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UN)가 합의한 해양 생물다양성 보호 협정, 공식 명칭으로 Biodiversity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Agreement(BBNJ)가 2026년 1월 중 발효되며, 국가 관할권 밖 공해(高海)와 국제심해저를 보호하기 위한 최초의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체제가 가동된다.(사진=UN 제공) |
[SDG14 해양생태계 보존] 거의 20년에 걸친 협상 끝에 국제 해양 거버넌스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역사적 합의가 마침내 현실이 된다.
국제사회(UN)가 합의한 해양 생물다양성 보호 협정, 공식 명칭으로 Biodiversity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Agreement(BBNJ)가 2026년 1월 중 발효되며, 국가 관할권 밖 공해(高海)와 국제심해저를 보호하기 위한 최초의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체제가 가동된다.
이 협정은 전 세계 해양 표면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공해와, 지구 생명 공간의 90% 이상을 구성하는 해양 '체적'을 포괄한다. 대부분의 생명 활동이 바다 깊은 곳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번 발효는 사실상 지구 생태계 관리 범위를 육상에서 해양 전반으로 확장하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공해를 '공동 관리 자산'으로
BBNJ의 핵심 목표는 그동안 사실상 무주지에 가까웠던 공해와 국제심해저를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규정하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는 데 있다. 특히 이 협정은 해양 분야 국제법 가운데 처음으로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참여, 성별 균형을 명시한 포괄적 거버넌스 원칙을 담았다. 이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해양 오염이라는 이른바 '삼중 지구 위기'에 대응하는 제도적 기반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BBNJ 협상 과정에서 탄자니아 대표단을 이끈 외교관 므제 알리 하지는 "이제 공해에서의 활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오염을 하면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명확한 통제가 시작됐다"고 강"했다.
BBNJ는 '바다의 헌법'으로 불리는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UNCLOS)를 토대로 한 새로운 집행 협정이다. 1994년 발효된 UNCLOS가 해양 이용과 자원 개발의 기본 규칙을 정했으며, BBNJ는 공해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에 대한 구체적이고 통합적인 틀을 제공한다. 특히 기후변화와 2030 지속가능발전의제(SDGs) 등 현대적 글로벌 과제를 해양 거버넌스에 본격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발효로 현재까지 비준을 완료한 81개국은 협정을 자국 법체계에 반영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진다. 협정은 최소 60개국이 비준한 뒤 120일이 지나면 발효되도록 규정돼 있으며, 이에 따라 공해에서의 활동은 더 이상 규범의 사각지대에 머물 수 없게 된다.
누가 참여했고, 누가 남았나
비준국에는 중국, 독일, 일본, 프랑스, 브라질 등 주요 경제국이 포함됐다. 특히 중국은 2023년 기준 1550억 달러 규모의 해양 관련 상품을 수출한 핵심 해양 산업국으로, 협정 이행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한국을 비'한 미국, 인도, 영국, 러시아는 아직 비준을 마치지 않았다. 미국은 2023년 협정을 채택했지만 상원의 비준 절차가 남아 있고, 인도와 영국 역시 국내 입법 과정이 진행 중이다. 러시아는 항행의 자유와 기존 거버넌스 유지를 이유로 참여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네 가지 핵심 기둥
BBNJ 협정은 ▲해양 유전자원(MGR)과 이익공유 ▲해역 기반 관리도구 및 해양보호구역(MPAs) ▲환경영향평가(EIA) ▲역량 구축과 해양기술 이전이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공해에서의 자원 이용이 특정 국가나 기업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보호와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의 위치와 과제
대한민국은 BBNJ 협정에 서명했지만 국회 비준을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2026년 1월 발효 시점 기준으로 한국은 비준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며, 법적 구속력을 지는 당사국 자격이 아닌 옵서버(참관자)로만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해양·"선·해운·수산업 비중이 큰 국가임에도 국제 규범 형성의 결정 테이블 밖에 서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BBNJ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집행력'을 꼽는다. 협정 위반에 대한 감시와 제재가 실제로 작동해야만 공해 보호가 선언적 합의에 그치지 않는다. 협정 발효 1년 이내에 열릴 첫 당사국 회의는 이러한 집행 체계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BBNJ의 발효는 공해를 '무주지'에서 '관리 대상'으로 전환하는 출발선이다. 국제사회가 이 합의를 실질적 행동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이제 바다는 각국의 정치적 의지를 정면으로 시험하고 있다.
SDG뉴스 = 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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