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 우승, "상금 3억으로 노년에 국숫집 낼 것"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조림인간, 연쇄 조림마, 조림핑”
셰프 최강록은 2013년 올리브 채널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2’(이하 ‘마셰코 시즌2’)로 방송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늘 ‘조림의 대가’로 불렸다. 내로라하는 셰프들이 그의 조림 음식을 맛 본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덕분에 그는 ‘마셰코 시즌2’에서 우승하며 유명세를 탔다. 2024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1’에 출연한 것도 ‘마셰코’의 후광이 컸다.
시즌1 방송 때는 “나야 들기름”이라는 익살맞은 멘트로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그의 행보는 예상 밖을 벗어났다. 손님이 물 밀 듯 밀려오던 식당 네오를 폐업한 뒤 두문불출했다.
유일하게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도 더 이상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 게 아니라 버린다’는 말이 나왔다.
그는 이 기간 ‘흑백요리사 시즌2’에 도전했다. 이미 두 번의 오디션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셰프의 ‘재도전’은 ‘잘해봐야 본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할 때 먹었던 깨두부와 소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흡사 ‘들기름’처럼 허를 찌르는 ‘한 방’이었다. 그리고 행여 ‘스포일러’가 돌까 봐 말 그대로 잠적했다. 자칭 ‘CPU가 느리다’는 최강록 다운 선택이다.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최강록과 ‘흑백요리사’ 제작진을 만나 프로그램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최강록 셰프와 일문일답
Q. 다시 도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시즌1 방송 전 제작진을 만났을 때는 외식업이 침체된 시기였다. 당시 제작진이 내게 ‘불쏘시개가 돼 달라’고 했다. 이번에는 ‘불쏘시개’ 말고 완전 연소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이 왔다. ‘마셰코’ 우승 뒤 13년이 지나 이미 내 자신이 ‘고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완전 연소해서 없어지는 게 좋은 결말이라 생각했다.
Q. 재도전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A. 무대가 꽤 높았다. 무대 위에 올라가 설명을 듣는데 안성재, 백종원, 두명의 심사위원에게 합격패스를 받아야 하다니 굉장히 공포스러웠다. 무를 수만 있다면 무르고 싶었다. 그런데 밑에서 조리대가 올라오는 무대세트를 보며 마음을 접었다. 제작진이 돈을 많이 쓴 것 같았는데 여기서 무르면 안될 것 같았다.
Q. 재도전에 임하며 목표가 있었나?
A. 첫 번째 목표는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내 나름의 결승지점은 팀전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팀전’을 하는 세 게임 내내 내가 게임을 안 뛰어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느낌이었다. 진이 빠질 정도로 쫄깃쫄깃했다.
Q. 만났던 셰프 중 영감을 준 셰프가 있다면?
A. 최연장자 분들을 보면 용기를 얻는다. 시즌1의 여경래 셰프님, 시즌2의 후덕죽 셰프님들이다. ‘쫄리는’ 기분이 들 때마다 그분들을 볼 때면 허벅지를 꼬집는 느낌을 받곤 한다. 약해지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Q. 첫 번째 미션과 마지막 미션에 낸 음식 의미가 있나?
A. 돌아가신 가수 신해철을 좋아했다. 시즌1때 인생요리로 ‘민물장어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탈락해버렸다. 그래서 첫 번째 미션 음식은 장어로 내놓았다.
결승 때 선보인 음식은 가게에서 먹던 직원식이었다. 직원식을 위한 재료만 따로 주문할 때도 있지만 주로 남는 재료들로 먹곤 했다. 내일 쓰지 못하거나 버릴 순 없고 먹어야 하는 재료들. 성게알 같은 재료가 남는 날은 행운이다. 그건 함부로 먹을 수 없는 비싼 식재료니까.
'깨두부'는 예전부터 종종 쒀 먹었다. 20대 때나 30대 때는 '깨두부'를 쑬 때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 머리도 잘 안돌아가고 체력이 떨어져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깨두부'를 통해 내가 아직도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
Q. ‘나를 위한 요리’라는 결승 미션을 들은 뒤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우선 심사위원들의 눈치를 안봐도 됐다. 엄청난 자유를 얻은 느낌이었다. 맛의 유무를 떠나 이 미션 덕분에 자기 고백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마셰코’ 때부터 조림을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었고 스스로 잘하는 척 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았던 시간이 있었다. 그게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Q. 도수가 높은 ‘빨간 뚜껑’ 소주를 내놓았던데?
A. 곧 50살이 목전이다. (최강록은 1978년생이다.) ‘빨간 뚜껑’ 소주는 중년의 상징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하루를 정리하는 한잔이라는 의미에서 노동주기도 하다. 평소 하루 일과를 마무리할 때 글라스로 ‘빨간뚜껑’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잠들곤 한다. 만약 소주 광고가 들어온다면 하겠다.
Q. 결승 미션에서 남긴 멘트도 인상적이었다. 전국 셰프들의 노고를 위로해줬다.
A. 내가 ‘히든 백수저’라는 타이틀로 출연했다. 시즌1과 같은 마음으로 출연할 수 없었다. 시즌2에는 유독 출연을 원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내가 한자리를 차지한 거다. 그래서 값지게 메우고 싶었다. 이 자리에 나오고 싶어했던 모든 분들을 대신한다는 마음이었다.
Q. ‘마셰코’, ‘흑백요리사 시즌1’ 뒤 시즌2에 출연해 우승한 게 삼수 끝에 서울대 진학한 느낌이다. 다만 룰을 잘 알고 있어 결승에서 ‘요리괴물’보다 유리한 고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A.나도 방송 보며 깜짝 놀라곤 했는데, 따로 멘트를 준비한 건 없다. 내가 요리를 잘해서 우승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리괴물 이하성님은 대단한 실력자다. 출연자 모두 우승할 수 있는 저력이 있는 분들이었다.
Q 우승 스포일러도 돌았다.
A. 짐을 싸서 꽁꽁 숨어있었다.
Q. ‘마셰코’의 강레오 셰프, ‘흑백요리사’의 안성재 셰프의 평가는 어떤가?
A. 두 분 모두에게 칭찬을 받아도 좋지만 저희 가게에 손님으로 오신 분들에게 칭찬을 받아도 좋은 기분은 매한가지다. 안성재 셰프는 결승전 음식을 드신 뒤 ‘최강록 셰프는 제게 언제나 조림핑이십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인상적이었다.
Q. 시즌1종영 뒤 식당을 폐업했다. 이번에는 김태호PD와 손잡고 ‘식덕후’란 예능 프로그램까지 찍는다. 더 이상 식당 운영계획은 없나?
A. 식당 폐업은 정해진 수순이었는데 ‘흑백요리사 시즌1’이 그렇게 인기 많을지 미처 몰랐다. 방송 뒤 기대감을 갖고 손님들이 몰려왔다. 다행히 잘 탈출했다. 식당운영은 당분간 할 계획이 없다. 운영도 힘들고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다. 다만 저도 먹고 살아야 하니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다. ‘식덕후’는 작년에 촬영한 콘텐츠다.
Q. ‘마셰코’ 때도 상금 3억원을 받았다. 당시엔 식당 운영하며 생긴 빚을 갚는데 쓰겠다 했다. 이번 상금 3억원은 어디다 쓸 예정인가?
A.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 (웃음) 다행히 이번에는 망한 가게가 없다. 노년에 국숫집을 내고 싶은데 그때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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