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사설] ‘체포방해’ 징역 5년, 비상계엄 위헌성 첫 인정한 사법부

경향신문
원문보기

[사설] ‘체포방해’ 징역 5년, 비상계엄 위헌성 첫 인정한 사법부

서울맑음 / -3.9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가 16일 윤석열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윤석열의 내란 관련 8개 형사재판 중 사법부의 첫 번째 판단으로, 12·3 비상계엄 발생 409일만이다.

재판부는 윤석열이 지난해 1월3일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를 방해한 혐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외관을 갖추려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폐기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단이다.

백대현 부장판사의 재판 진행도 돋보였다. 재판 생중계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했고, 엄정하고 절제된 언어로 사법의 권위를 세웠다. 백 부장판사는 윤석열의 각종 궤변과 법꾸라지 행태를 법리적으로 조목조목 비판한 뒤 “일신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사실상 사병화했다”고 질타했다. 또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범행 내용 등에 비춰 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었던 피고인의 범행으로 훼손된 법치주의를 바로 세울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더해 볼 때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사상 초유의 ‘시간’ 단위 계산법으로 윤석열을 풀어주고 법정을 ‘봉숭아 학당’으로 만든 ‘지귀연 재판부(형사합의 25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주 내란 우두머리 사건 공판에서 사형 구형에도 웃음을 짓던 윤석열도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지었다. 다만 특검의 구형(징역 10년)에 비해 징역 5년은 가볍고, 초범이라는 감경 사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재판은 내란 사건의 본류는 아니지만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사법부가 최초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크다. 당시 윤석열을 체포하기 위한 공수처와 검찰·경찰의 활동과 법원의 영장 발부 등이 절차적으로 적법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다른 재판이 지연돼 구속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이번 선고로 윤석열의 신병은 확보됐다. 이번 판결대로라면 계엄선포문 위조 등에 관여한 한덕수 전 총리는 유죄와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지금부터는 오롯이 사법의 시간이다. 윤석열은 이번 재판 외에도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에서 넘긴 사건으로 7개 재판을 받는다. 지귀연 재판부의 1심 선고는 내달 19일 이뤄진다. 2심은 내달 23일 서울고법이 내란전담부를 가동해 진행한다. 법원은 내란 세력에 대한 엄정한 심판으로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고 대한민국의 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백대현 부장판사가 16일 윤석열의 체포 방해 혐의 등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윤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백대현 부장판사가 16일 윤석열의 체포 방해 혐의 등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윤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