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일부 국무위원 소집통지 결여, 심의권 침해 해당"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아시아투데이 손승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심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12·3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회의 절차가 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비상계엄 자체를 위헌·위법하다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절차적 위법성을 언급했다는 데에서 향후 내란 사건 전반의 사법적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16일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혐의 전반을 유죄로 판단했다.
우선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에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한 행위에 대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소집하는 경우, 국무위원 전원에게 소집통지를 해야하고, 일부 국무위원에 대한 소집통지가 결여된 경우에는 해당 국무위원의 심의권이 침해됐다고 봐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의 "통상 국무회의와 달리 계엄 선포와 관련해 일부 국무위원에게 소집 통지를 하지 못한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헌법과 관계 법령 상 긴급한 경우에 국무회의 소집통지를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취지의 예외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전원에 대한 소집통지를 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긴급한 상황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 권익을 다각도로 침해할 수 있어 타 수단과 방법이 없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선포돼야 한다"며 "계엄 선포와 관련해 국무회의 심의를 특별히 명시한 것은 위험성을 가진 대통령 국가긴급권 행사의 오남용을 막고 독단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024년 12월 30일과 2025년 1월 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각각 발부받은 체포영장과 대통령 관저 수색영장을 모두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와 관련해 "일신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대통령경호처를 사실상 사병화했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선포문을 사후에 작성하고 폐기하도록 승인한 혐의에 대해서도 "대통령으로서 헌법 수호와 법질서 준수 의무가 있는데도 헌법을 경시한 태도를 보여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 혐의 역시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이 경호처 직원에게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와 수사기관이 비화폰을 열어보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시킨 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사적 이익 추구가 목적"이라고 했다.
다만 허위 공문서를 행사한 혐의는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이 문서를 폐기하기 전까지 다른 사람에게 제시하거나 외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문서에 관련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외신에 배포한 대통령실 입장문에 허위 사실을 적시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외신 프레스 가이던스(PG) 내용에 일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된다 해서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선고는 법원이 방송사의 중계 신청을 허가하면서 TV 등으로 생중계됐다. 재판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각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유무죄 판결을 하는 동안 얼굴이 점점 붉게 상기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전 대통령은 퇴정하면서 재판부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한편 이날 선고 직후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판결은 반드시 재검토 돼야 한다"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다음주께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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