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가 국가대표 인공지능(AI) 선발전 격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당초 계획에 없던 재도전 제도를 새로 도입했지만, 이로 인해 이의제기·재공모·재심사 등 추가 절차가 불가피해지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AI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클라우드는 전날 정부의 1차 평가 결과를 수용하겠다며 재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와 NC AI 역시 이번 재도전 절차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류제명 2차관 주재로 독자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 결과 업스테이지, SK텔레콤, LG AI 연구원이 선정됐으며 NC AI는 기술적 측면, 네이버클라우드는 독자성 논란 등을 이유로 탈락했다.
정부는 당초 1차 평가에서 5개 정예팀 가운데 1개 팀만 탈락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평가 결과 2개 팀이 탈락하면서 계획에 없던 공석이 발생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탈락 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정예팀 1곳을 추가 선발하는 재도전 공모를 진행하기로 했다.
류 차관은 “네 번째 자리가 공석이 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2단계 평가에 참여할 새로운 기업을 공모하는 과정은 최대한 빨리 행정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재도전 제도 도입으로 인해 사업 일정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보고 있다. 1단계 평가에서 떨어진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는 10일 간 이의제기를 신청할 수 있다. 또 재도전 기업에 대한 평가도 실시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당초 지난해 12월 말 5개 정예팀을 대상으로 1차 모델 성능 평가를 실시한 뒤 경쟁팀을 4개 팀으로 압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SK텔레콤과 네이버클라우드에 공급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최적화 작업이 지연되면서 일정은 이미 이달 15일로 한 차례 연기된 상태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런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재도전 불참을 선언하면서, 재공모 절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도전에 나섰다가 다시 탈락할 경우 기업 이미지 훼손과 시장 불안 확대를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1차 평가 결과 발표 직후 네이버 주가는 5%대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바이벌 형식이다 보니 기회를 더 주겠다는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기업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부담감은 당연한 것”이라며 “주가 하락도 염려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재도전을 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재도전 제도에 대해 특정 기업을 배려하기 위해 급조된 방식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소수 경쟁 압축 방식은 최종적으로 두 개 기업을 선정하기보다는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에 재도전 제도는 최대한 많은 기업이 참여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제시한 ‘독자성’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벤치마크 평가, 전문가 평가, 사용자 평가와 함께 기술적‧정책적‧윤리적 측면에서 1차 결과를 내렸다.
독자성의 경우 해외 모델 미세조정(파인튜닝) 등으로 개발한 파생형 모델이 아닌 모델의 설계부터 사전학습 과정 등을 수행한 국산 모델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AI 모델의 가중치, 학습 방법 등의 기준은 불분명하다. 또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오픈소스 기반 개발도 자유롭지 못하다.
함유근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전 한국빅데이터학회장)는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는 독자성도 있으나 AI 3강 도약을 위한 속도전에 뛰어든다는 것이었다”라며 “공공기관도 아닌 정부에서 진행한 사업에서 재도전 제도란 나쁜 선례가 생겨 유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AI 사업은 오픈소스의 사용 여부를 따질 것이 아닌 누가 가장 뛰어난 기술을 빠르게 개발하느냐에 달린 것”이라며 “중국도 미국의 AI를 참고하며 기술력을 늘려나갔기에 모호한 평가 기준을 고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