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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맞는 비가 연대”… 신영복 10주기, 다시 피어난 ‘더불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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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맞는 비가 연대”… 신영복 10주기, 다시 피어난 ‘더불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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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자택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신영복 선생이 엷게 웃고 있는 모습.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015년 4월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자택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신영복 선생이 엷게 웃고 있는 모습.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고 신영복 선생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타계 10주기를 맞은 2026년,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울림으로 돌아왔다. 세대와 젠더, 이념의 파편화로 각자가 고립된 ‘섬’에서 살아가는 각자도생의 시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우리가 여전히 그를 호출하는 이유는 평생에 걸쳐 강조한 ‘함께 맞는 비’의 철학이 이 시대의 가장 뼈아픈 결핍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영복 선생은 ‘나’라는 존재를 타자와 분리된 개별자가 아닌, 수많은 인연이 얽힌 ‘관계망’ 속에서 정의했다. 그의 사상은 고립된 개인들이 어떻게 서로를 발견·화합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대답을 제시한다. 특히 그는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대상에 대한 시혜적 동정이나 거리 두는 관찰을 넘어, 타자가 처한 고통의 현장에 직접 발을 딛고 세상을 바라보라는 인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성미가엘 성당에서 열린 ‘신영복 선생 10주기 추모식’ 전경. 성공회대 미디어센터 제공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성미가엘 성당에서 열린 ‘신영복 선생 10주기 추모식’ 전경. 성공회대 미디어센터 제공


지난 15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성미가엘 성당에서 열린 10주기 추모식에는 각계 인사와 시민 300여명이 모여 신영복 선생의 사유를 되새겼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유홍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신영복 서체에 담긴 공동체적 미학을 조명했다. 그는 “선생의 글씨는 한 글자의 부족함을 다음 글자가 보완하고, 앞행의 결함을 뒷행의 배려로 감싸 안는다”며 “그 속에 흐르는 따사로운 인정은 서로 의지하고 양보하며 살아야 한다는 선생님의 가르침과 닮아있다”고 회고했다



전·현직 대통령의 추모 메시지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문진영 사회수석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신영복 선생의 사상은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합으로 나아가는 보편적 인간애의 지표”라며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보듬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고민정 의원이 대독한 메시지에서 “선생은 현대사의 고통을 지극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시대의 스승 ”이라며 “선생께서 강조해 온 ‘관계론 ’과 ‘더불어 ’의 정신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숲으로 되살아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교정에 고(故) 신영복 선생의 서예 작품을 형상화한 ‘더불어숲’ 철제 조형물의 제막식이 진행됐다. 더불어숲 제공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교정에 고(故) 신영복 선생의 서예 작품을 형상화한 ‘더불어숲’ 철제 조형물의 제막식이 진행됐다. 더불어숲 제공


성공회대 교목실장 차피득 신부는 고인의 사상이 단순한 위안을 넘어 실천적 지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생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닌 ‘방향’이며, 그가 보여준 것은 기적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태도와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추모객들은 성공회대 구두인관 정원에 세워진 ‘더불어 숲’ 철제 조형물을 제막하고, 추모공원에 고인을 향한 다짐을 담은 ‘언약돌’을 놓으며 그의 뜻을 기렸다.



신영복 선생의 글과 사상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조용히 되묻게 한다. 각자도생의 광야에서 우리가 다시 서로의 손을 잡고 ‘더불어 숲’이 되어야 한다는 고인의 외침은, 10년의 세월을 넘어 2026년 우리에게 선명한 시대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









신영복 선생은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간 옥중생활을 한 뒤 1988년 특별가석방됐다. 옥중에서 쓴 글을 모아 펴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한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으며, 이후 성공회대학교에서 오랜 기간 강의와 사유 활동을 이어가며 관계·연대·공동체 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이어갔다. 대표 저서로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외에도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숲’ ‘처음처럼’ 등이 있으며, 그의 글과 사상은 여전히 사회적 논의의 기준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부원장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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