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당국이 '휴대전화가 암 등의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기존 지침을 홈페이지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휴대전화가 암 등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던 공식 안내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데 이어 관련 연구에 새로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1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보건복지부가 휴대전화 방사선과 건강의 연관성을 다시 살펴보는 연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산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무선 주파수 에너지 노출이 건강 문제와 연관되지 않는다”는 기존 결론을 담은 웹페이지들을 조용히 삭제했다.
이번 변화의 중심에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이 있다. 그는 오랫동안 휴대전화와 와이파이 등 무선기기가 암을 포함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환경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연방 법원에 청원을 제기해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무선 방사선 규제를 재검토하도록 압박했고, 휴대전화 때문에 뇌종양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소송을 대리하기도 했다. 2023년 한 팟캐스트에서는 “아이들이 독성의 수프 속을 헤엄치고 있다”며 소아 만성 질환의 원인 중 하나로 휴대전화를 지목하기도 했다.
반면 주류 과학계의 시각은 여전히 다르다. FDA를 비롯한 다수의 과학 기관들은 지금까지 휴대전화 사용과 암 발생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고 결론 내려 왔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의 암 역학자인 엘리자베스 플라츠 교수는 “대규모 역학 연구에서도 휴대전화 사용과 암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휴대전화는 암을 유발하는 유형의 방사선을 방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휴대전화 안전 규제는 FCC와 FDA가 나눠 맡고 있다. FDA는 과학적 자문 역할을 하고, FCC는 휴대전화의 주파수 방출 한계를 정한다. 실제로 FCC 웹사이트에는 현재도 “휴대전화나 다른 무선기기가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는 내용이 유지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대체로 같은 결론을 내리면서도, 15년 이상 장기간 사용과 뇌암의 관계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대변인 앤드루 닉슨은 “신기술을 포함한 전자기 방사선과 건강 연구에서 지식의 공백을 파악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홈페이지의 기존 지침 삭제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연구를 누가 주도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여진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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