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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뒤 서해를 황해로?…SNS 낭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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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뒤 서해를 황해로?…SNS 낭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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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지도 ‘황해’ 표시 부분 갈무리

네이버지도 ‘황해’ 표시 부분 갈무리


올해 한중정상회담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네이버 지도, 독립기념관 전시 지도 등이 ‘서해를 황해로 바꾸었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이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중국에 대한 반감에 바탕을 둔 듯한 낭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를 표방하는 집회에서까지 인용되며 ‘극우 집결’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모양새다. ‘황해’는 1961년 이래 65년째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바다 표기다.



지난 6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게시글. 엑스 갈무리

지난 6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게시글. 엑스 갈무리


한중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 6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놀라운 사실. 네이버지도에서 서해가 아닌 ‘황해’ 표기. 언제부터 서해가 황해였나요?”라고 적은 글이 올라왔다. 이 글 작성자는 네이버지도에 ‘황해’라고 표기된 부분에 동그라미 표시를 해 강조했다. 이어 스레드에도 각종 기업과 기관이 한중정상회담 직후 정부 기조에 따라 서해 표기명을 황해로 바꾸었다는 의혹이 잇따랐다. 특히 지난 10일 독립기념관에 전시된 지도가 ‘서해’를 ‘황해’로 바꿔놓았다는 게시글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황해’가 스티커로 덧붙여진 듯한 사진과 함께 제시된 영향이다.



낭설은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윤 전 대통령 지지를 표방하는 집회 발언에서도 반복됐다. 일부 매체 보도를 보면, 지난 8일 충남 천안 터미널에서 열린 ‘윤 어게인’ 집회에서는 “이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서해 바다를 공유하자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며 “네이버 지도에서 서해가 황해로 표기되는 등 영토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서울역 광장 등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네이버나 카카오 지도에서 서해가 황해로 표기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주권 포기”라며 “중국 공산당 요구에 굴복해 서해를 상납하는 국토 참절 행위는 명백한 내란”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주장은 한중정상회담에서 우리와 중국 사이의 서해 구역 획정 논의가 의제가 됐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친중 성향인 이재명 정부가 중국에 해양 주권을 넘겨주려 한다’는 식의 주장을 강조하려, 무리한 명칭 논란까지 끌어온 셈이다.



실제 우리 정부가 사용하는 서해 바다의 공식 명칭은 65년째 ‘황해’다. 해역 명칭을 정하는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황해’는 1961년 국무원(현 국무회의) 고시 제16호에 따라 표준 지명으로 결정된 이후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명칭”이라며 “이는 국제수로기구(IHO)에서 1921년 발간한 ‘해양과 바다의 명칭과 경계’(S23)에서 사용한 명칭을 참고한 것으로 안다. 흑해(Black sea)와 홍해(Red sea)처럼 황해(Yellow sea)도 바다의 색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이 유력하고, 조선시대 이름 붙인 ‘황해도’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황이나 사정에 따라 서해라는 표현도 병행해 사용한다.



지난 10일 스레드에 올라온 게시글. 스레드 갈무리

지난 10일 스레드에 올라온 게시글. 스레드 갈무리


최근 서해 명칭을 황해로 바꿨다고 지목된 네이버는 최소한 2010년부터 황해 명칭을 써온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 지도는 국가기본도를 만드는 ‘국토지리정보원’ 자료를 기반으로 2008년부터 자체 지도를 제작해 제공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스템상 이전 자료는 확인이 어렵지만, 적어도 2010년부터 황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 지도에서는 ‘황해’만 단독 표기하고 있고, 황해를 검색하면 ‘황해’로, 서해를 검색하며 괄호를 친 ‘(서해)’로 결과를 보여준다.



독립기념관도 스티커로 붙인 황해 표기는 ‘과거 보수한 흔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해당 전시물은 ‘조선의 대외정책’ 관련 전시물이다. 2010년 조성 당시 정부의 공식 지명 표기 등을 종합했고 전시 내용은 변경된 바 없다”며 “사진상 보이는 스티커는 실크 인쇄 방식으로 제작된 지도의 노후화로 인해 글씨가 지워져 지난해 9월 보수한 자국”이라고 설명했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중국 관련 가짜뉴스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짚었다. 하 교수는 “그간 경제 협력 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전환되고 역사·문화적인 충돌을 빚어 온 중국에 대해 근거있는 반감이 주를 이뤘다면, 12·3 내란 이후로는 중국 간첩이나 부정선거 개입 등 가짜뉴스에 기반한 혐오가 퍼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특정 세력이 가짜뉴스를 이용해 국내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팩트체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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