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형사 재판 중 첫 판단…혐의 대부분 인정
尹 변호인단 “판결 반드시 재검토돼야” 항소 예정
尹 변호인단 “판결 반드시 재검토돼야” 항소 예정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 방해 및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등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윤 전 대통령이 연루된 8개 재판 중 나온 첫 법적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16일 오후 2시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형을 내렸다. 선고에는 약 1시간 가량 소요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먼저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1·2차 체포영장 집행이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수처가 2024년 12월30일과 지난해 1월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각각 발부받은 체포영장과 대통령 관저 수색영장은 모두 적법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당시 박종준 경호처장 등에게 영장 집행을 저지하라고 지시한 행위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 교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외관을 갖추려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한 행위에 대해서도 “교육부 장관 등 7명에게 소집을 통지하지 않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한 행위는 이들의 심의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민들에게 국가 안보 위기 상황 등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메시지 계엄’을 선포하려 했다고 주장하지만 국무위원 전원에게 소집을 통지하지 못할 정도로 긴급성과 밀행성이 요구되는 상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비상계엄과 같은 국가긴급권 행사할 경우 그 오남용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무위원 모두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통보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계엄 해제 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서명한 문서에 의해 계엄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선포문을 작성·폐기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역시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해당 문서를 실제로 행사한 혐의에 대해선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이 문서를 폐기하기 전까지 다른 사람에게 제시하거나 외부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한 행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헌정질서 파괴의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내용이 담긴 PG(프레스 가이던스·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1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공판 생중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받는 과정에서 경호처 공무원들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법한 영장 집행을 저지하거나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며 “일신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사실상 사병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무력화시키고 국가 법질서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허위공문서 작성 등 범행의 경우 적극적으로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흰 와이셔츠에 짙은 남색 정장 자켓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왼쪽 가슴에는 수용번호 ‘3617’이 적힌 명찰이 부착돼 있었다.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허공을 응시하거나 고개를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선고 직후 변호인단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이후 재판부에 목례한 뒤 퇴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직후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오늘의 유죄 판결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 행사와 형사 책임의 경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논리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향후 어떠한 대통령도 위기 상황에서 결단을 내릴 수 없게 되며, 통치 행위는 언제든지 사후적으로 범죄로서 재구성하게 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며 “이 판결은 상급심에서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선고는 줄줄이 예정된 내란 관련 재판에서 법원이 어떤 사실관계와 법리를 채택할지를 가늠할 첫 기준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기소된 관련 사건들은 일부 사실관계가 맞물려 있는 만큼 첫 선고가 향후 사건 판단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선고 과정은 법원의 중계 허가에 따라 TV로 생중계됐다. 전직 대통령의 재판 생중계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에 이어 세 번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