이다.
그간 건설업계에서 모듈러주택 시장은 단발성 소규모 발주에 그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LH가 올해부터 민간참여형 모듈러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와 LH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며 모듈러 주택 공급 확대를 공언한 것은 업계 입장에서 매우 환호할 만한 일”이라며 “모듈러 주택 발주 물량 확대가 뒷받침돼야 공사 단가를 낮추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모듈러 주택의 높은 초기 투자비와 기술적 특수성을 고려해 ▲모듈러 전용 공사비 산정 기준 마련 ▲현실적인 공사비 반영 ▲인센티브 확대 등 제도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모듈러주택 공사에 책정하는 공사비는 일반 공사에 비해 30~35% 정도 높은 수준인데 실제 중대형 건설사에서 공사를 진행하면 40% 정도는 더 받아야 사업성이 나온다”라며 “기본적으로 스틸 구조형 모듈러 주택 공사는 일반 공사에 비해 추가로 필요한 철근값만 16% 정도 더 드는 데다 부대 비용까지 합치면 공사하는 데 비용이 40% 정도 더 들어간다”고 했다.
박지윤 기자(jy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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