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를 대표하는 콘택트 히터이자 안타 기계로 이름을 날린 서건창은 하필 개인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앞두고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재수와 삼수를 해야 할 정도였지만, 성적은 좀처럼 반등하지 않았다. 2021년 144경기에서 타율 0.253에 그쳤고, 2022년에는 77경기에서 타율 0.224로 부진했다. 더 떨어질 곳도 없을 줄 알았지만 2023년 44경기에서 기록한 타율 0.200은 충격적이었다.
그 사이 기대를 걸고 서건창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LG에서도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어쩌면 서건창을 위한 자리가 없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를 직감한 서건창은 2023년 시즌 뒤 LG에 방출을 부탁해 KIA로 이적했다. 2024년 KIA에서 94경기에 나가 타율 0.310, 출루율 0.416을 기록하는 등 쏠쏠한 활약을 하며 시즌 뒤 드디어 FA 자격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서건창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는 낮아진 상황이었고, 줄다리기 끝에 1+1년 총액 5억 원이라는 다소 초라한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 설상가상으로 2025년 팀 내 로스터 경쟁에서 밀리며 존재감조차 희미해졌다. 서건창은 2025년 1군에서 10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마저도 타율은 0.136까지 폭락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적표였다.
현역을 접을 것을 고려할 수도 있는 나이였다. 그리고 서건창의 평소 성품과 행실을 눈여겨 본 이들의 다양한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서건창은 이 제안을 모두 물리쳤다. 이대로 은퇴할 수는 없었다. “현역을 더 이어 가고 싶다”라며 제안을 정중하게 고사했다. 울산 웨일즈의 트라이아웃에 참가하지 않으며 궁금증을 자아낸 서건창은 결국 친정팀 키움의 품에 안겼다.
키움은 “내야수 서건창과 연봉 1억 2천만원에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공식 발표했다. 서건창은 2021년 시즌 당시 LG와 트레이드로 키움을 떠났고, 이후 돌고 돌아 다시 친정팀에 합류했다. 추운 겨울이 이어진 가운데 친정팀이 서건창에 손을 내민 셈이 됐다.
키움은 “이번 계약으로 서건창은 5년 만에 히어로즈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됐다”면서 “서건창은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08년 LG트윈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2년 히어로즈로 이적해 그해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석권하며 리그 정상급 2루수로 자리매김했다”고 히어로즈와 인연을 소개했다.
구단은 “서건창의 친정팀 복귀를 환영한다. 풍부한 경험은 물론 히어로즈의 문화와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는 선수”라며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인 만큼 이번 겨울을 잘 준비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총평했다.
서건창은 육성선수·방출선수 신화로 불린다. 프로 첫 경력은 LG에서 시작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고 이후 우여곡절 끝에 넥센(현 키움)에 입단했다. 그런 서건창은 악바리 같은 성향으로 절벽을 기어오른 가운데 키움과 수많은 영광을 함께 했다.
2012년과 2013년 가능성을 선보인 서건창은 2014년 201안타와 타율 0.370을 기록하며 일약 KBO리그 역사를 쓴 사나이로 등극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3할 타율을 유지하며 팀 타격에 보탬이 됐다. 하지만 2018년 치명적인 무릎 부상 이후 서건창의 장점인 타격이 무너졌고, 수비에서도 범위가 좁아지면서 경력의 위기가 찾아왔다. 이후 확실하게 반등하지 못한 채 5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키움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서건창은 “저를 많이 사랑해주셨던 팬들 앞에 다시 설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며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하다. 좋은 기억이 많은 곳으로 돌아온 만큼 책임감을 갖고 후배들을 잘 다독이면서 좋은 시즌을 치를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건창은 오는 25일(일)부터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으로 합류해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편 히어로즈는 이번 비시즌 동안 두 명의 걸출한 ‘히어로’를 팀에 복귀시켜 관심을 모으고 있다. LG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뒤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해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한 박병호를 코치로 다시 데려왔다. 박병호는 2022년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어 KT로 이적했고, 이후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한 뒤 한 시즌 반을 뛰었다. 박병호와 서건창의 영입이 당장의 전력에 엄청난 효과를 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키움은 옛 히어로들의 귀환이 장기적으로 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