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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경영학 수업…"리더들이여, 경영의 주권을 되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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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경영학 수업…"리더들이여, 경영의 주권을 되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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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영 기자]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인류에게 던진 명제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보편적 성질이나 본질이 존재하지 않는 無(무)의 상태로 태어난다고 했다. 대신 매순간 자유에 따라 선택하고, 선택에 대해 책임지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주체적인 존재라고 봤다.

사르트르의 이러한 실존주의적 사상은 현대인의 불안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한다. 정해진 삶의 경로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현대인은 사르트르의 말처럼 '자유라는 형벌'에 처해 있다. 무한한 자유는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는 불안을 수반한다. 삶의 중대한 기로에 설 때마다 제발 좀 대신 선택해달라며 신을 붙잡고 호소하고 싶은 충동은 어쩌면 책임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無(무)의 상태로 세상에 던져진 채 불안을 겪는 존재는 인간뿐일까. <사르트르의 경영학 수업>의 저자 정인호는 실존주의라는 렌즈를 가지고 인간을 들여다보는 대신 기업과 경영을 해부하고는 앞선 물음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놨다. 그리고 냉혹한 시장경제에 던져진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실존주의 철학에서 찾았다.

기업은 조직이 규정한 시스템이라는 본질에 꼭 붙어있으려는 성질을 띤다.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명함을 내밀듯 "우린 이런 기업이다" 하고 데이터를 내민다. 리더가 직관을 갖고 결단을 내리기보다는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경로를 뒤따른다. 거대한 시스템이 제공하는 안락한 굴레 속에서 표류하다 보면 '선택'과 '책임'이라는 인식은 점점 희미해진다.

저자는 <사르트르의 경영학 수업>에서 시스템 중심의 사고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경영의 중심에서 인간의 주권을 다시 세울 것을 촉구한다. 無(무)에서 시작해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인간처럼 기업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고 말이다. 데이터를 늘어놓고 시장의 틈새를 찾는 방식으로는 위대한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도 전한다.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를 논하며 '자기기만'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무한한 자유에 따른 책임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일종의 핑곗거리다. 저자는 이 개념도 경영 논리에 대입했다. 과거의 데이터와 낡은 관습이라는 본질에 얽매인 기업과 리더는 사르트르가 비판한 자기기만에 빠진 존재일 뿐임을 경고한다. 리더가 시장 상황, 기업의 관습을 핑계 삼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변명하는 순간 기업은 주체에서 객체로 전락해 창조의 동력을 잃게 된다.

이 책은 불확실성이 상수인 현대의 경영 환경에서 길 잃은 리더에게 실존주의라는 도구를 쥐어준다. 그리고 경영을 삶의 문제로 되돌려 놓는다. 인간이 범람하는 자유에서 불안을 경험하듯 리더도 불완전한 조건 속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존재다. 이들에게 불안은 회피해야 할 약점이 아니라 의미 있는 실존의 징후다. 존재론적 소명을 받아들이고 충실히 이행할 때 열리는 다음 단계는 생각보다 짜릿할 수 있다.

저자 정인호의 <사르트르의 경영학 수업>은 안락한 경영 지침서와는 거리가 멀다. 기업과 리더에게서 데이터와 관습, 시스템을 빼앗고 자유와 선택, 책임이라는 실존을 직면하게 한다. 그리고 시장이라는 무대로 나가 무엇이든 되어보고 결정해보고 책임져보라고 등을 떠민다. 인공지능이 모든 걸 예측하고 결정하는 시대에 시스템 바깥에서 내리는 리더의 주체적인 결단만이 조직을 진정으로 살아있게 만든다. 시스템 안에서 기업을 정의하고 증명하기 위해 늘 데이터와 씨름하던 이들이 이 책을 펼쳐들면 다소 무거운 책임감 속에서 묘한 해방감을 맛볼지도 모른다.


저자 정인호는 경영학 박사이자 경영평론가로서 현재 GGL리더십그룹 대표로 있으며 컨설턴트, 칼럼니스트, 작가로서 활동 중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3000회 이상 강연을 진행했으며 벤처기업 사외이사 및 스타트업 전문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리더 포비아>, ,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하버드대학 세계 고전>, <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 <다시 쓰는 경영학>, <언택트 심리학>, <갑을 이기는 을의 협상법>,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당신도 몰랐던 행동 심리학>, <화가의 통찰법>, <아티스트 인사이트>,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호모 에고이스트>, <협상의 심리학>, , <다음은 없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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